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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별 암/유방암

유방암과 음식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09. 3. 12.
외래에서 환자분들을 대할 때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은 ‘앞으로 뭐 먹어야 되죠?’ 입니다.
 
최근들어 각종 음식물에 대한 여러가지 좋지 않은 소식들이 많이 보도되면서 이러한 질문들은 환자들에게 더욱 중요한, 가장 알고 싶어 하는 문제들인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치료는 의사선생님이 알아서 하겠지만 식이습관은 본인의 책임으로 생각해서, 또 질병의 많은 원인이 먹는 것에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생각은 꼭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 관계를 증명하는 것이 과학적으로 아주 가능한 것이 아니어서 환자들의 약한 마음을 이용하여 자칭 건강식품 들이 시장에서 활개를 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글은 알려진 사실들을 정리하여 조금이나마 환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주고자 함입니다.

1. 유방암과 음식의 관련성

유방암과 음식물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1940년부터 시작되어 반복적인 역학조사에서 특정 음식물, 영양소 혹은 비타민과 유방암과의 인과관계를 과학적으로 신빙성 있게 연결시키지 못하였음에도, 대장암, 전립선 암과 더불어 유방암의 주요 원인이 음식물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모든 종류의 지방(포화 지방, 불포화 지방)은 유방암의 원인이 되지만 음식에 동물성 지방이 많이 들어가는 나라에서 유방암 발생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음식을 통한 지방의 섭취량이 적은 지역(지방으로부터 얻는 칼로리가 총칼로리의 10% 미만)과 식물성 음식을 주식으로 하는 지역에서 유방암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아집니다.
 
실제로 동물성 지방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 간에 유방암 발생에 있어 극명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은 결과적으로 호르몬의 작용, 면역기능 등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과일, 야채 등은 비타민, 미네랄, 항산화 물질 등을 많이 포함하여 신체의 기능을 보호하는 한편, 동물성 음식물은 음식의 가공에 따라 발암물질이 있어 암 발생에 관여를 하게 된다고 봅니다.
 
그러나 음식물과 유방암에 대한 연구의 대부분이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아직도 성장하고 있는 연령층에서 섭취하는 음식과의 상관 관계는 미지수입니다.
 
암의 발생에는 여러 인자가 관여함으로써 성장기의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역학조사가 더욱 필요합니다.

2. 유방암의 예방과 음식

1) 저지방, 고섬유질 음식

1970년대의 한 논문에서 국가별 국민 1인당 지방섭 취량과 유방암의 발병률 및 사망률의 강한 상관관계를 보고하였고 1980년대에 발표된 동물실험에서도 그 관련성을 제시하였습니다.
 
이후 지방섭취와 유방암의 위험에 대한 연구들이 많이 진행되었는데 이후의 환자 대조군 및 코호트 연구에서는 각기 다른 연구결과를 보고하였습니다.
 
1996년에 이전까지 발표된 대규모의 7개 코호트 연구를 종합한 결과 에너지 보정 총 지방 섭취량에서 최대 섭취군과 최소 섭취군의 유방암의 비교위험도가 별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고하였습니다.
 
비교적 최근의 대규모 코호트 연구로 미국에서 1980년에 암이 없는 건강한 여성 8만 8천 명을 대상으로 14년간 관찰한 결과 역시 총 지방량이나 특정 지방을 적게 섭취하는 것이 유방암의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증거는 없었다고 보고하였습니다.
 
또한, 2004년에 4만 7천 여 명으로 이루어진 The Nurses Health Study II 코호트의 후향적 연구에서도 고등학교인 청소년 시기의 식사습관과 유방암의 위험 간의 관련성을 조사한 결과 지방 및 식이섬유의 섭취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고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현재까지 지방섭취와 유방암의 위험 간에 유의한 관련이 없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지방섭취는 유방암 발생의 중요한 원인 음식물로 꾸준히 의심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증거로 바비큐 고기를 한달에 2번 이상 섭취 시 유방암 발생이 증가하는 반면에, 저지방 고 섬유질 음식을 주로 섭취하는 경우에 정상적인 음식을 섭취한 군에 비하여 혈중 에스트라디올 수치가 낮습니다.

2) 콩류

동양에서 유방암의 발생이 적은 이유 중의 하나가 콩의 소비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한 연구에서 된장국, 두부국 등 각종 두부요리 및 대두콩 등의 콩류의 음식을 성장기 이후에 일주일에 4번 이상 섭취하는 여성에서 한 달에 한번도 먹지 않는 여성과 비교시 유방암의 발생이 반정도로 적었으며 성인 이후에 섭취 시에는 그 효과가 없었습니다.
 
콩에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인 phytochemicals/phytoestrogens가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Phytochemicals 은 항암 효과와 에스트로겐 효과를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Phytoestrogens의 에스트로겐 같은 효과는 유방암 발생 위험도를 논하는데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전반적인 연구 결과는 유방조직의 에스트로겐 수용체발현을 낮게 하여 유방암 발생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곡물 등에 있는 phytoestrogens은 유방암 같이 에스트로겐에 의존성이 있는 암으로부터 보호해줍니다.
 
반면에 이 음식물은 약한 에스트로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미 진단된 유방암 환자에서 재발율을 높일 수 있다는 가정도 할 수가 있으나 실제로 콩류의 섭취와 재발관계는 없는 것 같습니다.

3) 과일과 야채

과일이나 야채는 유방암의 발생에 있어서 세포분화를 촉진하고 세포분열을 억제하며, 항산화 물질로서 해독효소의 기능을 증진하고 면역기능을 강화합니다.
 
또 양배추, 브로콜리 등에 많은 indole-3-carbinol 은 에스트로겐 농도를 저하하는 기능으로 유방암의 발생을 억제하는 작용이 있습니다.
 
더불어 과일, 채소도 식물성 에스트로겐 (phytochemicals)을 많이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하루에 야채와 과일을 규칙적으로 3~5번 이상씩 섭취 하도록 합니다.
 
특히 성장기 자녀들이 과일, 야채 샐러드를 먹는 습성을 들이도록 합니다.

4) 녹차

녹차를 많이 섭취하는 일본, 중국에서 유방암의 발생이 낮은데 이는 녹차성분 중 폴리페놀 특히 카테킨은 항산화작용이 뛰어납니다.
 
같은 녹차 잎을 원료로 하지만 만드는 과정에 차이가 있는 홍차는 녹차에 비하여 폴리페놀 함량이 훨씬 적고 따라서 항산화작용도 적습니다.
 
이 성분은 유방암 조직의 혈관성장을 둔화시키고 에스트로겐 농도도 저하함으로써 유방암의 성장을 억제시키는데, 쥐에 대한 실험결과 녹차를 먹인 쥐에서 유방암의 크기가 현저하게 줄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매일 3/4컵 이상의 녹차를 마신 여성에서 녹차를 마시지 않는 여성보다 유방암 발생이 적음을 보고하고 있습니다.

5) 알코올

음주량과 유방암 발생이 긴밀한 관계가 있습니다.
 
매일 위스키, 진, 보드카 1 oz (소주잔 1잔 정도), 맥주 8 oz (맥주잔 1잔), 포도주 3 oz를 마시면 유방암 발생이 3~4% 증가하며, 매일 이보다 4배씩을 마시면 유방암 발생이 30% 증가한다고 합니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폐경 후 여성이 매일 규칙적으로 한잔씩 음주를 하면 유방암의 발생 위험이 30%증가됨을 보고하였습니다.
 
우리나라 2001년 국민건강·영양조사보고를 참고로 할 때 20세 이상 성인남녀에서의 음주율은 1989년도에 49.3%, 1992년도에 46.9%, 1998년도에 52.1% 였으나 2001년도에 50.6% 로 1998년에 비해 다소 감소하였습니다.
 
반면에 여성의 음주율은 1989년에 23.6%, 1992년에 22.6%, 1998년에 32.7%, 2001년에 32.1%로서 1998년 급증하여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이며 이 현상이 우리나라 여성의 유방암 발생의 증가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3. 유방암 환자와 음식

많은 암 환자들이 암의 진단을 받은 후에 암의 완치를 위해 기존의 음식 습성을 바꾸고 생소한 보조요법을 추구하고자 하여, 보약 등 평소에 섭취하지 않던 약제를 사용하기 시작함을 봅니다.
 
그러나 일단 시작된 암의 발전과 진행은 단기간의 음식 습관을 바꾼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보다는 올바른 식습관을 터득하여 음식물을 균형 있게 잘 섭취 함으로써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유지하여 항암제치료를 잘 견뎌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기적으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필요한데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이 적절한 체중의 유지, 규칙적인 운동, 그리고 알코올 섭취를 절제해야 합니다.
 
적절한 체중의 유지는 무엇보다도 동물성지방의 과다 섭취와 밀접한 관계가 있고, 동물성 지방의 과다섭취는 2005년 미국임상암학회 (ASCO)에 발표된 자료를 보면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내용을 참조하면 5년 이상 저지방식을 먹는 유방암환자들은 (평균; 33.3g/day) 그렇지 않은 고지방식 환자들에 (평균; 51.3g/day) 비해 유방암 재발은 의미 있게 낮았습니다.
 
이 연구는 1994년 이후로 10년 이상 2,500여명 환자를 추적하여 얻은 결과로 매우 신빙성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운동 역시 적절한 체중의 유지에 뺄 수 없는 중요한 항목이며, 일주일에 3~5시간 평소의 보행속도로 규칙적으로 걸어다니는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유의하게 줄었습니다.

많은 환자들이 항암제를 복용 혹은 주사시 그 항암 약물의 대사에 대한 지식이 없이 오히려 결과적으로는 해를 끼치게 되는 음식물을 다량 섭취 할 수가 있습니다.
 
보통은 어느 항암제 복용 시 어떤 음식을 피해야 하는가가 확실히 밝혀져 있지 않기 때문에 평소에 섭취하지 않던 음식을 과도히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를 하도록 합니다.
 
암제의 효과를 증진하는 음식은 없는 것 같으나 다량의 항산화 물질 등은 항암제의 효과를 감소 시키며, 흔히 복용하는 대체요법 혹은 민간요법의 재료들은 항암치료 중 혈액 독성, 간 독성으로 성공적인 치료에 오히려 장애가 되기도 합니다.

암 환자 혹은 암 예방의 건강한 식습성이란 사실 많은 성인병에도 도움이 되는데, 이는 현미 등이 포함된 곡물 등 식물성을 기본으로 한 저지방성 음식입니다.
 
또 훈제나 불에 구운 음식을 피하고, 무엇 보다도 영양소가 골고루 포함된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건강한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유방암의 진단 전.후, 치료 전.후에도 암의 발생경로를 차단 혹은 변경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결론적으로 음식물은 식물성을 기본으로 하여 다양하게 하고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자주 섭취하며, 육류섭취를 줄임으로써 동물성 지방을 줄이도록 합니다. 오메가-3가 많은 올리브유를 주 식용유로 사용합니다.

무엇을 얼마나 먹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늘 활동적으로 지내고, 이상적인 체중을 유지하며, 알코올 섭취를 절제하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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