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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스크랩 “독감도 치료한다”는 ‘감기 치료제’ 에키나포스? 정말 효과 있을까 [이게뭐약]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5. 2. 2.

 
사진=동국제약 제공
“감기는 약을 먹으나, 안 먹으나 1주일 간다”는 말이 있다. 감기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가 약 200여 종으로 매우 많아, 특정 바이러스를 없애는 치료제를 개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아직 감기 바이러스를 없애는 약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흔히 '감기약'이라고 부르는 약들은 원인을 치료하는 것이 아닌 바이러스 감염으로 생긴 열·기침 등의 증상을 개선하는 데 그친다.

최근 감기·독감 등 호흡기질환이 대유행하면서 SNS를 통해 인기가 급부상한 약이 있다. '감기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제품이라며, 일부 약사들은 “감기뿐 아니라 독감, 코로나19 증상까지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영상 등을 게시했다. 이 약은 한화제약에서 수입하고, 동국제약에서 판매하는 '에키나포스프로텍트정'이다. 허가받은 정확한 효능은 '기침·콧물·인후염·두통·발열·근육통과 같은 일반적인 감기 증상의 치료'다. 이 약, 정말 독감과 코로나19까지 치료해줄까?

◇‘이론’으로만 확인… 임상적 의미 따지기 어려워
에키나포스는 새로 나온 약은 아니다. 한화제약이 2009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를 받아, 판매에 나선 지 꽤 오래된 제품이다. 한화제약 관계자는 "스위스 보겔사에서 천연물 유래 일반약으로 허가받은 성분을, 해외 임상시험 자료와 해외 의약품집에 근거해 '감기 증상 치료제'로 허가받았다"고 했다. 국화과 식물인 '에키네시아'의 허바팅크(지상부)과 뿌리팅크(뿌리)에서 유효성분을 추출·합성해 개발한 생약 제제다.

몇몇 약사들은 SNS 등에서 “에키나포스가 감기뿐 아니라 독감 등 호흡기질환 증상 완화와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이론' 상으로만 확인된 내용이다. 에키나포스는 몇몇 연구에서 인플루엔자 표면에 있는 당단백질인 '헤마글루티닌'의 활성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헤마글루티닌은 체내 세포와 결합할 때 사용되는 감염 핵심 물질이다. 확대 해석은 금물이다. 대한약사회 소속 정대성 약사는 "2019년에 발표된 메타분석 연구에서 에키네시아가 리노 바이러스·아데노 바이러스 등 감기 바이러스와 독감·코로나19 등 상기도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는 증거가 나오긴 했다"면서도 "편향적 보고와 실험, 임상적 이질성이 존재해 임상적으로 의미가 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이어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사항으로 감기나 독감의 예방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고, 소규모 연구들로 잠재력이 확인됐다 정도로만 봐야 한다"고 했다.

지난 2021년 에키나포스는 효과 과대광고로 식약처로부터 행정처분을 받은 바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호흡기 질환에 효과가 있다는 입소문을 타고 당시에도 에키나포스가 큰 인기를 끌었다. 한화제약은 에키나포스 2차 포장에 ▲면역력 증강 ▲항바이러스 ▲항염증 작용 등 삼중효과를 내세우는 문구를 기술했고, 식약처는 허가받지 않은 문구로 국민에게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있다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보고 3 개월 광고 업무 정지 처분을 내렸다.

◇허가받은 임상시험 살펴보니
다만 감기 증상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만큼, 감기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는 있다. 한화제약에서 허가받을 당시 제출한 임상시험 자료를 입수했다. 감기에 걸린 246명을 네 그룹으로 나눠, ▲에키나포스(표준 농도) ▲에키네시아 농축제(표준 농도의 일곱 배) ▲에키네시아 추출물(다른 조성) ▲위약을 하루 세 번 두 정씩 최대 1주일간 복용하도록 했다. 이후 감기 증상 열두 개와 관련해 불편 지수를 평가했다.

의사 평가 결과, 위약을 섭취한 사람은 감기 증상이 29.3% 완화됐는데, 같은 기간 에키네시아 농축·추출물과 에키나포스를 섭취한 사람은 증상이 두 배 이상 개선됐다. 에키나포스를 섭취한 사람은 62.7%, 에키네시아 농축제는 64.3%, 다른 조성의 에키네시아 추출물은 44.8% 감기 증상 심각도가 감소했다. 에키네시아 농축제가 에키나포스보다 조금 더 효과적이긴 했으나, 일곱 배 농축된 것에 비해 효과 차이가 크지는 않았다. 감기 지속 시간을 줄이는지는 평가하지 않아 알 수 없었다.

에키나포스의 감기 증상 치료 효과는 특정 감기 바이러스를 공격해 없앤다기 보다, 우리 몸의 방어 시스템을 강화해 나타난다. 정대성 약사는 "에키나포스의 주요 메커니즘은 체내 면역 세포에서 생성되는 단백질인 인터페론 반응을 강화해 면역 반응을 촉진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동시에 염증성 사이토카인 생성을 조절해, 염증 반응은 완화하면서 증상을 개선한다"고 했다. 대식세포와 NK 세포 등 외부 침입을 막는 면역 체계는 활성화하고, 이미 감염된 세포가 내뿜는 TNF-α 등은 줄여 염증 반응은 줄이는 것. TNF-α는 세포 자살을 유도하는 등 세포 내 감염을 제거하는 물질이지만, 염증 반응을 활성화해 열이 나게 유도하는 등 질환 증상이 나타나도록 한다. 또 바이러스나 세균 등 병원체는 몸속으로 들어오기 위해 피부를 뚫는 히알루로니데이즈를 분비하는데, 에키네시아는 이 효소의 기능을 저해해 병원체의 침투를 막는다.

◇복용 금기자 있어… 약사와 상의해야
아무나 먹어도 되는 약은 아니다. 에키네시아는 T세포를 자극할 수 있다. ▲자가면역질환 ▲다발성 경화증 ▲에이즈 ▲결핵 ▲장기이식 환자나 ▲면역억제제 복용자 등에게는 금기다. 또 12세 이상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8주 이상 장기적으로 복용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단기 복용의 안전성은 비교적 확립돼 있지만, 장기간 복용에 대한 연구는 부족하다. 8주 이상 장기 복용하면 간 손상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발적, 가려움증 등의 과민반응, 드물게 피부 부종, 두통, 호흡 곤란, 현기증, 저혈압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정대성 약사는 "임상시험으로 효과가 확인은 됐지만, 금기시되는 환자가 있고 다른 의약품과의 상호작용으로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며 "자신에게 맞는 약을 약사와 상의해 선택해서 복용하길 권고한다"고 했다.

한편, 국내에는 에키네시아 성분으로 식약처 허가를 받은 일반의약품이 하나 더 있다. 고려제약의 '이뮤골드액'이다. 이뮤골드는 '감기 치료제'가 아닌, '재발성 기도 감염의 보조 효과'로 허가받았다. 무슨 차이인지 취재해 보니, 추출 부위가 달랐다. 이뮤골드액은 에키나포스 '꽃' 부위를 압착·추출한 성분을 담았고, 독일 의약품집 효능 효과를 기반으로 허가를 받았다. 고려제약 관계자는 "독일 의약품집의 문구를 그대로 해석해 오면서 '감기 치료제'가 아닌 '재발성 기도 감염의 보조 효과'로 허가받은 것"이라고 했다. 에키나포스와 마찬가지로 감기, 독감, 코로나19 등 호흡기질환 예방·치료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5/01/31/2025013101282.html
 

출처: 크리에이터 정관진 제1군단 원문보기 글쓴이: 니르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