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류의 장/게시판

스크랩 2000명 늘리다 사라진 2700명…의사 수급 경고등 켜져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4. 8. 6.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6시 기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 국시 원서를 접수한 인원은 총 364명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6시 기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 국시 원서를 접수한 인원은 총 364명이다.

[메디칼업저버 이주민 기자] 의사 국가시험 응시율 저조로 정부가 추가 시험을 검토하고 있지만, 국시에 응시할 의대생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국시 미응시 사태로 의사 수급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6시 기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 국시 원서를 접수한 인원은 총 364명이다.

의대 본과 4학년과 전년도 불합격자 등을 합해 이번 시험에 응시할 인원은 3200여 명 중 11.4%만 원서를 제출한 것이다. 본과 의대생은 약 5%인 159명이다.

통상적으로 의사는 매년 약 3000명씩 배출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이번 미응시 사태가 지속되면 최대 364명만 신규 의사로 배출된다.

추가 국시 검토하는 정부 vs. 응시하지 않겠다는 학생들

2000명 늘리려다 내년 의사 2700명 사라졌다

이에 교육부는 29일 추가 시험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추가 시험이 응시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대생들이 국시에 응시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지난 10일 전국 본과 4학년 301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를 공개했다. 응답자 2903명 중 2773명이 국시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무려 93.5%가 응시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전한 것.

이런 결과는 현실이 됐고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의대협은 29일 "의대생 96%가 국시에 응시하지 않은 것은 의학 교육 파행의 결과"라며 "반년간 학사 일정을 소화하지 못해 국시 접수 불가는 예정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시 추가 시험은 정부의 잘못을 감추기 위한 썩은 사탕"이라고 표현하며 추가 시험에 응시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국시에 응시하지 않는 궁극적 원인은 정부의 의대증원 강행에 있단 지적도 잇따랐다.

익명을 요청한 의대생 A씨는 본지와 통화에서 정부가 정책을 강행함에 따라 의대생들이 휴학계를 제출하게 됐고 결국 국시에 응시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정부가 의대 증원 정책을 강행할 때 학생들이 휴학계를 내면서 의사를 표현하며 발생한 교육 파행"이라면서 "국시 미접수는 의대생들의 새로운 의사 표현이 아닌 정부의 정책 강행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결국 수업을 듣지 못하고 사실상 수업을 들을 방법도 없어 국시에 응시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요한 점은 의사를 늘리려 했던 정부의 목적과 달리 당장의 의사 수급은 더욱 힘들게 됐다는 것이다.

A씨는 "이번 국시 미접수율이 96%인데, 신규로 배출되는 의사가 국내 의대 출신으로는 159명밖에 없다"며 "이는 단지 올해 1년의 문제가 아니라 전공의 수련 기간까지 고려해 수년간 인력 수급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더해 의대 수업은 학년이 내려가는 형세가 돼 최소 6년짜리의 문제가 된 것"이라고 토로했다.

부산의대 교수협의회 오세옥 회장도 정부의 정책 강행이 일으킨 부작용이라고 분석했다.

오세옥 회장은 "국시 응시율이 11.4%인데, 학생들이 응시를 안 하는 상황에서 매년 의사 배출은 확 줄어들고, 전문의와 군 의관도 결국 줄게 될 것"이라며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 입장에서 정부 정책으로 학교를 떠난 학생들을 진급시킬 수 없어 결국 내년에는 신입생과 예과 학생들이 겹치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부산의대도 125명의 1학년 학생이 떨어지고, 163명의 신입생이 들어오면 총 288명의 학생을 교육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교육이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이번 사태는 정부 정책 강행으로 발생한 의료 사태"라고 강조했다.

또 올해가 지나면 학생들이 돌아오고 추가 국시를 마련하면 참여할 것이라는 오판을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오 회장은 "학생들을 통해 내년 3월에도 복귀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제법 들었다"며 "내년에 학생이 복귀할 것이라는 희망적 생각을 해선 안 된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는 2000명의 의사를 늘리려고 했지만, 결과론적으론 수많은 인원의 의사를 잃게 된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정부는 의사를 2000명 늘릴 목표를 세웠지만, 결국 2700명의 의사를 잃게 될 기로에 서게 됐다.


메디칼업저버 이주민 기자 zmlee@monews.co.kr

 

  • * Copyright ⓒ 메디칼업저버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