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을 극복한 안병일씨와 그의 주치의인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이주호 교수수./사진=신지호 기자
“수술하기 어렵다” 절망 같던 암
안병일씨가 처음 암 진단을 받은 건 2018년 12월입니다. 안씨는 마른 잔기침으로 1년간 고생했습니다. 동네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복용해도 기침이 줄지 않았습니다. 잠을 잘 때마다 내복이 땀으로 젖을 정도로 많이 나는 경험을 하고는, 뭔가 잘못됐다는 예감에 대학병원을 방문했습니다. 폐 CT(컴퓨터단층촬영)를 찍은 결과, 16cm 크기의 거대한 종양이 간 전체에 퍼져있었습니다.
곧바로 정밀 검사를 실시했습니다. 간암 2기였습니다. 문제는 암의 크기였습니다. 병원 여러 곳을 다녀 봐도 “암의 크기가 너무 커서 수술이 까다롭다”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암을 제거하더라도, 남은 간 부위가 너무 적어 정상적인 기능을 못 해 간부전으로 사망할 위험이 크다는 이유였습니다. 간 이식을 진행하자는 다른 병원의 의견도 있었지만, 적합한 간 기증자를 찾는 게 어려웠습니다. 가족들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안씨를 치료해주겠다는 병원을 찾아, 가족 모두가 발 벗고 나섰습니다. 그렇게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이주호 교수를 만났습니다.
항암·방사선 20회… 색전술에 수술까지
치료는 시작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종양이 워낙 크다 보니, 안씨에게 적합한 수술과 치료 방법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때 이 교수는 혈액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이 협의 진료하는 다학제 진료를 진행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여러 진료 과 의료진이 모여,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를 동시에 진행한 뒤 암의 크기를 줄이고 이후에 수술을 하자는 의견을 모았습니다.
항암·방사선 치료를 4주 단위로 20회 시행했습니다. 항암·방사선 치료를 받자 암 크기가 9cm로 줄었습니다. 암을 잘라내기 전에는 간문맥 색전술도 진행했습니다. 안씨처럼 간암의 크기가 5cm 이상일 경우, 표준 치료법으로 알려진 간절제 수술을 받더라도 2년 내 재발할 확률은 30%입니다. 또한 수술 후 간의 크기가 줄어들어 간 기능이 저하될 위험도 큽니다. 이 때문에 절제 예정인 간은 위축시키고, 남겨둘 간은 팽창시키는 간문맥 색전술을 시행한 겁니다. 이후에는 간의 60%를 잘라내는 복강경 절제술을 했습니다.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고난 많았지만 묵묵히 이겨내
치료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수십 번의 항암과 방사선 치료를 이겨내는 것은 체력적으로도, 심적으로도 힘들었다고 합니다. 힘든 순간마다 힘이 돼준 건 하나뿐인 아들과 아내였습니다. 곁에서 항상 긍정적이고 행복한 말들만 해줬습니다. 항암 치료 부작용으로 식욕 부진 증상이 생겼을 땐 아내가 매일 새로운 재료로 따뜻한 죽을 끓이고, 다채로운 재료로 반찬을 만들었습니다. 요리 솜씨가 좋은 아내였는데, 암 치료 과정에서 그 감사함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합니다. 안씨는 애써주는 아내를 위해 ‘살아야 한다’ ‘힘든 과정도 결국엔 끝난다’는 생각으로 무조건 열심히 먹었습니다.
방사선 치료 합병증으로 폐에 흉수가 찼습니다. 흉수는 방사선 치료를 받은 암 환자에게 흔히 일어날 수 있는 합병증입니다. 수술로 흉관을 삽입해 흉수를 뽑아냈습니다. 수술 전까지 흉수가 폐를 누르고, 늑막에도 물이 차 기침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잠을 자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덤덤했습니다. 반드시 이겨낼 것이란 막연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이주호 교수는 그 당시를 떠올리며 “이런 힘든 과정에서도 한 번도 불평하지 않고 낫겠다는 의지를 잃지 않아준 안병일 환자에게 감사하다”며 “다른 많은 암 환자들이 항암·방사선 부작용 때문에 괴로워하는데, 이를 보는 의사의 마음도 편하지만은 않다”고 말했습니다.
‘간암=술 탓’이라는 오해
간암은 술 때문에 생긴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하지만 안씨는 술과 친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원래도 술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암이 생기기 5년 전부터는 회사 생활을 안 하면서 술을 마실 일도 없었습니다. 안씨에게 간암이 생긴 이유는 비알코올성 지방간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란 알코올 섭취에 관계없이 간에 지방이 과도하게 쌓인 상태를 말합니다. 고열량·고지방식, 운동 부족 등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위험을 올리고, 전체 간암의 10%가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원인입니다.
꼭 뚱뚱하지 않더라도 고열량의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선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여야 합니다. 섭취 후 사용되지 않은 탄수화물은 중성지방 형태로 우간에 저장됩니다.
<안병일씨>
안병일씨./사진=신지호 기자
-현재 몸 상태가 어떤가요?
“암을 진단받기 전보다 오히려 몸과 마음이 더 건강해졌습니다. 매일 운동하고 식단도 신경 씁니다. 활기가 넘칩니다. 긍정적으로 살고자 하는 마음가짐도 갖게 됐습니다. 살면서 그동안 주변에 베풀지 못했던 것 같아 복지관에서 식사 배급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여러 이웃들과 식사를 같이 하며 대화를 나누다 보면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 다시 깨닫습니다. 봉사활동이 제게 주는 활력도 무시 못 합니다.
평생 도시에 살아왔기에, 이제는 암을 계기로 자연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도 생겼습니다. 그래서 텃밭과 정원 가꾸기도 준비 중입니다. 흙을 직접 만지고 가족이 먹을 수 있는 채소를 조금씩 재배하다 보면, 그 자체로 힐링이 될 것 같습니다. 생각만해도 삶이 신선해지는 기분입니다.”
-영양 보충에 유독 신경 쓰셨다고?
“매 끼니마다 단백질을 꼭 챙겨 먹었습니다.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입니다. 항암 치료 땐 먹는 게 힘들다 보니 변비 예방을 위해서 매일 키위도 두 개씩 먹었습니다. 병원 음식에만 의존하지 않고 먹고 싶은 음식은 아내에게 부탁해 먹기도 했습니다. 집에서 아내가 직접 만들어 온 맛있는 죽과 반찬들로 영양 보충을 했습니다. 아내의 사랑이 담긴 음식 덕분에 여러 치료를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투병 중이신 다른 암 환자분들께 한 마디.
“자신감을 갖고 본인을 믿길 바랍니다. 나 자신과 담당 의사만 믿어야 합니다. 본인의 몸 상태를 가장 잘 아는 것은 자기 자신과 의료진뿐입니다. 의료진을 적극적으로 믿고, 주치의가 처방해주는 약과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으세요. 다른 생각 않고 낫겠다는 의지를 갖고 그대로 실천하면 분명 극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주호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이주호 교수./사진=신지호 기자
-안병일씨의 의학적인 상태는 어떤가요?
“종양이 깔끔하게 제거됐고, 재발 없이 건강한 상태입니다. 1년 주기로 피검사와 CT 검사로 추적 관찰 중입니다. 지금처럼만 유지된다면 2024년 1월에 완치 판정을 받습니다. 안씨처럼 완치 판정을 받은 분들의 평균 수명은 암에 걸리지 않은 일반인과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완치 후에도 지금과 같은 건강한 생활습관만 유지한다면 오랫동안 건강하게 지내실 수 있을 겁니다.”
-치료 중 어려움은 없었나요?
“종양의 크기가 7cm 이상일 경우, 70%는 재발합니다. 안병일씨의 경우, 종양의 크기가 워낙 크고 절제로 인해 남아있는 간도 작다 보니, 재발과 간 기능에 대한 우려가 컸습니다. 수술 후 재발 방지 차원에서 면역 세포 치료를 꾸준히 시행했습니다. 다행히도 힘든 내색 없이 의료진을 믿고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해주셨습니다. 덕분에 간암을 잘 치료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처럼 안씨는 정기적인 검진과 함께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을 병행하고, 민간요법 등에 현혹되지 않는다면 간 기능은 그대로 보존될 것입니다. 치료 기간 동안 코로나 팬데믹이 터지면서 노심초사했지만 백신도 맞고, 다행히 건강을 잘 지켰습니다.”
-한국인이 조심해야 하는 것은?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비만 인구가 늘고 있습니다. 간에도 지방이 쌓이면서 간암의 위험이 올라갑니다.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기름진 음식을 피하셔야 합니다. 꼭 겉으로 보기에 살찌지 않았더라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있으면 만성 간염, 간경변증, 간암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습니다. 평소 고열량, 고지방 식사를 즐기고 운동은 안 하는 분들이라면 간수치 혈액 검사, 초음파 검사를 1년 주기로 받기를 권합니다.”
-암 환자들에게 한 말씀.
“치료를 다 마쳤다 하더라도 주의할 게 있습니다. 암에 걸렸다고 하면 주위에서 건강 즙이나 한약 등을 권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 간암의 경우 이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민간요법을 절대적으로 금하시라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주저 말고 주치의에게 묻고, 상담해 결정하시길 권합니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3/04/10/202304100154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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