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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의 장/쉬어가기

그럴 수 없다 / 류시화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08. 11. 28.

그럴 수 없다 / 류시화

 

 

 

 

 

 

물속을 들여다보면
물은 내게 가 되라 한다.


허공을 올려다보면
허공은 또 내게 無心이 되라 한다.


허공을 나는 새는
그저 자취없음이 되라 한다.

 


 

 

그러나
나는 될 수 없다.

無心 될 수 없다.
 
어느 곳을 가나 내 흔적은 남고
그는 내게 피 없는 심장 되라 하지만
나는 그럴수 없다.
 


그는 도둑처럼 밤중에 이슬을 밟고 와서
나더 옷을 벗으라 하고
머리를 바치라 한다.

나더러 나를 버리라 한다.
그러나 나는 그럴 없다.

그는 내게 되라 하나
나는 로서 타오르려 한다.

그는 내게 미소 되라 하지만
그러나 아직 안에 울음 넘쳐난다.

그는 내게 아무것 아닌 것이 되라 하나

나는 그럴 없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