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 둘 수 있는 가장 작은 병원]
건강은 인류의 영원한 소망 중 하나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의사를 찾고 약을 먹으며 몸에 좋은 음식, 운동 등 별의별 방법들을 고안해 추구한다. 그 중 하나가 "나와 가족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완벽한 정보를 담은 책 한 권을 가정에 비치해 둘 수 없을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책들 중 일반인에게 가장 많은 도움이 되는 건강서적은 무엇일까.
의사들은 영국의학협회가 저술한 < COMPLETE HOME(FAMILY) MEDICAL GUIDE(평생 가정건강 가이드) >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2000년 발간된 이 책은 영국과 미국서 80만부 이상이 팔렸으며 현재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지서 잇따라 번역 출판되고 있다. '가장 작은 가정병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책이 최근 서울대병원 교수진에 의해 번역 출판됐다. 국내 출간에 핵심적 역할을 한 서울대병원 김성권(54ㆍ신장내과) 진료부원장을 만났다.
< 영국의학협회 저술, 서울대병원 교수진 편역 >
☎ 건강 관련 서적은 지금도 무수히 많다, 이 책이 특별히 각광받는 이유는.
☞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근본적인 이유는 의료 선진국 중 하나인 영국의 의학협회가 5년 간 심혈을 기울여 제작, 내용이 가장 우수하고 정확하다. 의사 입장이 아니라 일반인 입장에서 꼭 필요한 의학 지식을 집대성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의술이 가장 앞선 미국의 의사협회와 내과학회도 내용의 우수성을 인정, 미국 내에서 같이 출간했다. 한마디로 가장 우수한 의사들이 제공하는, 일반인에게 가장 필요한 의학정보라고 할 수 있다.
☎ 왜 영국의학협회에서 이 책을 만들었나?
☞ 영국은 의료시스템이 우리와 매우 비슷하다. 환자가 큰 병원을 마음대로 찾아갈 수가 없고 작은 병원부터 찾게 되어 있다. 따라서 병원 가기 전까지의 의료공백을 메워야 하는 필요성이 국가적으로 절실했다. 이에 영국의학협회가 분야별로 70명의 권위있는 의사를 동원, 가정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의학정보를 담은 책을 만들게 됐다. 우리의 의료현실이 영국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이 책은 한국인에게 유용하리라고 생각한다.
☎ 이 책의 특징은?
☞ 철저하게 일반인ㆍ환자 위주로 씌어졌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질병과 치료보다는 병의 예방, 건강증진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건강에 이상이 생겼을 때 대처법뿐 아니라 평소 건강을 위해 바람직한 생활 패턴을 가지도록 유도하는 내용들이 많다. 병명보다는 증상 위주로 편집, 일반인이 건강에 이상을 느꼈을 때 병명을 모르더라도 쉽게 대처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두드러진다. 증상별로 대처법, 자가치료법, 의사에게 찾아가는 법 등이 상세히 실려 있다. 우리 병원 환자 22만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책에 기술된 증상 70여가지가 전체 환자의 80%를 커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어떤 계기로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번역 출간을 하게 됐나?
☞ 지인(知人)을 통해 이 책이 영국과 미국에서 출간된 사실을 전해 듣고 구해 읽어 봤다. 의사인 내가 봐도 좋은 책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고 우리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국내 출간을 결심했고 동료 교수들에게 도움을 요청, 흔쾌히 승낙을 받았다. 번역판으로는 우리가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에 이어 4번째인 것으로 안다. 앞으로 다른 나라들에서도 번역 출간이 이어질 것으로 알고 있다.
☎ 번역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나?
☞ 3년 간 서울대병원 교수 50여명이 번역에 참여했다. 초벌 번역은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도록 의사가 아닌 한국외국어대 번역팀에 의뢰했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서울대병원 중견 교수들로 구성된 편역실무위원 21명이 토ㆍ일요일 10여회 세미나를 통해 용어를 통일했다. 이어 각 진료과 과장들이 해당 분야의 내용을 감수하는 절차를 거쳤다. 그리고 다시 번역을 정리하는 작업과 교정을 반복했다.
☎ 일반 번역서와는 구분되는 특징이 있다는데?
☞ 책의 편제와 분량, 쪽별 편집이 원본과 동일하다. 원본에 있는 사진과 그림, 도표가 번역본의 같은 쪽, 같은 위치에 그대로 실려 있다. 다만 문자만 영어 대신 한국어로 편역한 것이 특징이다. 같은 쪽에 같은 분량의 내용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글의 분량을 맞추는 데 애를 먹었다. 이같은 편역은 통일성을 기하려는 원본 출판사의 주문사항이기도 했다. 제목도 원제(국제판)를 그대로 살렸으며 인쇄도 원본 출판사가 지정한 스페인에서 했다.
☎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어떤 도움을 받았나?
☞ 나는 의사이지만 신장내과 전문의로 한 분야에 몰두해 왔다. 그 결과 다른 진료과의 발전상은 잘 몰랐는데 환자 입장에서 많은 의학지식을 섭렵, 환자들이 궁금해 하는 다양한 질병들에 대해 쉽게 설명해 줄 수 있게 됐다. 환자를 대할 때 의사 입장보다 좀 더 환자 입장에 다가서게 됐고 환자에 대한 배려의 폭이 훨씬 넓어졌다는 것을 느낀다.
< 환자도 알아야 의사를 잘 부릴 수 있을 것 >
☎ 이 책은 특히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은가?
☞ 물론 이 책은 건강을 갈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유용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건강에 취약해지기 쉬운 노년층, 유아를 둔 가정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최근 한국사회는 평균수명이 급격히 느는 만큼 그에 비례해 노년층이 되면 여러가지 질병을 가지고 살아야 할 시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어린 자녀를 양육하면서 자주 가슴 졸이는 젊은 주부에게도 많은 힘이 될 것으로 믿는다. 이밖에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병원직원 등 의료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환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하리라고 본다.
☎ 앞으로 바람직한 환자의 모습은?
☞ 이전에는 아파야 병원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건강상담, 건강관리(비만, 고혈압, 당뇨 등), 예방을 위해 병원을 찾는 일이 부쩍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의사가 의료의 주인인 시대에서 환자가 주인인 시대로 바뀌고 있다. 환자 한 명이 의사 1인에게 의존하던 시대에서 환자 한 명이 의사 여러 명을 활용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따라서 환자가 주인 노릇을 잘 하고 의사를 잘 부리려면 어느 정도의 의학지식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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