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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의 장/게시판

‘직장인 학대’ 실검 올린 맹추위… 학대의 진상은 이렇다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3. 1. 27.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 한파특보가 발효된 25일 오전 서울 광화문사거리에서 시민들이 출근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추워도 너무 춥다. 25일 서울 아침 체감온도는 영하 25도까지 떨어졌다. 소셜미디어 트위터에서는 극심한 추위에도 어쩔 수 없이 출근해야 하는 상황을 표현하는 ‘직장인 학대’가 실시간 트렌드에 오르기도 했다. 실제로 이런 날씨 속 길거리를 걷다 보면 온몸에서 다양한 변화가 일어난다. 온몸이 떨리고, 귀·손 등 말단은 얼고, 어깨는 결리고, 참을 수 없는 기침이 난다. 겨우 실내로 피신해도 갑자기 무기력해지고, 소화가 잘 안되곤 한다. 도대체 추위 속 몸에선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걸까?

◇근육·관절통 심해져
먼저 기온이 낮아지면 체온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온몸에 있는 근육이 애쓴다. 단단하게 뭉치며 열 발산을 막는다. 그래도 체온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기온이 낮아지면 경련하면서 열을 유발하게 된다. 극강추위에 외출을 하면 몸이 딱딱하게 굳다가 떨리는 느낌이 드는 것도 이런 변화 때문이다. 이후 실내에 들어가면 실외에서 몸을 움츠린 데다가 근육이 과하게 수축하고 긴장해, 조직이 손상돼 근육통이 생긴다.

 



이미 연골이 닳거나 찢어진 관절염 환자는 추운 겨울 관절통이 더 심해진다. 뼈와 뼈 사이에서 윤활유 역할을 하는 관절액이 굳고, 혈액순환이 잘 안되며, 관절 주변의 인대와 근육이 경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매년 12월에는 퇴행성관절염 진료 인원이 11월보다 10% 정도 증가한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

◇말단 얼고 심혈관 부담 커져
추운 날 길을 걸으면 가장 먼저 귀와 손 등 말단이 얼어붙는 느낌이 드는데, 이는 체온을 올리기 위해 심부(深部)로 혈액이 몰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 뺨, 귀, 턱, 손가락, 발가락 등은 근육량이 적어 열을 발생하지도 못한다. 동상이 생기기 쉬운데, 동상 초기에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다가 따뜻한 온도에 노출되면 피부가 빨갛게 변하고, 부어오르고, 가려우며, 콕콕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더 손상된 경우 통증이 심하며 물집이 생기거나 피부가 벗겨져 출혈이 생길 수 있다. 피부가 검푸른색으로 바뀌며 괴사하기도 한다.

심부로 혈액이 몰리다 보니 혈압도 상승한다. 기온이 1도만 떨어져도 수축기혈압은 1.3㎜Hg, 이완기혈압은 0.6㎜Hg가 올라간다.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커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따뜻한 실내에 있다가 기온 차가 10도 이상 나는 바깥에 나가면 혈관이 갑자기 수축해 혈압이 급격히 올라가고, 심장과 혈관에 부담이 커진다. 높은 혈압으로 혈관 내피가 찢어지면 혈액 속 혈전(피떡)이 흘러나와 혈관을 막는 뇌경색·심근경색이 유발될 수도 있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겨울에 심뇌혈관질환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여름보다 23%나 많다.

◇기관지 건조해져 기침 나
호흡기가 찬 공기에 노출되면, 혈관이 수축돼 자극받으면서 거센 기침이 나오게 된다.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져 감염에는 취약해진다. 낮은 온도 자체도 호흡기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실제로 미국 예일대 연구팀이 쥐를 대상으로 실험했는데, 기도 상피세포를 37도와 33도에서 각각 배양시킨 뒤 리노바이러스(감기 유발 바이러스)를 주입했더니 낮은 온도의 상피세포에서는 감기 바이러스 침입을 막는 물질이 적게 분비됐다.

◇소화 잘 안돼
날씨가 추우면 소화도 잘 안된다. 위(胃) 운동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소화불량 진료 인원도 12월과 1월에 가장 많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추워서 교감신경이 항진되면 소화기관인 위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들고, 위장 운동이 잘 안돼 소화불량이 생기기 쉽다. 위장은 스트레스에도 취약한 기관인데, 실내외 큰 온도 차가 크면 스트레스로 작용해 위 기능을 떨어뜨려 소화불량이 잘 생긴다.

 



◇우울해지기도
추우면 쉽게 우울해지기도 한다. 우울감을 없애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세로토닌은 신체 활동을 적당히 하고 햇볕을 받아야 잘 분비되는데, 추운 겨울철에는 실내 생활이 늘어 세로토닌 분비가 잘 안되곤 한다. 실제로 겨울에 전체 인구의 15%가 우울감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유럽정신의학회지에 실린 적이 있다.

◇피부 가려움증 커져
가려움증이 유발될 수도 있다. 갑자기 찬 바람을 쐬면 피부 수분이 빠르게 증발하고 보습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70세 이상 노인의 50% 이상이 겨울에 피부 가려움증을 호소한다.

◇추위에 강한 신체 만들어야
신체가 추위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여러 불편한 증상을 덜 겪으려면, 추위를 덜 느끼도록 무장할 필요가 있다. 근본적으로 추위에 덜 타는 몸이 되려면 근육 운동을 해야 한다. 근육은 체열의 40%를 만들어낸다. 근육을 단련시키면 열이 잘 생성돼 추위에 잘 견딜 수 있다.

당장 추위를 덜 타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복을 입는 것이다. 대한가정학회지에 따르면 실내 온도 19도에서 내복을 입고 생활하는 것이 24도의 환경에서 내복을 입지 않고 생활하는 것과 비슷한 온열 쾌적감을 준다고 한다. 내복이 5도 정도의 온도 차이를 완화해주는 셈이다. 또 복부 쪽이 따뜻해지면 몸이 움츠러드는 것과 소화불량 등을 예방할 수 있다. 내복을 입을 땐 면 소재를 선택하는 게 좋다. 옷을 여러 겹 입으면 간혹 땀이 나기도 하는데, 면으로 된 내복은 땀을 흡수해 땀이 증발하며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막아준다. 이외에도 모자·장갑·목도리 등을 꼼꼼히 착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마스크를 쓰면 호흡기가 차갑거나 건조해지지 않아 감기 예방에 좋다.

관절통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칭과 마사지를 꾸준히 해야 한다. 관절의 유연성을 기르고, 혈류량을 늘릴 수 있다. 가려움증이 있다면 사우나는 피한다. 피부 혈관이 확장되면 수분이 공기 중으로 더 잘 증발한다. 가볍게 샤워한 후 보습제를 발라야 가려움증을 완화할 수 있다. 우울감을 극복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속도감이 있으면서 다른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배드민턴·테니스 같은 운동을 추천한다.

트위터에서 '직장인 학대'가 실시간 트렌드에 올랐다. 사진은 트위터에 올라온 게시글./사진=트위터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3/01/25/202301250174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