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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정관진 제2군단/암정보

암을 이긴 사람들 살펴보니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08. 8. 24.

암을 이긴 사람들 살펴보니…"꼭 낫는다"는 믿음이 으뜸 비결

 
암을 이긴 사람들 살펴보니…
말기 환자도 절반이 수술받고 완치
"꼭 낫는다"는 믿음이 으뜸 비결
본지·원자력의학원 공동 502명 조사
암과 싸워 이겨낸 사람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나는 암을 이겨낼 수 있다’는 강한 확신이었다.
 
 암 전문 기관인 원자력의학원과 조선일보는 과거 원자력병원에서 암 진단 또는 치료 후 10년 이상 장기 생존하고 있는 사람 중 무작위로 502명을 추출해 전화 면접방식으로 그들의 특성을 조사했다.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한국리서치가 담당했다. 신뢰도는 95% 신뢰 수준에서 허용 오차 ±4.4%이다. 암 완치자에 대한 대규모 설문조사는 이번이 국내 최초다.

◆ 장기 생존자 여자가 71.9%
장기 생존자는 여자가 361명(71.9%)으로 141명(28.1%)인 남자보다 2.5배 정도 많았다. 이들이 앓았던 암의 종류는 자궁암(31.1%), 갑상선암(20.1%), 유방암(14.3%), 위암(11.8%), 대장암(3.8%) 순이었다.

 
진단 당시 암의 병기(病期)는 모름 또는 무응답이 34.9%로 가장 많았다. 병기를 아는 사람 중에서는 1기가 27.9%로 가장 많았으며, 2기 17.1%, 3~4기 16.7%, 말기 3.4% 순이었다.
 
 치료를 포기하기 쉬운 3기 이상이 20.1%에 달해 말기라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치료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장기 생존자의 현재 연령은 60대 이상 44%, 50대 33.5%, 40대 15.3%, 30대 이하 7.2%였다.

◆ 암 진단 전 ‘피로감’ ‘통증’ ‘소화불량’ 느껴
응답자의 93.8%는 암 진단 전 자신이 암에 걸릴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암을 발견한 계기와 관련해선 67.5%가 ‘평소와 다른 이상 증상을 느껴서’라고 응답했으며, 14.5%는 ‘우연히 알게 됐다’고 했다. ‘건강 검진을 통해 알았다’는 사람은 11.6%였다.
 
암 진단 전 이상(異狀) 증상(복수 응답)은 ‘심한 피로감을 느꼈다’(35.4%), ‘통증이 심했다’(29.5%), ‘소화가 잘 되지 않았다’(13%) 순이었다.
“암에 걸린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53.4%가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답했다. 특히 여성은 60.7%, 남성은 34.8%가 스트레스를 원인으로 꼽아 남녀 간 차이가 컸다. 흡연·음주(6.4%), 불규칙한 생활습관(6.2%), 유전적 요인(4.0%)을 암의 원인으로 꼽은 응답자는 예상 외로 적었다. 암 발병 원인을 생활습관 등 자신에게서 찾기보다 외부 환경 탓으로 돌리려는 욕구가 강한 것으로 풀이됐다.

◆ 암 판정 환자 74.9% ‘난 생존 가능’
암 판정 당시 의사로부터 얼마나 살 수 있는지를 통보받은 환자는 36.5%였으며, 63.5%는 통보받지 못했다. 그러나 응답자의 44%는 ‘반드시 생존할 것’으로, 30.9%는 ‘생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 장기 생존자 37.3% ‘입맛 당기는 대로 먹었다’
84.1%가 수술을 받았으며, 52.6%가 항암요법, 51.6%가 방사선요법을 받았다. ‘암이 전이됐을 땐 수술을 받으면 안 된다’는 속설(俗說)’이 난무하지만 암이 전이된 3~4기 환자의 78.6%가 수술을 받았으며, 말기 환자도 52.9%가 수술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체요법을 받은 사람은 20.9%였다. 남자(28.4%)가 여자(18%)보다 많았는데, 이는 남자 환자가 더 끝까지 치료를 시도하는 경향 때문으로 해석됐다. 대체요법을 받은 사람 중 효과가 있었다는 사람은 77.1%, 효과가 없었다는 사람은 11.4%였다. 암 치료를 위해 해로운 음식과 이로운 음식을 구분해 먹었다는 응답자는 19.1%에 불과했다. 37.3%는 ‘입맛이 당기는 대로 먹었다’고 답했으며, 30.5%는 ‘그저 하루 세 끼 규칙적으로 먹었다’고 응답했다.

◆ ‘나을 수 있다’는 확신이 완치의 비결
26.3%의 응답자가 ‘반드시 나을 수 있다는 확신’을 암 완치의 제1 비결로 꼽았다. ‘훌륭한 의사를 만난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21.5%로 2위, ‘수술과 항암·방사선요법 등 의사의 전문적 치료’라고 응답한 사람은 14.5%로 3위였다. 그 밖에 조기 검진(12.2%), 적절한 운동과 식이요법(7.8%), 가족의 이해와 도움(6.8%) 순이었다.

◆ 가장 걱정되는 것, 고통〉가족에 미안〉경제적 부담
장기 생존 암 환자의 40.2%가 ‘수술·항암·방사선 치료 과정에서의 고통과 부작용’이 가장 힘들었다고 답했다. 또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15.1%)을 두 번째, ‘경제적인 부담’(14.7%)을 세 번째 걱정거리로 꼽았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6.4%, ‘일상생활을 포기한 데 따른 사회적 소외감’ 5.0%, ‘삶에 대한 의욕 상실’ 4.0%였다. 치료 과정에서 신에 대한 믿음이나 신앙에 의지한 사람은 48.8%, 의지하지 않은 사람은 50.6%로 비슷했다.

임호준 기자 imhojun@chosun.com
최현묵 기자 seanch@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