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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의 장/게시판

별점 테러 괜찮을까… '병원 이용 후기' 허용하겠다는 공정위에 반발하는 의료계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3. 12. 12.

온라인 의료기관 후기 게재 완화 예고에 의료계가 악성 민원에 대한 안전장치를 요구하고 있다. 위의 사진은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에 접수된 소아청소년과 악성 민원 피해 사례.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 페이스북 제보

"치료를 잘해도 의사가 공손하지 않았다며 악성 후기를 남겨 운영이 어려워진 병원이 한 두곳이 아닙니다. 그런데 병원 후기 규정을 완화하다뇨…"

최근 정부가 일반인이 온라인상에 의료기관 후기를 자유롭게 작성할 수 있도록 의료법을 개정한다고 밝혀,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7일 소비자 단순 이용 후기는 의료광고 규제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의료소비자가 자신이 경험한 의료기관 이용 후기를 자유롭게 게시하거나 공유할 수 있게 의료광고 규정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현행법은 의료법은 의료인이 아닌 자가 의료기관에 대한 정보를 알리는 행위를 불법 의료광고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일반소비자가 온라인상에 의료정보를 게시하는 일이 불법 의료광고에 해당하는가를 두고 위법 논란이 자주 발생했다. 공정위는 소비자 이용 후기의 허용범위를 넓히되,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혼란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료계는 공정위의 병원 이용 후기 온라인 자유 게시 계획에 반발하고 있다. 악성 후기 작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악성 후기를 견디지 못하고 폐업한 의료기관이 적지 않다. 특히 소아청소년과는 제대로 된 진료와 처치가 이뤄졌음에도 의료소비자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는 이유로 '맘카페' 등에 악성 후기를 남기는 보호자가 적지 않다. 올해 7월에도 악성 후기로 폐업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발생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A씨는 "치료를 위해 아픈 부분을 건드리면, 표현이 서툰 아이들은 당연히 울 수도 있다"며 "그런데 이를 의사가 학대하듯 진료를 해 아이가 울었다는 후기를 남기는 이들도 있고, 진료하면서 아이를 울려놓고 부모에게 사과하지 않아 기분이 상했다며 '별점 테러'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악의적인 온라인 후기가 공유돼 곤란한 경험이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온라인 후기 규제가 완화되면 상황이 더욱 악화할 거다"고 했다.

의료계는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함과 동시에 의료인을 악성후기에서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여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한아동병원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병원 후기 허용 방침을 재검토할 수 없다면, 악성 후기, 악성 댓글, 가짜 후기, 비방 및 비난 후기 등 부작용이 우려되는 부분을 확실히 차단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정책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아동병원협회 최용재 회장(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장)은 “불법임에도 온라인 블로그나 카페 등에서 악성 후기가 작성되고 있다"며 "순기능이 가능한 병원 후기 작성 시스템이 마련된 후 이를 허용해야 하지 않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최용재 회장은 “식당 후기로 맛있다, 친절하다는 판단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전문적인 의학 평가는 즉흥적인 병원 후기 등 여론에 맡기면 의료가 후퇴되고 결국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병원 후기 허용은 곧 일반인이 의사의 질을 평가하려는 시도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이 점이 가장 크게 우려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좋은 치료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의사들이 악의적인 병원 이용 후기로 설 땅을 잃게 되어선 안 된다"며 "정부는 병원 후기가 순기능으로 작용할 수 있는 환경조성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3/12/11/202312110179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