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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인공항문, 죽어도 못 한다? | |
등 록 일 | 2008-07-11 | |
인공항문, 죽어도 못 한다? 직장암 수술을 하다 보면 치료를 위해 불가피하게 괄약근을 제거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 때 가장 어려운 일은 인공항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환자에게 이해시킨 뒤 수술을 받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4년 전의 일이다. 34세의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A씨는 종합병원에서 직장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결심했다. 병실에 입원해 3일간 대장 청소를 한 뒤 수술 당일 서약서를 쓰는데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인공항문을 달 수도 있으며 그러면 평생 복부를 통해 배설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A씨는 갑작스런 얘기에 덜컥 겁이 나서 인공항문만은 피하게 해달라고 사정했다. 그럴 바엔 차라리 수술을 하지 않겠다고 으름장도 놓았다. 그러나 병원에서는 인공항문에 대해 이해하고 서약서에 도장을 찍어야만 수술이 가능하다고 했다. A씨는 결국 수술을 받지 않고 퇴원을 해버렸다. 이후 A씨는 심리적 안정을 취하고자 기도원에 가서 금식, 민간요법, 안수기도 등을 받았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나자 항문 출혈과 금식으로 인해 빈혈이 심해지고 얼굴과 몸까지 붓게 됐다. 결국 보다 못한 부인이 마지막 소원이라며 빌어서 한 번 더 병원에 가기로 했고, 그렇게 필자를 찾아왔다. A씨를 검사해보니 직장암이 항문에서 8cm 위쪽에 있어서 위치상으로는 인공항문을 피할 수 있었지만 암이 많이 진행된 상태여서 성공적인 수술을 위해 인공항문을 만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설명을 들은 A씨는 이번에도 수술을 완강히 거부했다. 그래서인공항문을 잘 알고 있는지, 싫어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물었더니 A씨는 우물쭈물 대답하지 못했다. 이에 필자는 인공항문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에 가 볼 것을 권하고 생각할 시간을 주었다. 3일 후 A씨는 스스로 병원에 와서 수술을 받겠다고 했다. A씨는 “실제 인공항문을 가진 사람들과 생활해 보니 출근해서 일하는 사람, 심지어 수영을 즐기는 사람도 있더라”며 “그 동안 혐오스럽다고 생각한 것이 무지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았다”고 했다. A씨는 수술을 받고 4년째 별 문제 없이 지내며 정기 검진을 받고 있다. 그리고 올 때마다 옛날의 자신과 비슷한 환자가 있으면 설득해 주겠다고 자청하곤 한다. 인공항문은 19세기 말의 ‘회음부 인공항문’에서 시작됐다. 이는 직장과 항문을 모두 절제한 경우에 직장 위쪽의 남은 장을 잡아 당겨 회음부에 고정시키는 방법. 항문이 있던 위치에서 대변을 볼 수는 있으나 위치만 같을 뿐 의지대로 배변조절을 할 수 없어서 평생 기저귀를 차고 살아야 했다. 현대의 인공항문은 주로 배에 만든다. 배꼽 옆에 동전 크기의 작은 구멍을 내고 대장이나 직장을 외부로 연결시키는 방법으로 회음부 인공항문에 비해 관리하기가 훨씬 편하다. 처음에는 대변이 수시로 나와서 24시간 비닐 주머니를 달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대장 기능이 회복되고 식사량과 시간을 조절하게 되면 배변 횟수와 시간을 의도대로 제어할 수 있다. 또 몇 가지 금기 식품만 피하면 불쾌한 냄새도 막을 수 있어서 수술 전과 같은 일상 생활이 가능하다. A씨의 직장암은 비교적 항문에서 멀리 위치해 있어서 처음 종합병원을 찾았을 때 수술했다면 항문 괄약근 손상 없이 암 제거 수술이 가능했을지 모른다. 의료진의 세심한 설명과 환자의 정확한 이해가 있었다면 인공항문을 피할 수도 있었던 사례였기에 지금까지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 환자다. 진료를 하다 보면 A씨처럼 인공항문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서 피상적으로 거부감을 갖는 환자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실제로 인공항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역시 상당히 왜곡돼 있는 편이다. 인공항문이 혐오스러운 장치가 아니라 목숨을 위협하는 암에 맞서는 당당한 치료법이라는 인식이 하루 빨리 확산되기를 기대해본다. 한솔병원 / 이동근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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