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은 암환자가 겪는 가장 흔한 증상. 환자의 치료의지를 꺾는가 하면 불안과 우울감에 빠뜨려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따라서 암환자의 통증 관리는 환자의 투병을 돕는 가장 중요한 치료의 일환이다. 하지만 암환자를 위한 국내 의료기관의 통증 관리는 극히 초보적이다.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이사장 가톨릭의대 홍영선 교수)가 통증을 느끼는 암환자 3245명(63개 의료기관)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60.8%가 수명 연장보다 통증 감소를 원할 정도로 환자들은 통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또 통증 때문에 잠을 깬다고 답한 환자는 54%, 통증 부위가 여러 곳인 환자도 46%에 이르렀다.
환자들은 자신의 고통에 대해 의료진이 관심 갖기를 원했고(84.9%), 의료진에게 이 같은 통증을 자세히 말하고 싶어했다(68.5%). 특히 환자들은 시시때때로 나타나는 돌발통에 힘들어 했다. 전체 환자의 62%가 돌발통에 시달렸는데, 하루 5회 이상 통증이 나타나는 사람도 21%나 됐다. 통증 지속시간은 30분 이내가 67%, 한 시간 이상도 13%였다. 이처럼 암성 통증에 힘겨워하면서도 치료율은 낮았다. 통증 관리를 위한 처방을 받지 못한 사람이 37%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암성 통증에 대한 의료진의 인식은 어떨까. 조사대상 의료진 189명(간호사 6명 포함) 중 84.7%가 스스로 인식이 부족하다고 답했고, 97.4%는 통증에 대해 환자나 가족에게 최소한의 설명이나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심지어 환자가 말하는 통증 강도를 전적으로 믿을 수 있다는 의료진은 59.2%에 그쳤고, 환자의 통증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응답한 의사도 83.5%나 됐다.
이런 의식을 반영하듯 환자들은 의료진이 귀찮아할 것 같아(19.4%), 병치료에 방해가 될 것 같아(8.8%), 병이 나빠졌다는 얘길 들을까 겁나(19.9%), 검사하라고 권할 것 같아(11.9%) 자신의 통증을 감추고 있었다.
이번 조사 결과를 발표한 홍 이사장은 “빠른 진통효과, 그리고 먹거나 붙이는 등 다양한 제형의 진통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며 “여기에 약물 사용에 대한 규제도 풀린 만큼 환자와 의료진의 적극적인 통증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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