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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정관진 제2군단/암환자를 위한 작은정보

스크랩 “제가 살 수 있을까요?” 답은 오직 하나… [아미랑]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4. 9. 16.

<당신께 보내는 편지>
 
이병욱 박사의 작품 <행복한 서귀포 여행> 25x39cm Acrylic on wood kitchen board 2024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초진 환자들의 얼굴을 보면, 할 수만 있다면 빨리 암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서 자유롭고 싶다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상을 살아가다 어느 날 갑자기 암이라는 진단을 받으면, 짧은 시간에 마음을 다잡기 어렵습니다. 너무 서러운 나머지 울어서 얼굴이 퉁퉁 부었거나, 근심 걱정과 불안이 가득한 얼굴입니다. 환자와 함께 들어오는 보호자도 누구 하나 여유 있어 보이는 사람이 없습니다.

“선생님, 저 이래가지고 살 수 있을까요?”
“그럼 사시지 않고요!”


제 환자들은 몇 번이나 지푸라기를 잡았다가 놓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그들에게 있어서 저는 마지막 지푸라기나 다름없습니다. 이렇게 찾아오는 환자들은 더 이상 기존의 치료로 자신의 암을 완치시킬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그렇게 판단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치료에 실패한 경험 때문에 그렇게 생각합니다. 암 진단을 받은 이후 수술, 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로 열심히 투병했지만 병세가 더 깊어지거나 호전되지 않은 경우입니다. 주로 제가 쓴 책이나 강연, 방송을 보고 오시거나, 저에게 치료 받은 기존 환자들의 소개로 찾아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들 중에는 재발해서 찾아오는 환자도 많습니다. 암이라는 병은 안타깝게도 재발 확률이 큰 병입니다. 할 수 있는 모든 치료를 한 뒤 나름대로 완벽한 치료라고 생각했는데도 몇 개월 내에, 혹은 몇 년 뒤에 재발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재발하면 이미 암 치료를 경험해 본 사람들은 극도의 불안감과 절망감을 느낍니다. 간혹 모르는 게 약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암 재발 환자들에게 딱 맞는 말입니다. 이미 항암의 고통을 경험해 봐서 더욱 절망하고, 치료 경험이 있다 보니 환자 스스로 반쯤은 의사가 돼 ‘나는 몇 년을 더 살고, 내가 살 확률은 몇 퍼센트’라고 섣부르게 단정하곤 합니다.

“지금 속으로 ‘오래 살아야 6개월이 아닐까?’라고 생각하시죠? ‘나는 예외다!’라고 생각하세요. 제 환자 중에 석 달 산다고 한 분이 있는데, 그분은 석 달 만에 다시 직장에 복귀해 3년을 더 살고 계십니다. 암은 그 누구도 모른다는 하나의 사실만이 정답입니다.”

환자가 제 말에 반신반의하면, 저는 이렇게 따라 하게 합니다.

“나는 낫는다. 이런 병쯤이야 이겨낼 수 있다. 나는 결코 암 환자가 아니다. 내 몸이 잠시 연약해졌을 뿐이다. 나는 살 수 있다. 꼭 나을 거다!”

암 치료란 어떻게 보면 단순한 원리일지 모릅니다. 몸이 암을 버티면 버티는 만큼 생존하고, 삶의 질 또한 높아집니다. 반대로 몸이 버티지 못하면 힘들어지지요. 생과 사는 언제나 평행선상에 있습니다. 생사를 가르는 눈금은 고정돼 있지 않고, 저울추처럼 언제나 어디로든지 움직일 수 있습니다. 투병할 때 가장 큰 힘이 되는 건 ‘나는 예외다’라는 확고한 믿음입니다. 흔히 말하는 ‘몇 년 생존율’이라는 건 실제 각각의 환자에게는 무의미합니다.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저에게 온 환자들은 “환자가 어떻게 노력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 있습니다. 노력한 만큼 암 재발을 극복하고 잘 살 수 있습니다”라는 제 말을 듣고는 얼굴이 환하게 밝아져 진료실을 나섭니다.

실제로 암은 어떻게 보면 좋은 선택과 방향성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면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타나는 질병이 맞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교통사고로 죽거나 또 다른 어이없는 사고를 당해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암은 환자에게 죽음에 대비하거나 고쳐나갈 시간이 주어지기라도 합니다. 열심히 치료 받고, 열심히 운동하고, 잘 먹고, 잘 자며, 마음을 비우면 어떤 상황에서든 충분히 오래 살 수 있습니다.

“암에 걸렸지만 나는 산다!”

자기 암시를 강하게 하고 희망적인 마음을 가져야, 암이라는 절망의 수렁에 빠진 자신을 건져 올릴 수 있습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축복합니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4/09/11/2024091102262.html
 

출처: 크리에이터 정관진 제1군단 원문보기 글쓴이: 니르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