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암 환자 배우자, 자살 사망 위험 높아… ‘이런 대처’ 필요

암 환자와 배우자 모두 치료 과정에서 어려운 순간이 닥치면 주저하지 말고 주변에 도움을 구하거나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해 적절한 상담 및 치료를 받아야 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암 환자를 간병하는 배우자가 일반인 배우자보다 극단적 선택 시도 및 자살로 인한 사망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 남방의과대,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연구팀이 1986~2015년까지 덴마크 암 등록 시스템에 등록된 암 환자 배우자 40만9338명과 정상인 배우자 204만6682명을 비교 분석했다.

추적 관찰 기간 동안, 암 환자 배우자의 자살 시도는 10만 명 당 62.6명, 대조군은 10만 명 당 50.5명으로 나타났다. 자살로 인한 사망은 암 환자 배우자 10만 명 당 16.3명, 대조군 10만 명 당 11.4명이었다. 특히 암 진단 후 1년 내 자살 위험이 가장 두드러졌다. 암 환자 배우자는 일반인 배우자보다 자살 시도 위험 1.28배, 자살로 인한 사망 위험은 1.47배로 높았다. 모든 암 종에서 자살 위험이 컸으며 자살 시도 위험성은 식도암 환자의 배우자, 자살로 인한 사망 위험은 췌장암 환자의 배우자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암 환자 배우자의 자살 시도 및 자살로 인한 사망 위험이 높다./그래픽=일산백병원 제공

암 병기별로 분석한 결과, 배우자의 자살 시도는 3~4기일 때 1.66배로 높아 가장 횟수가 많았고 병기를 알 수 없을 때 1.28배, 1~2기일 때 1.1배 높았다.

아직 국내에서는 암 환자 배우자 사망과 관련된 대규모 연구 결과가 없지만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20년 기준 덴마크 자살사망률은 10만 명 당 9.6명으로 OECD 평균 10.7명보다 낮다. 반면, 한국은 10만 명 당 24.1명이 자살하기 때문에 암 환자 배우자의 자살사망률 역시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강준 교수는 “암 환자 배우자는 간병을 하다 심리적으로 우울, 스트레스, 불안, 두려움 등을 겪을 뿐 아니라 신체적 부담,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고통 받는다”며 “우리나라 자살 원인 중 대부분은 정신건강 문제나 경제생활 문제, 질병 문제 등으로 발생하며 암 환자 배우자는 이런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도 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과대 연구팀이 덴마크, 스웨덴 국민 중 정신 병력이 없는 배우자 약 270만 명을 분석했다. 그 결과, 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배우자가 암 진단을 받지 않은 사람의 배우자보다 우울증, 약물 남용, 스트레스 관련 정신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14% 높았다. 특히 암 진단을 받은 첫 해에 정신장애를 겪을 위험이 30%로 가장 높았다. 암 환자 배우자의 우울증 유병률이 16.4%, 불안 유병률이 42.2%라는 미국 하버드대 연구 결과도 있다.

이강준 교수는 “암 환자의 배우자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환자가 힘들어할 때 옆에서 자리를 지켜주는 일이다”라며 “그러나 암 환자의 고통을 지켜보고 보살피는 과정이 길고 힘들기 때문에 이로 인한 과도한 부담으로 우울증이 생길 수 있고 생물학적으로도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결핍되면 충동 조절이 안 돼 자살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가계소득이 낮은 암 환자 가족들의 자살 위험성이 더 높기 때문에 심리적·경제적으로 간병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강준 교수는 “암 치료 과정에서 어려운 순간이 닥치면 힘든 감정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판단하고 그런 감정들이 정상적인 반응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며 “정신적으로 많이 우울하거나 육체적으로 힘들 때는 주저하지 말고 주변에 도움을 구하거나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해 상담 및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만약 자살 위기가 닥친 위급한 상황이라면 지역에서 운영하는 자살예방센터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4/09/09/202409090185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