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진단검사의학회 윤여민 학술이사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사진=한국로슈진단 제공
"진단검사의학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모든 국민이 그 중요성을 체감했듯이, 국민 국가 보건 의료 체계 근간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다. 이미 도래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디지털 기술과의 융합으로 보건·의료 빅데이터의 가치가 부각되면서 의료 데이터를 생성·관리하는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전사일 이사장(서울아산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은 5일 서울특별시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로슈진단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에 따르면, 진단검사는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으로 인해 대중의 주목도가 크게 높아졌다. 당시 코로나19 확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PCR(유전자 증폭) 검사나 신속 항원 검사를 비롯한 진단검사가 사용됐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증상이 있음에도 음성으로 판정되거나, 증상이 없음에도 양성으로 판정되는 여러 사례가 등장하면서 진단검사의 중요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의료법에 명시된 '필수 의료'… 디지털 기술 융합되면서 가치 상승
실제로도 진단검사의학과는 의료법을 통해 명시된 필수 의료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엄태현 정책이사(일산백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진단검사는 평균적으로 의학적 결정의 약 60~70%에 영향을 미친다"며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진단검사에 대한 의존도는 100%였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의 팬데믹으로 인해 진단검사에 대한 주목도가 크게 높아졌다"면서도 "진단검사의학과는 원래 의료법이 규정하는 종합병원 요건 내 필수진료과목 중 하나"라고 말했다.
진단검사의학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면서 디지털 기술과의 융합이 하나씩 이뤄지고 있고, 이에 따라 빅데이터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통해 데이터 기반의 질병 진단·예측, 의료 AI(인공지능), 신약·의료기기, 개인별 맞춤 의료·건강관리 서비스 개발이 가능해진 것이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윤여민 학술이사(건국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보건의료 데이터와 인공지능 관련 시장 규모는 국내 기준 2023년 2456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 바 있다"며 "국내 보건의료데이터의 경제적 가치는 최대 2조원 규모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의료 데이터 접근 폐쇄적… 참고치 표준화 필요
다만 전문가들은 진단검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향후 보완이 필요한 부분도 지적했다. 첫 번째는 검사 데이터의 접근성이다. 우리나라는 공공·민간 의료 데이터들의 품질 관리와 표준화 작업 체계가 미흡하고 서로 연계되기 어려운 폐쇄적·독점적 시스템 환경이 조성돼 있어,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의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민간 대형 병원의 경우 데이터 공개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으며, 설령 공개하더라도 최소 활용 원칙을 근거로 환자의 동의하에 제한적으로 접근하도록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데이터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가명 처리 등을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이와 관련된 논의는 현재 시작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여민 학술이사는 "현재 가이드라인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과 생명윤리법 등 법적인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고, 개인정보를 가명으로 처리하더라도 그마저도 보호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향후에는 이 같은 장벽들이 점차 보완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판정 기준 참고치의 표준화 문제다. 진단검사를 사용하려면 결과값뿐만 아니라 판정 기준이 필요한데, 이 판정 기준 참고치가 제조사마다 달라 표준화된 항목이 제한적이라는 것. 따라서 학계에서는 진료 지침을 디지털화해 알고리즘을 만들기 위해서는 각 제조사의 판정 기준 참고치를 표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만 윤여민 학술이사에 따르면, 이러한 표준화 과정은 높은 비용이 소요된다. 즉, 제조사에서는 꼭 필요한 검사가 아니면 표준화의 동기부여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검사 필요성의 기준은 어떻게 나뉠까. 윤여민 학술이사는 간담회 종료 후 헬스조선과의 짧은 인터뷰에서 "유병률이 낮고 검사 빈도가 떨어지는 항목들이나, 영상처럼 진단검사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구비돼 있는 질병들은 우선순위가 밀릴 가능성이 있다"며 "유병률과 중증도가 표준화의 우선순위에 균형 있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로슈진단 진단검사사업부 조성호 전무가 뇌척수액 검사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사진=한국로슈진단 제공
◇고령 인구 증가… 알츠하이머병 조기 진단검사 중요성 커진다
한편 진단검사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조기 진단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대표적으로 조기 진단검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질병이 있다. 바로 알츠하이머병이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내년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해 50년 후에는 국민 2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이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노년 부양비가 전 세계 237개국 중 3위로 예측된 만큼 의료 시스템의 부담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결국 고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알츠하이머병 조기 진단검사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
실제로 고가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인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의 연말 비급여 출시를 앞두고 최근 대한치매학회가 발표한 레켐비 사용 권고안에 따르면, 약제 사용의 적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 검사 또는 뇌척수액(CSF) 검사를 통해 뇌 아밀로이드 바이오마커의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다만 PET 검사의 경우 비용이 워낙 높고 검사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 환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반면 뇌척수액 검사는 로슈진단이 개발·제시한 대안으로, 검사 소요 시간을 줄이고 비용을 절감해 조기 진단을 가능하게 했다고 평가받는다. 한국로슈진단 측에 따르면, PET 검사와 뇌척수액 검사의 비용은 5배가량 차이가 있다.
이에 업계는 뇌척수액 검사가 새로운 기전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의 도입, 후 질병의 진단·치료에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로슈진단 진단검사사업부 조성호 전무는 "학회가 보통 권고안을 발표할 때 특정 회사를 명시하지는 않지만, 대한치매학회 권고안에 포함된 CSF 뇌척수액 검사는 로슈진단의 것이 맞다"며 "향후에는 알츠하이머병의 진단검사뿐만 아니라 사전 선별검사와 치료, 모니터링 단계까지 환자의 전체 의료 여정을 포괄하는 검사를 제공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4/11/05/202411050206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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