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안암병원 유방내분비외과 정승필 교수(왼쪽)와 성형외과 정재호 교수가 한 유방암 환자 치료 케이스를 두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김지아 헬스조선 객원기자
임신을 계획하고 있던 A씨는 32세의 젊은 나이에 유방암 2기를 진단받았다. A씨는 "당시 당연히 암 치료를 우선으로 생각했다"며 "내 생에 아이는 꿈꿀 수 없을 줄 알았다"고 했다. 의료진이 A씨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A씨는 외과, 산부인과 등 전문진료과 협진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고려대안암병원 유방센터에서 의료진의 권유로 수술 전 난자를 동결했다. 수술을 잘 마친 후 2년간 호르몬 치료를 진행했고, 임신과 출산에 성공했다. 2년 뒤, 두 번째 아이도 만날 수 있었다.
유방암 치료의 지평이 바뀌었다. 삶의 질까지 높일 수 있는 환자 맞춤형 치료가 중요해졌다. 국내 유방암 환자 수는 여전히 급격하게 늘고 있다. 2000년 6082명에 불과했지만 약 20년 만인 2019년에는 2만 4933명으로 무려 4배 이상 증가했다(보건복지부 암 등록 통계). 그러나 동시에 조기진단과 치료법의 발전으로 전체 생존율도 높아졌다. 5년 생존율이 90%를 넘는다. 2019년 암 사망자 중 유방암 환자는 3.3%로 낮은 편이다. 걸려도 '생존'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더 나은 삶'을 생각해도 되는 질환이 된 것. 고려대안암병원 유방센터는 일찍부터 환자 중심 다학제 시스템으로 국내 평균 2배 수준의 유방암 5년 생존율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환자가 수술 후에도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유방암 환자, 삶의 질 높이려면 '세밀한' 치료해야
유방암 치료는 수술, 방사선, 호르몬, 항암, 표적 치료 등 다양한데, 일단 기본 치료는 수술이다. 수술은 유방 전체를 절제하는 유방전체절제술과 유방의 모양을 최대한 유지하고 종양만 골라 제거하는 유방보존술로 나뉜다. 종양이 크거나 여러 군데 퍼졌을 땐 전체절제술을 해야 한다. 전체절제술을 하더라도 실리콘(보형물)이나 배·등살 등 자가조직으로 유방을 수술 전과 비슷하게 만드는 재건술을 해 외적변형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후 환자 상태에 맞게 방사선 치료, 호르몬 치료 등을 진행해 암세포를 완전히 사멸시킨다.
유방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려면 특히 세밀한 치료가 필요하다.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같은 병기더라도 암세포 유형, 유전자 변이 여부, 전이 위치 등에 따라 치료법이 다른 데다가, 다른 암보다 호르몬 영향을 크게 받아 여성의 생애 주기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방 모양 등 외적 변형과 호르몬 교란으로 환자의 심리적 후유증도 큰 편이다.
고려대안암병원 제공
맞춤 치료부터 확실한 후유증 예방까지
삶의 질을 높이는 세밀한 치료는 ①환자 맞춤 최적의 치료법 선택 ②높은 재건술 완성도 ③후유증 관리까지 3가지 조건이 다 충족됐을 때 완성된다. 고려대안암병원 유방센터는 '다학제 협진'으로 3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했다.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법을 제공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다학제 시스템(①)을 운영하고 있다. 고려대안암병원 유방센터에는 진료실과 별개로 '다학제 진료실'이 마련돼 있다. 센터장인 고려대안암병원 유방내분비외과 정승필 교수는 "환자와 보호자는 다학제 진료실에서 여러 명의 각 진료과 전문의와 함께 생애 주기, 암종 등을 고려해 맞춤형 치료를 계획한다"며 "우리 팀은 특히 유기적으로 협동과 의견 교류가 잘 되는 편"이라고 했다. 매주 1회 병리과·유방내분비외과 등 내·외과 의료진이 모여 최신 치료법을 공유하고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법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또한 유방암의 '아름다운' 완치(②)를 지향한다. 유방보존술은 흉터가 잘 보이지 않게 겨드랑이나 유방과 몸이 겹치는 부분에 작게 절개창을 내 종양에 접근한다. 전체절제술을 한 환자는 재건술을 받으려면 유방암 수술 후 성형외과 의사에게 두 번째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고려대안암병원 유방센터에서는 유방암 수술을 할 때 성형외과 의사가 동시에 재건을 시행한다. 고려대안암병원 성형외과 정재호 교수는 "동시에 재건하면 환자가 두 번 수술할 필요가 없어, 심리적·육체적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며 "외과 의사와 소통하면서 진행해 안정성과 완성도도 더 높다"고 했다. 재건술의 완성도도 남다르다. 로봇을 이용해 매우 작은 절개창으로 수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고려대안암병원은 국내 처음으로 유방재건술에 로봇 수술을 도입한 곳이다. 후유증 관리도 신경 쓴다. 유방재건술을 받은 환자가 수술 후 겪을 수 있는 대표적인 후유증은 림프 부종이다. 수술 중 겨드랑이 부위 림프관이 절제돼 팔에 림프액이 쌓이기 때문이다. 정재호 교수는 "4∼5명 중 1명꼴로 나타나는데, 심한 환자는 팔이 두꺼워지고 무거워져 옷도 혼자 입기 힘들어한다"며 "림프 부종이 생기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우리 센터에선 수술 중, 손상된 림프관을 정맥에 이어 림프액 순환을 돕는 림프관 정맥문합술(③)을 함께 진행한다"고 했다. 이어 "외과 협조가 없으면 진행하기 어려운데, 우리는 다학제 협진이 잘 돼 큰 어려움 없이 예방적 치료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 외에도 고려대안암병원 유방센터에서는 후유증 완화를 위해 운동 치료, 마사지 등도 진행하고 있다.
유방암, 5년 후에도 재발 가능… 꾸준한 관리 필요
고려대안암병원 유방센터의 케어는 암 치료가 끝난 후에도 지속된다. 정승필 교수는 "유방암은 오랜 기간 후에도 재발을 잘하는 암이다"라며 "5년 동안 관해 상태로 유지됐어도,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병원에 와서 검사를 꼭 해야 한다"고 했다. 환자들의 적극적인 재발 관리를 위해 환우회를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05년 환우회 '고유회'를 창설한 이후, 음악회, 건강강좌 등 여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에서는 25명 이사진이 정승필 교수를 만장일치로 '명의'로 뽑기도 했다. 한편, 유방암은 초기에는 거의 아무런 증상이 없다. 악화하면 급격히 생존율이 떨어지는 질환이라, 한국유방암학회에서는 30세 이상은 매월 유방 자가검진을 하고, 35세 이상은 2년마다 병원을 찾아 임상진찰을 받아보기를 권장한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4/03/26/202403260160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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