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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앞으로는 조직인자경로억제(TFPI, Tissue factor pathway inhibitor) 저해제가 혈우병 치료제의 대세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A·B형 무관하게 사용할 수 있는 만능 혈우병 치료제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11일(현지 시간), 만 12세 이상의 제8인자(FVIII) 응고 억제 인자가 없는 A형 혈우병 및 제9인자(FIX) 응고 억제 인자가 없는 B형 혈우병 환자의 출혈 감소와 일상적 예방요법 치료제로, 미국 화이자(Pfizer)의 ‘힘파브지’(Hympavzi 성분명: 마르스타시맙·marstacimab)를 허가했다. A·B형 무관 혈우병 치료제가 허가된 것은 이번이 세계 처음이다.
이번 허가는 화이자 측이 실시한 임상 3상 시험(시험명: BASIS)의 결과를 근거로 했다. 해당 시험은 혈액 응고 인자가 없는 만 12세에서 75세 미만의 A형 혈우병 또는 B형 혈우병 환자 116명을 대상으로 ‘힘파브지’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평가한 것이었다.
해당 임상은 국내에서도 실시됐다. 우리나라 식약처는 지난 2020년 2월 BASIS 연구의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한 바 있다. 모집된 국내 환자는 총 16명이었고 경북대학교병원 등 5개 병원에서 진행했다.
환자들은 첫 6개월 동안 대체 인자 치료(표준 보충요법 또는 일상적 예방요법)를 받은 후, 12개월 동안 ‘힘파브지’를 투여받았다. 그 결과, 힘파브지는 연간 출혈률(ABR)을 일상적 예방요법 대비 35%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표준 보충요법, 즉 수요 기반형(OD) ABR는 무려 9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3상에서 보여준 힘파브지의 안전성 프로파일은 임상 1·2상 결과와 비슷했다. 가장 흔한 이상 반응은 주사부위반응, 두통, 가려움증 등이었다.
‘힘파브지’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항응고 단백질인 조직인자경로억제(TFPI)의 양을 줄이고 활성을 줄이는 새로운 기전의 약물이다. 이를 통해 혈액응고에 중요한 효소인 트롬빈의 생성량을 늘린다. 그래서 조직인자경로억제(TFPI) 저해제로 불린다.
화이자는 간편하게 주 1회 간격으로 피하주사할 수 있는 ‘힘파브지’를 이번 분기에 미국에서 먼저 출시할 계획이다. 미국 FDA 허가의 근거가 된 BASIS 시험은 우리나라에서도 진행된 만큼, 화이자는 한국화이자를 통해 ‘힘파브지’의 국내 승인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힘파브지’는 조만간 유럽에서도 승인될 전망이다.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는 지난달, 8인자 및 9인자 억제인자가 없는 A형과 B형 혈우병 환자의 치료제로 ‘힘파브지’의 허가를 권고한 바 있다.
TFPI 억제제, 혈우병 치료 대세 자리잡을 듯 ... 현재 9개 기업 개발 중
혈우병은 선천적으로 혈액 응고 인자가 결핍되어 나타나는 선천성 출혈성 질환으로, 발병률은 1만 명 당 1명 꼴이다. 반복적인 출혈로 인해 관절의 형태적·기능적 이상이 점차 심해지며, 구인두강, 중추신경계 및 후복강 내에 출혈이 발생할 경우 생명에 치명적일 수도 있다.
혈우병을 유발하는 혈액 응고 인자는 현재까지 12가지로 알려져 있다. A형 혈우병은 제8인자, B형 혈우병은 제9인자 결핍이 원인이다. A형 혈우병은 전체 환자의 약 80%를 차지하고 B형 혈우병은 두 번째로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각의 결핍 인자가 다른 만큼, 그간 혈우병 치료는 유형에 따라 다른 약물을 투약했었다. A형 혈우병은 스위스 로슈(Roche)의 ‘헴리브라’(Hemlibra, 성분명: 에미시주맙·emicizumab)가 대표적이고, B형 혈우병은 특별한 약제 없이 혈장 제제를 수혈해 왔다.
참고로, B형 혈우병에 뚜렷한 치료제가 없는 것은 A형 혈우병에 비해 환자 수가 적은 탓에 제약·바이오 기업들과 연구 기관들도 약물 개발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등장한 ‘힘파브지’는 응고 억제 인자에 구애받지 않고 환자의 출혈을 조절할 수 있는 A·B형 무관 혈우병 치료제라는 점에서 혁신적 약물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힘파브지’의 조직인자경로억제(TFPI) 저해 기전 덕택이다. 조직인자(TF)는 주로 혈관 내피세포, 혈관 평활근 세포 및 일부 면역 세포에서 발현된다. 혈관이 손상되었을 때 혈액 응고를 촉진하는 기능이다.
그러나 과도한 TF의 활성은 혈전 생성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인체는 항상성 유지를 위해 조직인자경로억제(TFPI) 인자를 통해 TF의 활성을 낮춘다. 이로 인해 TFPI는 지속적으로 출혈하는 혈우병 환자들에게 혈액을 응고시킬 수 있는 매력적인 인자로 여겨졌고, 그 결과물이 TFPI 저해제 ‘힘파브지’다.
특히, ‘힘파브지’는 혈우병 치료제 시장에서 ‘헴리브라’ 입지를 위협하는 강력한 다크호스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헴리브라’는 지난 2023년 47억 달러(한화 약 6조 4000억 원)의 수익을 거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지만, A형 혈우병 환자에게만 사용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다른 업체들도 최근 TFPI 저해제 개발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 현재 9개 기업이 TFPI 저해제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표적으로 일본 다케다 제약(Takeda)의 ‘TAK-227’이 있다. 이 회사는 현재 임상 2상 시험에서 ‘TAK-227’을 평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GC녹십자 또한 TFPI 저해제 ‘MG1113’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이 회사는 국내에서 지난 2018년 12월 건강한 성인 및 혈우병 환자 41명 대상 ‘MG1113’의 내약성 및 약동학을 평가하는 임상 1상 시험을 진행했고, 2022년 완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GC녹십자는 ‘MG1113’의 약물 반응 및 부작용을 심층 탐구하기 위해 2022년 4월 1b상까지 연구를 확대했다. 현재 환자를 모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헬스코리아뉴스 이충만 admin@hkn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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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health.chosun.com/news/dailynews_view.jsp?mn_idx=535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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