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욱 박사의 작품 <행복한 여행> 37.9x45.5cm Acrylic on canvas 2020
암에 걸리면 보다 많은 정보가 알고 싶어집니다. 암 환자들이 가지고 있는 갈증은 참으로 많은데, 그 갈증의 근원은 내가 과연 앞으로 얼마나 살 수 있을 것인가, 내가 암을 이길 수 있을 것인가 같은 것들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느 누구도 가르쳐줄 수가 없습니다.
의사들은 흔히 2년을 못 버티겠다, 6개월이나 적게는 한 달, 더 적게는 이번 주를 못 넘기겠다는 말을 합니다. 의사들에게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환자에게 생을 정리할 시간을 주어야 하는 것과 동시에 환자들의 치료 의지를 북돋워야 한다는 겁니다.
만약 생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라면 정리할 시간을 갖도록 가르쳐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정리에 대해 전혀 생각지 않고 있는 환자라면 그것을 일깨우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마음이 약한 사람에게는 의사의 이 한 마디가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로 들리게 됩니다. 그는 언제까지 살 수 있을 것이란 의사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미리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환자들이 의사에게 많은 것을 물을 때는 겁이 나기 때문입니다. 의사라면 대답을 먼저 해주기 전에 이런 환자의 심리를 꿰고 있어야 합니다.
“2~3개월 봅니다. 각오하세요.” 암에 대해 물어오는 사람에게 각오하고 있으라는 식의 설명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생이 얼마나 남았는지 의사가 안다는 것도 교만입니다. 6개월밖에 안 남았다고 하는 사람이 3~4년 잘 살고 있고, 두 달도 힘들겠다고 한 환자가 5년 넘게 생존하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습니다. 반대로 3년은 생존할 것이라고 했던 사람이 몇 달 만에 죽을 수도 있습니다. 삶에는 예외가 너무 많습니다.
현대 의학이 아무리 진보된 기술로 계량화시킨다 해도 수치로써 인간을 표현하지는 못합니다. 의사가 마지막 순간까지 환자에게 위로와 격려와 축복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반대로 지금 ‘나는 얼마나 살 것인가’라는 생각으로 실의에 빠져 있는 환자라면 생각을 조금 바꿔볼 필요가 있습니다. 암은 전적으로 환자 본인과 보호자가 노력하기 나름입니다. 낫게 된다는 믿음을 갖고 같이 노력하면 됩니다. 이것은 거짓말도 아니고 립 서비스도 아닙니다. 일반적인 생존율 같은 확률은 의학에서 사실상 무의미합니다.
제 환자 중 가끔 의사의 말에 상처를 받고 와서 제게 하소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중에는 처음 암 선고를 받을 때 의사로부터 3개월 정도 살 수 있겠다는 말을 들었지만 3년째 생활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건강을 유지하고 계신 분이 있습니다. 그 분은 지금도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으러 가는데 그때마다 담당 의사가 “아직도 살아 있느냐”며 놀라워한다고 합니다. 의사의 말이 마치 ‘죽을 사람이었는데 운이 좋군요’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시다고요.
그 환자는 운이 좋아서 살아 있는 게 아닙니다. 자신의 의지로 전혀 다른 삶을 개척하고 있기 때문에 살아 있는 겁니다. 이런 놀라움은 여러분도 충분히 경험할 수 있습니다. 확률에 자신의 인생을 맡기지 마세요. ‘얼마나 살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암을 이길 것인가’에 대한 대답은 의사가 아니라 여러분 스스로에게서 찾아내셔야 합니다.
오늘도 응원합니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4/04/24/20240424023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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