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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정관진 제2군단/암환자를 위한 작은정보

[스크랩]대장내시경검사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09. 2. 21.

나이 40이 넘어서부터 정기적으로 몇 년마다 한 번씩 의료검진을 받는다.

병원에 가서 채혈하고 엑스레이 찍고, 소변검사하는 것이야 살짝 귀찮기만 할 뿐

별 대수롭지 않은 것이지만, 내시경 검사는 좀 다르다.

 

내시경은 일단 검사 전날부터 전투모드에 들어가야 한다.

음식을 12시간 이상 섭취하지 말아야 하고, 심지어는 물도 마시지 못한다.

위 내시경인 경우는 그래도 좀 낫다.

내시경이 목을 통과할 때의 고통이 심하긴 하지만, 뭐 그건 대략 1~2분이니까......

위 내시경에 대한 나의 경험은 여기에...http://blog.naver.com/sonomalove/60057589800

 

대장내시경의 경우는 검사 전날 밤에 대장에 있는 것을 모두 비워내야 한다.

그걸 신체가 알아서 모두 비워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아래 사진과 같은 액체(관장약?)를 마신다.

 

 

 

 

이건 냉장고에서 차게 해서 마셔야 한다. 그 비릿한 맛은 뭐라 형용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그런데, 이게 무려 4 리터... 500 cc 생맥주잔에 가득 담아서 8잔이다.

맥주라면 못 마실 이유가 하등 없겠지만, 날 고등어 씻은 물보다 더 비릿한 냄새가 나는 물을

한 대야 마신다고 생각해 보라~

그 비릿하고 밍밍한 맛을 조금이라도 순화시켜 보려고 소금으로 안주(?)를 삼았다.

 

까딱 잘못하면 몇 잔 마시는 도중에 메스꺼움을 못 이겨 그 고통을 참아가며 마신 아까운 약물을

게워 내는 수도 있다.

아무리 비위가 좋은 사람이라도 4리터나 되는 약물을 한꺼번에 마실 수가 없으니, 밤을 새워가면서

대략 10분정도의 간격을 두고 한 잔씩 마신다.

잠도 못 자고 (물론 옆에서 지켜 보는 와이프도 잠을 못 잔다.) 밤 새워 마시고

화장실로 달려가는 것을 반복하다 보면 새벽녘이 된다.

그래도 남은 약물은 그냥 포기해 버린다.

 

오전에 병원에 가서 차례가 오면 또 하얀 색깔의 액체를 마셔야 한다.

이건 비릿하지는 않지만, 이상한 향의 진득한 액체이다.

이것 또한 삼키기 만만치 않지만 그 양이 박카스 보다 조금 더 많은 정도니 그나마 다행~

그리고, 손목에 주사 한 방...

옆으로 쪼그려 누으면 내 항문입구에 매끄러운 것을 바르고 이윽고 뭔가 둔탁한 것(내시경)이

똥꼬를 쑤셔 댄다.

내시경과 연결된 관을 통해 바람을 집어 넣고 빼고 하는 과정을 거치면 배가 몹시 불편하다.

완전히 비워내지 못한 찌꺼기가 대장에서 부유하는 것을 모니터로 볼 수 있다.

민망하기도 하다.

의사는 능숙한 솜씨로 대장의 구석구석을 살핀다. 클로즈업도 시키고, 좀 이상하다 싶으면 조직을 살짝 떼어내기도 하는 모양이다. 그럴 경우엔 대장 벽에서 피가 나오는 것도 볼 수 있다.

이렇게 20분 정도 지나면 끝.

화장실에 달려가서 대장속에 남아 있는 개스를 빼 주면 진짜 끝이다.

 

대장 내시경을 할 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대장내시경 검사 자체가 아니라

저 4리터의 약을 마시는 일이다.

머리 좋은 의학자, 약학자들이 좀 먹기 수월한 약을 하루 빨리 개발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