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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별 암/위암

[자료] “위암은, 준비한 만큼 극복할 수 있습니다”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08. 10. 27.

위암 전문의 권성준 교수의 유비무암(有備無癌)
“위암은, 준비한 만큼 극복할 수 있습니다”
새해가 됐고, 미디어는 건강과 관련한 콘텐츠를 쏟아냈다. 위암도 그중 하나다. 발병률, 사망률 1위. 긴 잠복기, 경우에 따른 암세포의 빠른 성장. 두려웠다. 위로 받고 싶었고, 위암 전문의 권성준 교수를 찾았다.




암세포가 두렵습니다
한양대학교 의료원 권성준 교수는 위암 전문의다. 인터뷰 당일 오전 11시에도 위암 2기 환자의 수술이 있었다. 암세포를 완전히 제거했던 환자였지만 ‘복막파종’이라는 형태로 재발했다. ‘복막파종’은 뱃속의 암세포가 좁쌀을 뿌려놓은 것처럼 퍼져 있는 형태다. 이런 경우 완전히 제거하기가 어렵다. 수술은 완치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환자가 살아 있는 동안 `‘삶의 질’을 높여주는 수술이다. 고통을 줄여주기 위함이다.

“외과의사로서 할 수 있는 것이 한계가 있습니다. 암에 대해서 얘기할 때는 특히 그렇죠. 외과적 치료는 국소치료지만, 전신으로 암이 전이될 때는 국소치료로는 완치할 수 없습니다. ‘복막파종’ 같은 경우는 외과의의 영역을 벗어난, 국소치료로는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에요. 위암의 재발 형태 중 가장 나쁘고, 또 가장 많은 형태입니다.”

정상적인 위세포는 2, 3일을 주기로 ‘탈갑(脫甲)’한다. 탈갑은 늙은 세포가 떨어져 나가고 새로운 세포로 교체되는 과정이다. 그러나 ‘암세포’라는 것은 유전자에 변이가 와서 죽어야 할 세포가 죽지 않으면서 변이를 계속하는 것이다. 죽어야 할 때 죽지 않고 살아 있으면서 변이와 전이를 계속하는 세포. 말하자면 살아 있는 시체, 즉 ‘좀비(Zombie)’와 같은 상태다.

“위암의 경우에는 음식물이 칼시노젠(Carcinogen: 발암물질)으로 작용할 수 있죠. 음식물에 들어 있는 염분이 대표적입니다. 폐암은 담배가 칼시노젠이죠.”

위는 모든 음식물이 통과하는 수문장이다. 어떤 음식물을 섭취하고 자극을 줬느냐, 상피세포로 하여금 암세포로 돌연변이를 일으킨 데 영향을 끼친 음식물은 어떤 것이냐가 위암의 제1원인이다. 스트레스는 말할 것도 없다. 모든 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1 위암 환자의 위. 2 위암의 원인 중 하나인 헬리코박터 피도리균.

“한국 사람은 WHO(국제보건기구) 권장량을 훨씬 웃도는 염분을 섭취하고 있습니다. 김치가 조류독감을 예방하고, 마늘에는 항암 효과도 있지만 무엇보다 소금이 많이 첨가되어 있죠. 굉장한 양입니다.”

찌개류도 마찬가지다. 된장에도 엄청난 양의 소금이 들어간다. 콩은 ‘밭에서 나는 인삼’이라고 할 만큼 건강에 좋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자연 발효하는 청국장에 비해 발효 과정에서 많은 양의 소금이 첨가된다. 위를 중심으로 생각하면 된장은 안티(anti), 청국장은 일종의 예방 음식인 셈이다.

“OECD 40개 국가 중 장수 국가 1위는 일본입니다. 청국장과 비슷한 일본식 낫토, 등 푸른 생선, 소식 습관 등이 이유죠. 낫토에는 염분이 별로 없습니다. 2위는 스위스, 3위는 아일랜드입니다. 한국은 21위죠. 많이 좋아진 편입니다(웃음).”

1년에 두 번은 정기검진을?
“자각증상이 있을 때는 이미 ‘말기’라는 것이 위암의 첫 번째 무서움이다. 완치가 가능한 경우는 위암을 조기 발견했을 경우뿐이다. 조기 발견을 위해서는 정기적인 내시경이 필수다. 1년에 한두 번을 권장한다고 알고 있었다.

“위암에 대한 두려움이 확산되다 보니, 틀린 정보도 유통되고 있습니다. 1년에 두 번씩 검사를 하라고 하는 것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죠. 실제로는 40세 이상의 경우 1년이나 2년에 한 번을 권합니다. 사실 3년에 한 번도 괜찮아요. 가장 많이 걸리는 것이 위암이다 보니, 주기가 길었을 때는 심리적으로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죠. 1년에 한 번 정도, 몸을 체크한다는 의미에서 내시경을 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목표는 조기 발견이죠.”

또 하나의 오해는 세계 최악의 ‘사망률’이다. 미디어는 한국 사람이 가장 많이 걸리는 것이 위암이라는 것을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증세에 의해 발견이 됐을 때는 이미 늦는다는 것, 내시경을 통해 빠른 시간에 정확하게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수십 번 반복 전달됐다. 그 결과, 지금은 일본 다음으로 위암의 조기 진단 비율이 높은 나라가 한국이다.

“전체 위암 환자 중 서구에서는 5년 이상 생존율이 20~30%에 그칩니다. 한국의 위암 환자의 경우는 조기 위암의 비중이 커졌기 때문에 생존율이 60% 정도로 올라갔죠.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위암 치료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도 20%죠. 미국은 자각했을 때 대부분 3기 이상입니다. 위암 빈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쓰지 않는 거죠. 완치율은 떨어질 수밖에요.”

권성준 교수가 일본 암센터에서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지난 1992년 전국 통계에 따르면, 조기 위암 환자는 전체 위암 환자의 13%였다. 2007년 통계는 53% 정도. 15년 만에 40% 정도로 조기 위암 비율이 높아졌다. 2001년에는 폐암이 사망률 1위에 올랐다. 위암은 2위. 발병률은 여전히 위암이 1위지만 사망률은 폐암이 더 높은 상태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렇게 사시면 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건 없다. ‘암 예방 주사’가 발명되기 전까지는 있을 수 없는 호언장담이다. 그러나 충분한 예방, 그리고 조기 검진이 가능한 상황이니 필요 이상의 두려움으로 부담을 가질 일은 아니다.

“만약 그런 게 있다면 노벨상감이죠(웃음). 위험 요인을 최소화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스트레스는 죽기 전까지 사라지지 않죠. 안 받으려고 하는 것도 스트레스입니다. 받아들이고, 해소의 노하우를 개발해야죠. 조금 덜 짜게 먹고, 정기검진하고, 그리고 맘 편하게 스트레스를 풀어주면 되는 겁니다.”

위암의 예방에는 1차 예방과 적극적 예방이 있다. 짠 음식을 최소화하는 것, 헬리코박터 피로리균 균주가 있다면 제균 치료를 받는 것, 그리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주기적으로 섭취하는 것이 1차 예방이다. 신선한 과일과 채소는 독을 씻어내는 청량제다. 하루에 다섯 번 정도는 과일을 먹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좋다. 과일에는 당분이 많기 때문에 저녁보다는 아침, 점심에 섭취하는 것이 좋다.

적극적 예방은 정기검진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증세가 나타난 다음에 ‘위암이 아닌가’ 의심이 들 때는 이미 늦다. 증세와 관계없이 일정한 간격으로 정기적인 검사를 받아야 위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궤양이야, 암이야’라는 생각이 들 때는 늦습니다. 그리고 조직검사를 병행하는, 위 내시경과 같은 특수한 검사를 하는 것이 적극적인 예방법이죠. 가족력도 중요한 요인입니다. 가족 중에 위암 걸린 사람이 있다면 발병 위험도는 3~8배나 높아요.”

‘가족력’의 가장 대표적인 예로 자주 언급되는 것은 나폴레옹 일가다.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은 위암으로 죽었다. 그의 아버지, 할아버지도 마찬가지다. 원인은 간단하다. 형제간에도 식성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먹는 양념은 같다. ‘어머니 밥상’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식구(食口)가 뭡니까. 같이 밥 먹는 사람들이잖아요. 같은 식단을 오래 공유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유전자는 다 다르지만 공격당하는 인자는 비슷합니다. 유전자 형태도 비슷하죠. 드물게 암을 비껴가는 경우도 있지만 빈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어요.”

유전과는 다르다. 유전은 100%다. 가족력은 경향(Tendency)이다.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뜻이다. 유방암도 가족력의 영향을 받는다. 어머니가 유방암이라면 그 딸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은 그렇지 않은 경우의 다섯 배 이상이다. 한국의 경우, 확률적으로 다른 나라보다 유방암 발병 연령이 20년 정도 빠르다. 20대부터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그럼, 선생님은요?
“하하, 저도 내시경 자주 하고 그래요. 만날 보는 게 그거(암세포)니까요. 1년에 한 번. 자주 하는 편이죠. 그리고 등산을 즐겨요. 담배도 끊었죠. 27년 동안 피우고, 끊은 지 7, 8년 됐어요. 담배를 피우니까 산에 오를 때 숨이 차서요(웃음).”

중요한 것은 습관이다. 가끔, ‘암 진단’이 두려워 정기검진을 피하는 중년을 만나기도 한다. 그만큼 두려움이 크다는 뜻이다. 그러나 알고 예방하는 것이 첫 번째다. 위암은 정복할 수 없는 불치병이 아니다.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면 외과 수술로 완치가 가능하다.

“교통신호, 잘 안 지킬 수도 있죠. 하지만 안 지키면 안 지킬수록 사고 위험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악착같이 짜게 먹으면 ‘한번 걸려보겠다’는 거죠. 마음가짐이 중요해요.”

위암 전문의도, ‘걱정하지 말라’고 장담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도 위암 진단의 20%는 4기에 해당하는 환자들이다. 그럼 ‘얼마 못 살고’ 죽는다. 위암에 대한 상식선의 지식을 갖추고 있어도 진단이 늦으면 소용없다.

“김치도 백김치만 먹고, 절대 짠 음식은 피하는 사람도 위암에 걸릴 수 있어요. 담배는 한 대도 안 피우는데 폐암에 걸리기도 하죠. 통계적으로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100% 예방은 없다고 보는 것이 맞죠.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사실, 짠 음식과 스트레스를 제외하고도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원인들이 우리 몸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 일상이다. 근대 도시에 살고 있는 이상, 피할 길은 없다. 권성준 교수는 “우리 일상은 수많은 발암물질과의 싸움”이라고 한다.
“짠 음식 좀 먹었다고, ‘이거 위암 걸리겠구나’ 생각할 필요는 절대 없죠(웃음). 위암은 준비한 만큼 극복할 수 있습니다.”

막연한 두려움이 갈피를 잡았다. 위암 극복, 혹은 예방의 지름길은 흔히 말하는 ‘건강해지는 법’과 다르지 않다. 지나치게 자극적인 음식은 가능한 자제하고, 나름의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풀어준다. 권성준 교수는 등산을, 누군가는 노래방을, 또 어떤 이는 산책을 할 수도 있다. 즐거움과 쾌감을 느낄 수 있다면 그만이다. 위암 예방의 마지막 필수요소는 정기검진이다. 꼭 위암 예방을 위한 것이 아니라도 좋다. 1년, 2년에 한 번씩 지금까지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내 몸을 얼마나 아껴왔는지를, 혹은 무관심하게 유기했는지를 확인하고 개선의 계기로 삼는다.

■ 글 / 정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