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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의 장/게시판

스크랩 "환자들이 나를 증오할 수 있겠구나"... 무력감 호소하는 의사들 증가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4. 4. 15.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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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파행이 길어지면서 상급종합병원에 근무 중인 교수들이 육체적으로 힘든 것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림대 성심병원 신장내과 A 교수는 "지난 한달 반 동안 긴 악몽에서 깨어나오지 못하고 있고, 몸과 마음이 지치고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나는 외래 진료를 보고, 당직서고, 중환자들을 보는 육체적 어려움보다 평생 걸어온 교육자의 길, 연구자의 김, 의사로서의 길이 불과 한달 반만에 모두 파괴됐다. 특히 믿기 어려운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마음이 너무 괴롭다"고 호소했다.

"나를 증오하고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자격지심 생겨 괴롭다"

서울아산병원 신생아과 B 교수도 심리적으로 타격을 받았다고 했다.

B 교수는 "체력적으로도 힘들지만 무력감이 장난이 아니네요"라며 "보호자를 만나 이야기할 때마다 이 분은 실제로 나를 증오하고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괜한 자격지심이 생겨 너무 괴롭다"라고 씁쓸해했다.

이어 "소아과 의사들이 항상 하는 말인 '애들이 무슨 죄가 있나'라는 생각으로 버티는데, 그럼에도 몸과 마음이 참..."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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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교수들의 주당 근로시간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B 교수는 "최근 근무 시간을 확인해 보니 주당 80~100 시간을 왔다 갔다 하고 있다"며 "당직 수에 따라 다른데, 나이가 들어 그런가 조금씩 힘들어지고 있다"며 "나보다 연배가 높은 분들은 체력적으로 더 많이 힘들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산병원 신경외과 C 교수도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C 교수는 "외래는 보고 있고, 응급수술만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스케줄 잡아 하는 수술은 미루고 있다"며 "응급실, 병동, 중환자실 콜을 받고 있는데, 이제는 지쳐간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응급실은 잘 돌아간다"며 "암담하다. 그리고 이런 상태로는 오래 견디지 못할 듯하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52시간 초과 근무 86.4%

교수들이 육체적으로 지쳐가는 상황은 실제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11일 성균관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4월 5일부터 11일까지 소속 교수들을 대상으로 근무시간 및 업무 강도와 신체적, 정신적 상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228명의 응답자 중 지난 한 달간 주 52시간 미만으로 근무했다고 응답한 교수는 13.6%에 불과했으며, 주 52시간 초과 근무 교수가 86.4%에 달했다.

또 24시간 근무 후 다음날 12시간의 휴식이 보장되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73.6%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응답한 반면, '보장된다'는 대답은 15.8%에 그쳤다.

현재 전공의 집단사직을 풀 수 있는 묘수는 없어 보인다.

일산병원 C 교수는 "의대정원 증원 문제는 급하게 결정하지 말고 논의를 통해 결정하면 될 것 같다"며 "정책 입안자와 또 방송에 나와드는 브리핑하는 장차관 등 책임자 문책은 필요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병원이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분당서울대병원 D교수는 "병원이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고 전공의 없는 병원으로 변신해야 이 문제가 풀린다"라며 "적응하면 점차 적자폭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sunjaepark@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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