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수의 우울증클리닉] "상담과 항우울제 중 우울증 치료에 더 효과적인 방법은 뭔가요?" 누구나 궁금해하는 질문이다. 그러나 누구도 명확히 답하기 어려운 물음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된 연구는 차고 넘칠 정도로 많지만 아직까지 확답을 얻지 못했다. 수많은 항우울제의 치료 효능을 비교해서 평가하는 것도 어려운 작업인데, 수많은 상담 치료법과 약물 치료를 통합적으로 비교해서 무엇이 우울증에 더 효과적인지를 결정한다는 건 난제 중의 난제라 할 수 있다. 암스테르담 브리제대학의 핌 쿠이퍼스 박사는 일차 진료 기관에서 상담(psychotherapy·정신치료가 올바른 표현이나 일반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 글에서는 상담이라고 번역함), 항우울제 치료, 그리고 상담과 항우울제 치료를 모두 시행받은 우울증 환자들이 각각 얼마나 좋아졌는지를 비교했다. 우울증 치료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지금까지 시행된 연구 논문 58편에서 9301명 피험자를 추출해 네트워크 메타분석을 시행했다. (1)상담 없이 약물치료만 단독으로 시행한 경우와 (2)약물 치료 없이 상담만 받은 환자군을 (3)위약(placebo)을 복용한 환자군과 (4)아무런 치료도 받지 않고 진료를 기다리고 있는 대기자 환자군으로 나눠 치료 효과를 비교했다. 원래 있던 우울 증상이 50% 이상 감소하면 치료 반응이 나타난 것으로 정의하고, (1)부터 (4)까지 네 가지 피험자군에서 치료 반응률에 차이가 있는지 분석했다. 결과를 요약하면 항우울제를 복용하지 않고 상담만 받은 환자와 반대로 상담 없이 약물 치료만 받은 환자군 모두에서 동등한 수준의 효과가 나타났다. 그런데 상담 혹은 항우울제 중 한 가지 치료만 하는 것보다 이 두 가지를 함께 시행받은 경우에 치료 효과가 더 좋았다. 우울증에서는 상담과 약물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이 둘 중 하나만 받은 환자군에 비해서 치료 반응률이 35%나 높았다. 결론적으로 약제를 복용하든 상담을 받든 우울증에는 이 두 치료법 모두 효과적이다. 그런데 상담을 받았지만 우울증이 개선되지 않았거나 반대로 항우울제로 꾸준히 치료했는데도 뚜렷한 반응이 나오지 않는다면 약물 치료와 상담을 병행하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 일반적으로 우울 증상이 심각할수록 상담보다는 약물 치료의 효능이 더 좋고, 경증에 가까울수록 상담과 약물 치료의 효과는 엇비슷하다. 그런데 이 논문에서 우울증의 심각도에 따라서 어떤 치료가 더 효과적인지를 분석한 결과는 내놓지 않았다. 일반인이 통칭해서 '상담'이라고 부르는 것에도 수많은 치료 기법들이 존재한다. 긴 쇼파에 환자를 눕혀놓고 무의식과 전이를 분석하는 정신분석부터, 우울증 환자의 왜곡된 사고방식을 교정하는 인지치료, 행동을 변화시켜 무기력과 무감동을 없애려는 행동활성화치료, 매순간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알아차리고 무비판적인 수용을 촉진시키는 마음챙김치료까지 다양한 정신치료법들이 우울증 환자를 돕기 위해 계발됐다. 세계 여러나라 정신의학자들이 제안한 우울증 치료 가이드라인을 검토해보면 이중 인지행동치료와 행동활성화치료를 일차적으로 활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위슨콘신대학 심리학과 브루스 윔폴드는 상담에 대한 연구 논문들을 통합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통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놨다. 그는 상담의 효과가 각각의 치료법에 내재된 특별한 성분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 치료자 사이의 연대감과 치료에 대한 환자의 기대와 믿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상담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환자의 믿음이 있어야 치료 효과가 나타나며, 상담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환자가 그 치료에 대해 믿음을 갖도록 유도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 헤더 크렐 등은 항우울제에 대해 환자가 갖는 기대와 믿음이 치료 효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고자 연구를 시행했다. 그녀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신과 환자가 자신이 복용할 약제가 효과적일 것이라고 기대를 갖는 경우 치료 반응률이 90%에 이르는 반면, 미약한 도움만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여기는 환자들의 치료 반응률은 고작 33%에 그쳤다. 약물 치료 효과에 대한 환자의 믿음이 강할수록 치료 성공률도 높아진다는 뜻이다. 항우울제를 복용하더라도 그것이 자신의 우울증에 도움이 안 되거나 아주 적은 효과만 가져다줄 거라고 믿으면 치료에 실패할 가능성이 커진다. 어떤 우울증 환자는 약물 치료보다 상담 받기를 원한다. 반대로 상담보다 항우울제를 선호하는 환자도 많다. 실제 임상 현장을 경험해보면 환자가 어떤 치료를 원하는지 잘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 환자에게 어떤 치료를 원하느냐고 물으면 "나는 선생님을 믿고 있으니 알아서 해주세요"라고 치료자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사례부터 "선생님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먼저 말씀해주세요. 그러면 그걸 들어보고 제가 알아서 판단할게요"라며 자기 주장을 우선에 두는 경우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치료에 대한 의사 결정 과정에 환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일컬어 'Shared Decision Making' 우리말로 번역하면 '공유 의사 결정'이라고 부른다. 의사가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제공하고, 환자도 자신의 병력과 함께 질병에 대해 알고 있는 바와 선호하는 치료에 대한 생각을 개진하면 의사와 환자가 이러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서로 의견을 교환해가면서 치료적인 판단에 도달하는 것을 일컫는다. 진료과에 상관 없이 요즘 의사들은 환자와 환자 보호자 모두 진료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경향이 과거 보다 훨씬 강해졌다는 것을 느낄텐데, 정신건강의학과도 예외는 아니다. 환자가 증상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나는 어떤 스타일의 치료를 원하는가?'에 대해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다. 의사에게 어떤 치료를 받고 싶은지, 그것이 상담이라면 어떤 유형을 원하는지, 항우울제를 복용한다면 어떤 기전의 약제인지, 그리고 치료 과정을 어떻게 진행했으면 하는지에 대해 환자도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밝히는 것이 좋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5/01/23/2025012301958.html |
출처: 크리에이터 정관진 제1군단 원문보기 글쓴이: 니르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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