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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별 암/여성암

스크랩 ‘린파자’와 ‘제줄라’, 난소암 환자 재발 얼마나 미뤘나 [이게뭐약]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5. 6. 2.

린파자(왼쪽), 제줄라(오른쪽)/사진=한국아스트라제네카, 한국다케다제약 제공

난소암 환자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식생활의 서구화와 저출산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난소암은 재발이 매우 흔해 최종 생존율을 높이기 보다는 재발을 최대한 늦추면서 삶의 질을 유지하도록 돕는 방향으로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 BRCA 변이 환자의 유지요법에 쓰이는 'PARP 저해제' 또한 이러한 치료 목표를 반영한 약이라고 평가받는다. PARP 저해제의 특징과 차이점, 급여 현황에 대해 알아본다.

◇BRCA 변이, 환자 15~25%서 발견… 2010년대 초반부터 검사 급여화
BRCA는 종양을 억제하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로, 손상된 DNA를 복구하고 세포의 유전 물질이 안정화되도록 돕는다. 일반인 사이에서는 배우 안젤리나 졸리(49)가 유방 절제술을 받을 당시 널리 알려지기도 한 유전자 변이다. 종류는 BRCA1(17번 염색체)과 BRCA2(13번 염색체) 등 두 가지다. BRCA에 변이가 생기면 손상된 DNA는 복구되지 못하면서 일반 세포에 유전적 변화가 일어나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고등급 장액성 난소암(상피성 난소암의 하위 유형) 환자의 15~20%에서 발견되며, 학계에서는 종양에서 확보한 체세포 변이까지 포함할 경우 전체 난소암 환자의 약 25%가 BRCA 변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 모든 난소암 환자를 대상으로 BRCA 변이를 확인하고 치료에 활용하기 시작한 시점은 2013년 검사가 급여화되면서부터다.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최민철 교수는 "치료제를 급여로 사용할 수 있더라도, 일단 적용할 수 있는 검사가 먼저 급여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BRCA 변이가 있는 환자의 가족을 미리 검사해 잠재적인 환자를 예방적으로 선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PARP 저해제, 유지요법으로 사용… 재발 지연에 최적
검사가 급여화된 이후, BRCA 변이를 보유한 고도 상피성 난소암 환자의 치료에 'PARP 저해제'가 새롭게 등장했다. PARP 저해제는 암세포의 손상된 DNA 단일 가닥의 복구에 관여하는 'PARP'가 활성화하지 못하도록 차단해 암세포의 사멸을 이끄는 약이다. 현재 국내에서 허가된 PARP 저해제는 모두 유지요법(재발을 막기 위해 장기간 진행하는 치료)에서 사용할 수 있다. 수술 이후 항암치료를 6회 진행해 관해(암의 증상이 사라진 상태) 상태에 도달하면 유지요법으로 PARP 저해제를 복용하는 방식이다.

PARP 저해제가 유지요법에 허가된 것은 그만큼 난소암에서 유지요법이 매우 중요하다는 뜻이다. 난소암은 진단 당시 3~4기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1차 치료 후 관해를 보이더라도 유독 재발이 흔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에 학계에서는 난소암의 치료 목표를 '완치'나 '최종 생존율을 높이는 것'보다는 '재발을 최대한 지연시키는 것'으로 삼고 있다.

◇"린파자·제줄라, 재발 유의미하게 늦춰"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품목은 아스트라제네카의 '린파자정(성분명 올라파립)'과 다케다의 '제줄라캡슐(성분명 니라파립)' 등 두 가지다. 두 약은 모두 난소암 치료 목표를 잘 반영했다고 평가받는다. 가령 린파자는 임상 3상 시험 'SOLO-1'에서 BRCA 변이가 있는 환자들의 1차 치료 이후 질병 진행·사망 위험을 위약 대비 70% 감소시켰고, 제줄라는 임상 3상 시험 'PRIMA'에서 상동재조합결핍(HRD)이 있는 환자들의 질병 진행·사망 위험을 57% 낮췄다.

최민철 교수는 "실제 임상에서 환자들을 치료하다 보면, 3개월에 한 번씩 유지 치료를 위해 외래에 방문해 약을 받아가는 환자들이 다른 일반인들처럼 일상생활이나 직장생활을 영위하면서 재발도 낮추는 효과를 보고 있다"며 "10년 전 동일한 난소암으로 다른 치료를 받던 환자들은 쉽게 경험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작용도 관리 가능한 수준이다. 린파자는 빈혈, 오심(구역질), 피로감이 흔하게 나타나며, 제줄라는 흔히 혈소판 감소증, 고혈압, 오심이 주요 부작용으로 보고된다. 의료진들은 이러한 이상 반응이 발생할 경우, 대부분 일시적으로 투여를 중단한 후 용량을 줄여 안정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유영 교수는 "부작용은 대체로 예측 가능하고 관리 가능한 범위이기 때문에 환자 상태에 따라 유연하게 접근하면 치료 지속이 가능하다"며 "정기적인 혈액검사와 혈압 모니터링이 중요하며, 체중에 따른 약물의 초기 투여량 조절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난소암을 형상화한 모습/사진=클립아트코리아

◇허가 사항 조금씩 달라, 직접 비교 어려워
학계에서는 린파자와 제줄라는 모두 난소암 유지요법으로 고려할 수 있는 약제지만, 약제 간 명확한 차이점이 있어 효능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린파자는 ▲전체 생존기간(OS) 데이터가 있다는 점 ▲병용요법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SOLO-1 연구의 7년 추적 연구 결과, 린파자 투여군의 전체 생존율은 67%, 위약군의 전체 생존율은 46.5%로 나타났다. 즉, 린파자를 투약한 3명 중 약 2명은 7년차까지 생존함을 확인했다. 또다른 임상 3상 시험 'PAOLA-1'에서는 린파자와 항혈관신생제인 '베바시주맙'을 병용한 치료가 HRD 양성 환자의 질병 진행·사망 위험을 베바시주맙 단독요법 대비 67% 감소시켰다.

반면 제줄라는 전체 생존율 데이터는 없지만, HRD 양성 환자도 단독요법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됐으며 BRCA 변이가 없는 환자군에서도 의미 있는 효과를 보였다. 고위험 1차 치료 환자군(잔존 질환이 있거나 수술이 어려운 환자 포함)을 대상으로 단독요법의 효능을 입증했다는 특징도 있다. 예를 들어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은 난소암 1차 치료에서 베바시주맙을 사용하지 않은 환자라면, BRCA 변이 여부와 관계없이 제줄라 복용을 권장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제줄라에 대해 '임상적 유연성이 높은' 약이라고 평가한다.

이유영 교수는 "두 약은 유사한 기전을 공유하지만, 서로 다른 임상시험에서 다른 환자군을 대상으로 유효성을 입증했기 때문에 직접 비교를 통해 우열을 가리기는 어렵다"며 "단순 비교보다는 개별 환자의 유전적 특성이나 임상 상황에 따른 약제 선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급여로 접근성 향상… 전체 생존율은 지켜봐야
두 약 모두 환자가 조건을 만족할 경우, 1차 이상 유지요법에서 보험급여로 사용이 가능하다. 차이점이 있다면, 제줄라는 1차 유지요법에서 급여 인정 기간에 제한이 없는 반면, 린파자는 1차 유지요법의 경우 최초 투여 후 2년까지만 급여가 인정된다. 제줄라는 HRD 양성 난소암 환자로도 급여 기준을 확대했지만, HRD 검사가 여전히 비급여로 남아 있어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유영 교수는 "급여를 통해 치료 접근성이 확대되면서, PARP 저해제 유지요법을 통해 재발을 줄이고, 장기 생존을 기대할 수 있는 환자군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함과 동시에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게 됐다"며 "특히 먹는 약이라는 점에서 환자의 일상 회복과 치료 병행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다만, 전체 생존율의 경우 아직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을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의견도 있다. 린파자의 경우 임상적으로는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지만, 충족해야 하는 통계적 차이에 아깝게 도달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최민철 교수는 "PARP 저해제가 재발을 덜 시키는 것은 맞지만, 전체 생존율에서 아직 사망을 덜 시키지는 못했다"며 "임상시험 데이터의 해석에 신중할 필요가 있고, 추후 연구의 장기 추적 결과 보고를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5/05/30/202505300244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