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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치료/항암

스크랩 “항암치료는 큰 병원에 가서? 부작용 발생 대비해 연고지에서 받기를”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4. 10. 24.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종양내과 박형순 교수./사진=신지호 기자

한국인 사망 원인 부동의 1위는 암이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기대수명까지 생존할 경우 남자는 다섯 명 중 두 명, 여자는 세 명 중 한 명이 암에 걸린다. 그만큼 암은 두려운 존재이면서도 우리 삶에 매우 가까이 있는 질환이다. 불과 2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암 진단은 사망 선고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에는 상황이 많이 변했다. 암 발생 중 30%는 예방할 수 있고 30%는 조기 진단과 치료로 완치할 수 있으며 나머지 30%는 적절한 치료로 진행의 속도를 늦추는 게 가능하다. 여기에는 항암제의 발전이 큰 영향을 끼쳤다. 1940년대 1세대 항암제부터 2000년대 초, 2세대 항암제를 거쳐 2010년대 면역항암제까지, 새로운 항암제의 개발과 승인으로 치료 가이드라인이 지속적으로 변하고 있다. 그만큼 환자들도 최신의 그리고 최상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 그러나 항암치료의 목적, 임상시험의 의미 등 기본적인 것들은 점점 등한시되고 있다. 항암치료에 대해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종양내과 박형순 교수에게 물었다.

-항암치료의 목적은 무엇인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암 수술 전에 종양의 크기를 줄이는 것이다. 두 번째는 수술 후 재발을 방지하는 걸 목적으로 보조적으로 시행하는 경우다. 그 다음 세 번째는 암이 재발하거나 전이돼 완치를 목적으로 하는 수술이 어려울 때 적용하는 경우다. 가장 흔한 사례로 통증 및 증상을 완화하거나 생존 기간을 늘리는 게 목적이다. 마지막 네 번째는 국소 진행성 간암 등에서 방사선 치료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함께 적용되는 경우다."

-환자들도 항암치료의 목적에 대해 잘 인지하는 편인가?

"그렇지 않다. 앞서 말했듯 수술이 어려운 암 4기 환자는 증상 완화를 목적으로 항암치료를 시작한다. 보통 3~6개월 치료하는데 반응이 좋을 때는 괜찮다. 그런데 어느 순간 상태가 나빠지면, 처음부터 완화 목적이라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몇 달씩 상태가 괜찮았다는 걸 근거로 완치가 되는 줄 알았다고 말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많다. 암 치료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반응이라 생각하지만 항암제의 종류나 효과 등에 갖는 관심에 비해 항암치료의 목적은 등한시되곤 한다. 항암치료의 목적을 정확히 알아야 그 다음 일에 대비 할 수 있다. 항암치료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지점이다."

-항암제는 종류가 많다. 어떻게 구분하나?

"흔히 1세대, 2세대, 3세대라고 얘기한다. 각각 세포독성항암제,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를 뜻한다. 간혹 3세대 항암제의 효과가 월등한 것 아니냐고 물어보는 환자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개발된 순서에 따라 나눠졌을 뿐 약제마다 성격이 다르고 장단점이 있다. 환자의 상태나 유전자 표적 등을 고려해 어떤 약을 사용할지 정한다."

-세포독성항암제는 부작용이 큰 것으로 유명하다. 왜 그런가?

"세포독성항암제는 빨리 분열하는 세포를 타깃으로 한다. 기본적으로 암세포는 세포 분열이 빨리 이뤄지기 때문에 세포독성항암제를 사용해 사멸시킨다. 그러나 우리 몸에는 빨리 분열하는 세포가 많다. 모낭이나 점막, 골수 등에 있는 세포들도 세포독성항암제에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여러 부작용이 나타난다."

-부작용으로 항암치료가 중단되는 경우도 있나?

"그렇다. 비율로 따지면 10명 중에 한두 명이다. 부작용의 종류는 약이나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르다. 폐렴이 생겨 숨이 찬다든지 장염으로 식사를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면역 기능이 떨어져 패혈증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런 식의 부작용이 나타나면 항암치료를 이어가기 힘들다."

-표적항암제는 어떤가?

"표적항암제는 말 그대로 특정한 표적을 대상으로 하는 약제다. 만성 백혈병에 사용되는 '글리벡'이 최초의 표적항암제라고 볼 수 있다. 표적은 암의 성장이나 전이를 유발하는 인자다. 암은 특정 인자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100개의 암세포가 있다면 99개는 특정 인자를 가지고 있다. 예컨대 만성 백혈병은 ‘BCR/ABL’이라는 인자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특정 인자를 표적으로 삼으면 드라마틱한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표적항암제는 내성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표적항암제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다만 표적항암제에서 더 부각되는 이유가 있다. 암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다이내믹하다. 살아있는 세포다 보니 세포독성항암제든 표적항암제든 어떤 치료가 들어가면 극복해내기 위한 저항 기전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세포독성항암제는 빨리 분열하는 세포는 전부 공격하기 때문에 내성이 생겨도 뭐 때문에 생겼는지 파악하기가 어렵다. 반면, 표적항암제는 a라는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치료하다가 b라는 돌연변이가 생기면 그에 맞는 약을 개발할 수 있다. 즉, 내성의 원인을 확인해서 극복할 만한 여지가 있기 때문에 표적항암제 분야에서 내성이라는 키워드가 부각되는 경향이 있다."

-면역항암제는 무엇인가?

"세포독성항암제, 표적항암제처럼 세포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면역계를 활성화시켜 암세포를 공격하게 만드는, 완전히 다른 개념의 약제라고 할 수 있다. 앞선 두 항암제과 가장 크게 구별되는 특징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효과가 일부 환자에서 오랫동안 유지된다는 점이다. 다른 항암제와 비교했을 때 부작용은 경미하다고 볼 수 있다. 부작용이 발생하는 기전은 자가면역질환을 떠올리면 쉽다. 활성화된 면역세포가 우리 몸을 돌아다니면서 정상 조직을 공격하면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가장 흔한 경우는 갑상선으로 활성화된 면역세포가 갑상선을 공격하면 갑상선염이 발생한다. 폐를 공격하면 폐렴, 간은 간염이 된다. 우리 몸의 모든 장기에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데 입원이 필요할 정도의 심각한 경우도 5% 미만으로 발생한다."

-여러 항암제를 같이 사용하기도 하나?

"그렇다. 세포독성항암제는 내성이 빨리 생기는 편이다. 그런데 면역항암제는 일부 환자들에게 효과가 오랫동안 지속된다는 특징이 있다. 두 항암제의 장점이 시너지를 발휘시키도록 만들기 위해 순차적으로 투여를 한다. 이러한 병용요법은 이미 많은 암에서 표준 치료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종양내과 박형순 교수./사진=신지호 기자

-항암제의 최신 트렌드는 무엇인가?

"병용요법 말고 개발 단계에서부터 약제를 합치는 약물이 있다. ‘항체-약물 접합체(ADC)’라고 하는데 특정 표적을 발현하는 세포에만 세포독성항암제가 전달될 수 있게 만들어 정상세포에는 독성을 최소화하면서 표적 암세포에는 높은 농도의 항암제가 전달되게 하는 게 목표다. 사실 항체-약물 적합제가 개발 된지는 좀 됐는데 최근에 더 이슈가 되는 이유로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라는 약제를 꼽을 수 있다. 유방암에서 기존 약제는 내성이 생기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 그런데 엔허투는 28개월, 즉 4배 정도 길다. 지금까지 경험할 수 없었던 반응률을 보여주면서 항체-항물 접합제라는 카테고리 자체가 이슈화됐다. 현재도 굉장히 많은 임상시험이 진행되는 등 항체-약물 접합체는 항암제 시장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항암제를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암마다 매우 다르다. 약제 개발이 가장 활발한 암 중 하나인 폐암을 예시로 설명하자면 표적을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표적이 확인된다면 표적항암제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표적이 확인되지 않으면 가이드라인을 따라 세포독성항암제, 면역항암제 병용치료나 세포독성항암제 단독 사용을 고려한다."

-치료 전에는 어떤 검사가 진행되나?

"결국엔 표적을 찾고자 하는 검사들이다. 흔히 바이오마커, 생체표지자 등 어려운 얘기들이 나오는데 앞서 표적항암제에서 설명했던 암의 성장이나 전이를 유발하는 인자들을 찾는 게 목적이다.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첫 번째는 암 조직을 떼어난 다음 확인하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혈액에서 확인하는 것이다. 최근 여러 유전자 변이를 한 번에 검사할 수 있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을 이용해 시간과 암조직의 손실을 아끼는 방향으로 검사가 진화하고 있다. 조직검사는 한계가 몇 가지 있다. 확진이나 유전자 검사 등에 조직을 다 써버리면 다시 채취해야 한다. 젊은 환자야 조직검사가 어렵지 않을 수 있지만 고령의 암 환자는 출혈이나 감염 등의 합병증이 큰 문제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최근에는 혈액을 통해 표적을 확인하는 ‘액상생검’이 활용되고 있다."

-항암제 개발이 가장 더딘 암은 무엇인가?

"뼈에 생기는 육종처럼 드문 암이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흔하지만 서양에서는 드문 담도암도 항암제 개발이 더딘 측면이 있다. 그래도 요즘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임상시험이 굉장히 많이 진행되고 있어서 좋은 소식이 들리지 않을까 한다."

-임상시험이 항암제 개발의 열쇠라던데?

"그렇다. 현재 우리가 표준 치료라고 부르는 것들의 근거는 대부분 임상시험에서 나온다. 효과가 있다는 게 통계적으로 입증이 돼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임상시험이 없었다면 신약은 물론 현재 많이 쓰고 있는 약제들의 개발이 이뤄질 수 없었을 것이다. 항암제 발전에 꼭 필요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10년 전만 해도 ‘왜 나를 실험쥐로 쓰려고 하냐’는 식으로 묻는 환자들이 많았다. 요즘에는 워낙 정보들이 많으니까 조금 더 긍정적인 측면들이 많이 부각되는 것 같다. 비용이 안 들기도 하고, 표준치료 보다 더 진보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환자에게 임상시험을 권하기가 예전보다 수월해진 측면이 있다. 여전히 부작용에 대해 우려하는 환자도 많다. 물론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 다만 임상시험을 시작하면 제약회사 입장에서도 굉장히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실패했을 때 타격도 크다. 그렇기 때문에 기전적으로 더 나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 기대되는 약으로 세포, 동물 실험을 거친 다음에 임상시험을 진행한다. 진료 때도 환자들에게 말하지만, 어떤 약제든 효과만 있는 건 없다. 임상시험도 득실을 철저하게 따졌을 때 득이 크다면 참여하는 식으로 결정해야 한다."

-항암치료는 큰 병원에서 받아야 한다는 인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큰 병원이 항암치료를 더 잘할 것이라 여기는 환자들이 많다. 전문가들이 봤을 때 가장 큰 차이는 ‘임상시험을 진행하느냐’이다. 암종, 표적, 병기, 환자의 상태에 따라 어떤 약을 어떻게 쓸 지는 우리나라 어디서든 똑같다. 가이드라인을 따르기 때문이다. 가이드라인을 벗어난 항암치료는 오직 임상시험에서만 가능하고, 이때는 규모가 큰 병원에서 임상시험을 주로 진행한다.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는 경우는 암환자 열 명 중 많아야 세 명 정도다. 이 경우가 아니라면 다니던 병원에서 받기를 권한다. 항암제는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경미할 수도 있지만 굉장히 치명적일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주치의가 멀리 있으면 아무래도 조치가 지연될 수 있다. 따라서 표준치료를 받는다면 연고지에서의 치료도 충분히 좋은 옵션이라고 생각한다."

-항암치료 도중 식습관에 대해 궁금해 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항암치료를 받으면 체력이 쉽게 떨어지므로 잘 먹는 게 중요하다. 어떤 음식이 좋다고 얘기하기는 어렵고 단백질 섭취하면 항암치료를 견디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건강기능식품에 대해 많이 물어보는데 약국에서 파는 비타민처럼 검증된 것들은 복용해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 모르는 엑기스 등은 권하지 않는다. 항암제 자체도 간수치를 높일 수 있는데 엑기스 등을 복용하면 간수치를 높이는 원인이 항암제인지 엑기스인지 분간이 안 간다. 실제 항암치료 중 엑기스 등을 복용하다 심각한 간염이 발생해 항암치료를 중단하는 사례도 있다."

-항암치료를 앞둔 환자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항암치료를 받는다고 하면 주변인들로부터 굉장히 다양한 말을 듣게 될 것이다. 음식 추천부터 시작해서 수술은 받는 게 좋다 안 받는 게 좋다 등 매우 다양하다. 주치의랑 상의를 해서 올바른 결정을 해야겠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이다. 암을 진단받은 사람 중 5% 정도는 치료를 안 한다. 그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항암치료의 고통보다 일상을 잘 지내면서 마지막을 정리하는 게 더 행복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면 그게 더 옳은 선택이지 않겠나.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다. 본인이 생각했을 때 나중에 후회를 남기지 않는 선택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종양내과 박형순 교수./사진=신지호 기자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4/10/22/202410220087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