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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의 장/게시판

스크랩 탈북해서 남한 온 이들, 오래 살수록 ‘이 병’ 많이 생겼다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4. 12. 26.

“북한이탈주민 남한 정착 후 건강 상태 추이, 확인”
 
북한이탈 남성은 뇌경색 발병 위험이 매우 높았다. 남한 거주 기간이 길어질수록 발병률이 가파르게 올랐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북한이탈주민이 남한에 정착한 후, 거주 기간에 따라 건강 상태가 어떻게 변했는지 확인한 연구 결과가 최근 통일보건의료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유전적으로 동일한 인구가 다른 환경 변화에 놓였을 때 미치는 영향을 유추할 수 있게 됐다. 북한이탈주민의 건강 상태를 남한 주민과 비교·분석한 고려대 안암병원 연구팀은 "지금까지 정보가 제한돼 알 수 없었던 북한이탈주민의 건강 패턴을 파악해, 적절한 건강 검진 이행의 기초를 마련하는 게 이번 연구의 목적"이라며 "전반적으로 북한이탈주민의 심혈관질환, 암 발병 위험이 남한 주민보다 높았다"고 했다.

◇이민자, 주 거주자보다 건강한데… 북한이탈주민은 아니었다
기존 이민자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보통 열악한 환경에서 다른 곳으로 이주한 이민자는 건강 상태가 좋아지면서 사망률이 기존 거주자보다 감소한다. 이를 '건강한 이민자 효과'라고 부른다. 북한이탈 남성은 이와 다른 건강 패턴을 보였다. 여성은 남한 여성보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이 낮았는데, 남성은 남한 남성보다 오히려 높았다. 고려대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김경진 B 교수팀은 건강보험 공단 자료를 이용해 북한이탈주민 2만 6123명과 남한 주민 130만 144명을 2002년부터 2022년까지 건강 상태를 분석했다. 북한이탈주민 1명 당 약 50명의 성별·생년월일이 일치하는 남한 주민을 매칭해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 심혈관질환·암·감염성질환·트라우마·상해 등에 의한 사망률을 비교했다. 그 결과, 남성은 모든 경우에서 북한이탈주민이 남한 주민보다 사망률이 더 높았다. 북한이탈주민 여성은 감염성 질환, 트라우마·상해에서만 남한 주민보다 사망률이 높았다. 김경진 B 교수는 "북한이탈 여성은 회복탄력성 덕분인지 기존 이민자 연구와 비슷한 결과를 보였는지만, 남성은 다른 패턴을 보였다"며 "그 이유는 취약한 경제적·사회적 환경과 심리적 스트레스가 주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어 "남녀 모두 정신건강 문제가 있었으므로, 자해 위험군에 대한 정신건강 서비스와 사회적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북한이탈 남성, 뇌졸중 발병 위험 매우 커
연구팀은 우리나라와 북한의 주된 사망 원인인 '심혈관질환'과 '암'에서 구체적인 발병 위험 차이를 따져봤다. 현재 우리나라 사망 원인 1위 질환은 암, 2위는 심혈관질환이고, 북한은 1위 심혈관질환, 2위 암이다.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은 북한이탈주민이 남한 주민보다 현저히 높았다. 고려대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김정아 교수팀도 건강보험 공단 자료에서 심혈관계 질환 유병자를 제외해, 분석했다. 그 결과, 심혈관질환 누적 발생률이 ▲북한이탈 남성 ▲북한이탈 여성 ▲남한 남성 ▲남한 여성 순으로 높았다. 북한이탈 여성은 심혈관질환 사망률이 낮았던 것에 비해, 질병에 걸릴 위험은 높았다.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특히 뇌경색 위험이 북한이탈주민에서 두 배 가까이 높았다. 허혈성 심장질환 위험은 큰 차이가 없었다. 북한이탈주민은 남한 거주 기간이 길어질수록 심혈관질환 발생률이 가파르게 올라갔다.

원인을 찾기 위해 생활 습관을 조사했더니, 북한이탈주민이 남한 주민보다 ▲술을 마시는 빈도가 높고 ▲생활 운동 빈도가 낮았다.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을 높이는 동반질환율은 모두 남한 주민이 더 높았지만, 적절한 약물 치료를 받는 비율도 남한 주민이 높았다. 적절한 치료가 질병 발병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아 교수는 "생활 습관 교정, 의료 서비스,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북한이탈주민의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을 높인 주요인으로 보인다"며 "북한이탈주민이 의료급여 상태에서 벗어난 후에는 의료 이용을 적절히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이탈주민은 첫 5년간만 의료급여를 지원받는다.

◇췌장암·유방암, 남한 주민에 더 많이 발생
암 발병 위험도 전반적으로 북한이탈주민이 남한 주민보다 높았는데, 암종·성별에 따라 차이가 났다. 고려대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김경진A 교수팀 분석 결과, 전반적으로 북한이탈주민에서 발병 위험이 더 높은 암으로는 ▲구강암 ▲위암 ▲담낭암 ▲후두암 ▲폐암 ▲자궁암 ▲난소암 ▲방광암 ▲뇌암 등이 있었고, ▲간암 ▲자궁경부암은 눈에 띄게 발병 위험이 매우 높았다. 김경진 A 교수는 "간암을 유발하는 주원인은 B·C형 간염인데, 남한에서는 백신 접종으로 B·C형 간염 발병 위험이 많이 낮아졌지만, 북한에서는 그렇지 않아 간암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자궁경부암도 마찬가지로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 보급률에 따른 차이라고 유추한다"고 했다.

반면, ▲식도암 ▲대장암 ▲췌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고환암 ▲콩팥암 ▲혈액암 등은 북한이탈주민에서 남한 주민보다 발병 위험이 낮았다. 김경진 A 교수는 "명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는데, 생활 습관이 서구화될수록 해당 암들의 발병 위험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며 "실제 북한이탈주민의 남한 거주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 암종들의 발병 위험도 커지는 추세를 보였다"고 했다.

다만, 같은 북한이탈주민에서도 성별에 따라 호발하는 암종 유형이 매우 달랐다. 남성은 폐암, 간암 발병 위험이 매우 높았고, 전립선암 위험이 낮았다. 여성은 위암, 자궁경부암, 갑상선암 위험이 높았고, 유방암 위험은 낮았다. 김경진 A 교수는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표적 감시와 맞춤형 암 검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북한이탈주민, 정신 질환 위험 커
북한이탈주민의 정신 건강은 남한 주민보다 확연히 안 좋았다. 전북대 정신과학과 정영철 교수팀 연구 결과, 북한이탈주민에서 남한 주민보다 초발 조현병 발생 위험이 네 배나 높았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수입, 신체 질병 등을 보정하니 오히려 조현병 발병 위험이 낮아졌다.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소희 과장의 발표에서도 트라우마, 조울증, 우울증, 불안증 등의 위험이 모두 북한이탈주민에서 더 높았다.

한편, 위 연구는 학술지 게재 전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내용이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4/12/23/2024122302159.html
 

출처: 크리에이터 정관진 제1군단 원문보기 글쓴이: 니르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