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그 원인은?
최근 수돗물이 아리수, 샘물 등의 이름으로 시민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그러나
수돗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여전히 긍정적이지 않았다. ‘얼마나 완벽히 정수
됐을까?’, ‘불소성분으로 소독한다던데 안전할까?’, ‘소독약 냄새 때문에 그냥
먹기는 거북하다’ 등등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수돗물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이 불안감의 최대 수혜자가 누굴까? 바로 정수기업자들이다.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어느덧 우리 생활의 필수품처럼 자리 잡은 정수기. 정수기회사는
소비자에게 ‘좋은 물을 마셔야한다.’, ‘아기를 위해서도 깨끗한 물을 마셔야한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주지시키고 있다. 그런데 그 말을 듣고 있으면 왠지 수돗물은 정수기
물에 비해 좋지 않고 위험한 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업체는 간접적으로 수돗물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감을 자극해, 이를 정수기판매로 연결시켜온 것은 아닐까? 국내 유수의 정수기업체들에게 이런 지적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이에 대해 A사는 자신들이 아니라 언론에서 수돗물이 안 좋다고 이야기 했다고 했고, D사 역시 불신을 조장하는 것 자체도 힘들고, 자신들은 소비자의 요구에 맞는 사업을 해왔을 뿐이라고 답했다.
‘수돗물이 위험하다.’ 정수기 판매방식
과연 사실일까? 한 정수기 판매점을 찾았다. 들어서자마자 판매원은 정수기물
부터 한잔 권했다. 그리고는 자사 제품의 성능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곳의 점장은 수돗물에는 중금속과 발암물질이 있다고 했다. 더구나 그런
물질들은 끓여도 사라지지 않는다며 정수기구매를 권했다. 수돗물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정수기를 판매하는 판매원들. 혹시 이 판매점만의 문제는 아닌지 확인
하기 위해 다른 판매점을 찾았다. 이곳은 녹슨 수도배관사진부터 보여줬다.
이런 수도관을 통과한 물 때문에, 몸에 안 좋은 물질이 쌓여 암이나 병을 일으킬
수 있다며 정수기구매를 권했다. 몇 곳을 더 확인해봤지만 대부분의 정수기판매
점들의 판매방식은 비슷했다. 물속의 중금속과 발암물질은 정수기를 통해서만 거를
수 있으니 정수기를 사야한다는 것이 바로 그들의 논리였다. 이런 설명을 듣고도
수돗물을 그냥 마실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런데 정수기업체들의 이런 판매
방식은 사업초창기부터였다고 주장하는 한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정수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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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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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90년대 후반부터 3년 전까지 A사에서 정수기를 판매했던 판매원이라고 했다.
취재진을 본 그는 방에서 정수기를 팔 때 꼭 필요한 장비라며 기계들을 들고
나왔다.
TDS기와 전기분해장치였다. 그에게 이런 장비가 정수기를 팔 때 필요한 이유를
물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고객들에게 물이 얼마나 오염됐는지를 눈으로 보여
주기 위해 필요한 장비라고 했다. 그는 수돗물과 정수기물을 떠와 판매당시 했던
실험을 보여줬다. 먼저 TDS기계를 정수기 물에 넣자 0.01이란 숫자가 나왔다.
수치가 낮을수록 좋은 물이라고 한다. 이번엔 같은 기계를 수돗물에 넣었다.
수치는 104. 그는 이정도 수치면 물이라고 볼 수 없는 폐수라고 했다. 여기까지
보고도 반신반의하는 고객을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전기분해장치라고 한다.
수돗물과 정수기물을 나란히 놓고 전기분해장치의 쇠막대를 동시에 꽂자 수돗물
쪽에서만 기포가 일어났다. 반면 정수기물에선 거의 변화가 없었다. 잠시 후 수돗물
이 담긴 컵에는 황색의 이물질들이 가득해졌다. 이 실험을 본 소비자들은 수돗물
수질이 이렇게 안 좋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고 했다.
중금속…처음부터 없었다.
도대체 이런 반응이 일어난 이유는 뭘까? 정말 수돗물이 오염돼서 그런 것일까?
우리는 전문가와 함께 다시 실험해보기로 했다. 이번 실험에는 수돗물, 끓인 수돗
물, (역삼투압방식)정수기물 외에 고급생수로 유명한 에비앙과 우리나라 대표적
생수인 제주삼다수도 포함했다. 먼저 TDS기를 각각의 물에 넣었다. 이번에도
정수기물은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런데 에비앙에서는 269가 측정됐다. 도대체
고급생수에서 TDS수치가 높게 측정된 이유는 뭘까? 전문가는 TDS수치로 알 수
있는 것은 물속의 미네랄양이라고 했다. 다시 말해 역삼투압방식 정수기물에서
반응이 거의 없다는 것은 그 안에 미네랄이 거의 없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번엔
전기분해 실험을 했다.
역시 정수기물에서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수돗물에서는 붉은색 이물질
들이 컵 안에 가득해졌고, 이런 반응은 끓인 수돗물 역시 비슷했다. 남은 두 개의 생수
에서도 앞서와 마찬가지로 이물질이 발생했다. 그 중에서도 에비앙의 경우 가장
격렬한 반응이 일어났고, 생겨난 이물질로 인해 비커 안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전문가는 TDS기와 전기분해장치는 물의 유해성을 보여주는 장치가 아니기 때문
에 이 결과만으로 수질을 판단하는 것은 잘못된 방식이라고 했다. 또한 실제 수돗
물에 대한 수질검사표를 보면 정수기가 거른다고 주장하는 중금속은 원래부터 검출되
지 않았다. 결국 업체는 있지도 않은 물질을 걸러야 한다며 정수기의 필요성을 주장한 셈이다.
수돗물 속 발암물질, 정수기로만 거를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의 수돗물을 외면하도록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수돗물 안에 들어있는 소독제와 그로 인한 부산물이 발암성물질
이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수돗물 안에는 총트리할로메탄을 비롯한 발암성 물질
이 극미량 남아있다. 그런데 이런 염소소독방식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선진국
에서도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실제로 수질검사 결과
를 보면 수돗물은 먹는 물 기준 55개 항목에서 모두 적합판정을 받은 깨끗하고
안전한 물이다. 발암물질이 남아있음에도 안전하고 깨끗한 물. 전문가에게
그렇게 말하는 근거에 대해 물었다. 그는 현재의 수질기준은 일반인이 수돗물을
하루 2리터씩 70년 동안을 마셨을 때 10만 명 중 1명 이하의 암이 발생할 확률이
라고 했다. 또한 수돗물에 남아있는 발암성 소독제 및 소독부산물은 이런 엄격한
수질기준의 약 1/4에 불과하므로 자신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수돗물로 암이 생길
위험은 없다고 잘라서 말했다. 그러나 아무리 낮은 확률이라고 해도 들어있다고
하면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 물질들을 없앨 방법은 없는 것일까?
우리는 끓인 수돗물과 미네랄은 남겨준다는 중공사막 정수기물, 그리고 순도
99%의 물을 만든다는 역삼투압방식의 정수기물에 대해 수질검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 정수기물 뿐만 아니라 끓인 수돗물에서도 대부분의 발암물질이 효과적
으로 제거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검출된 발암물질도 수질기준에 1/4밖에
안됐다.
전문가는 가정에서 물을 끓일 때 뚜껑을 열고10분간 끓여주면 소독부산물에서
더 안전해질 수 있다고 했다.
일반세균 나오는 정수기물, 과연 안전한가?
그렇다면 정수기물은 수돗물에 비해 과연 얼마나 깨끗할까? 수돗물에는 염소성
분이 남아있기 때문에 세균이 번식할 수 없다. 그러나 정수기는 수돗물의 염소성
분을 제거하기 때문에 정수되어 저수조에 고여 있는 물은 일반세균이 번식하기
쉽다.
심지어 코크에 묻은 세균이 물줄기를 따라 흘러들기도 한다. 실제로 상온에서
수돗물과 정수기물을 두고 비교관찰 실험을 했을 때, 수돗물은 이틀이 지나도
일반세균이 검출되지 않았다. 그러나 정수기물은 처음부터 일반세균이 검출됐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이 일반세균의 유해성
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 논란이 있다. 대장균이나 각종 병원성 세균이 없는
일반세균은 건강상 문제가 안 된다는 견해와 모든 사람에게 문제가 되진 않지만
면역기능이 떨어져있는 노인이나 어린이 혹은 장기간 병을 앓은 성인들의 경우엔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견해.
그런데 후자의 경우가 의심되는 한 제보가 접수됐다. 정수기물 때문에 고생을
했다는 한수임씨자매. 이들은 4년 전 구매한 정수기를 매월 돈을 내고 업체의
관리를 받으며 사용했다. 그런데 얼마 전 물을 마실 때 자꾸 컵에 개미가 빠지는
것이 이상해 정수기를 열어보고 너무 놀랐다고 한다. 정수기 안에는 각종 곰팡이와
개미시체 심지어 애벌레까지 들어있었다.
발견직후 청소했다는 정수기는 우리가 다시 확인했을 때도 물때 자국과 곰팡이
가 남아있었다. 문제는 한씨의 어린 딸이 정수기물을 먹는 동안 거의 매일같이
복통을 호소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으레 아이들이 하는 투정이라고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는 한씨. 그러나 정수기물을 마시지 않자 아이의 배앓이는
금세 사라졌다고 한다. 자신의 무심함 때문에 아이가 아팠다는 생각에 맘이 아프
다는 한씨. 업체로부터 약간의 보상은 받았지만 이제는 정수기물 대신 매일 보리
차를 끓여 마신다고 했다.
157만원짜리 냉온정수기, 그 원가는?
이제는 생활필수품처럼 인식되는 정수기. 그러나 정수기의 가격은 결코 만만치
않다. 유명업체 제품의 경우 백만원을 훌쩍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도대체 정수기 안에 무엇이 들어있어서 이렇게 비싼 것일까? 취재진은 최근
D사에서 가장 많이 팔렸다는 157만원짜리 냉온정수기를 구입해, 기능이 비슷한
10만원대 냉온수기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내부를 비교해보기로 했다.
정수기 분해는 D 정수기업체에서 AS업무를 담당했던 분의 도움을 얻었다.
분해 결과 정수기는 저수조와 냉각통, 온수통과 히터, 그리고 이 모델의 특징인
원터치 기능의 전장판과 필터가 들어있었다. 냉온수기의 경우 전장판과 필터를
제외하고 나머지 부속품들은 냉온정수기와 같았다. 10만원대 냉온수기와 전장판
과 필터만 추가된 157만원짜리 냉온정수기. 이 안에 들어있는 각 부품의 가격은
얼마일까? 우리는 최근까지 10여 년간 정수기 제조업체를 운영했다는 한사람을
통해 각부품의 가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수기부품의 가격은 충격적이었다. 외관 및 플라스틱류 약 4만원, 냉각관련 부품 약 4만8천원, 온수통 및 필터 약 2만5천원, 정수기의 머리역할을 한다는 전장판과 기타 부품들을 합쳐 4만3천2백원. 마지막으로 소비자에게 14만2천원에 판매되는 필터의 가격은 약 3만5백원. 놀랍게도 157만원짜리 냉온정수기 부품원 가의 총액은 소비자가의 약 1/8정도인 20만 6천원이었다. 이 가격에 대해 업체는 기술개발비용, 제품에 대한 신뢰비용 등이 포함돼있기 때문에 적정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는 업체와는 조금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냉장고와 비교할 때 대기업에서 나오는 상당히 디자인도 우수하고, 성능도 여러모로 잘 갖춘, 심지어 정수기 기능까지 갖춘 냉장고와 정수만 하는 정수기가 같은 가격을 받는 다는 것. 심지어 원자재가격이 그리 높지 않다고 했을 때는 현재의 가격이 합리적이라고 보기엔 의문점이 남는다고 했다. 물론 정수기를 구매하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이다. 그러나 소비자가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한 불안감을 자극해 고가의 정수기를 구매하도록 부추긴다면 이는 분명 문제다. 그 유혹에 빠지는 순간, 우리 집 한쪽에 냉장고보다 비싼 정수기가 자리 잡게 될 것이다. |
[아리수 새소식에서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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