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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의 장/게시판

돈 많은데 물건 훔치기… ‘도벽’도 병일까?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2. 12. 28.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대 A씨는 어려서부터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치는 일이 잦았다. 같은 반 친구의 가방에서 물건을 훔치는가 하면, 가판대, 마트 등에서 크고 작은 물건을 훔치다 적발되기도 했다. 그가 도둑질을 하는 이유는 훔치고픈 충동과 욕구를 해소하는 것이다. 습관처럼 도둑질을 하지만 정작 물건에는 관심이 없다. 실제 A씨가 훔친 물건 중에는 전혀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도 많다. 당시에 물건 값을 지불하지 못할 만큼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니었다. A씨의 도벽은 병적 증상으로 봐야 할까?

‘병적 도벽’은 물건을 훔치고자 하는 충동을 이기지 못하는 일종의 충동조절장애로 볼 수 있다. 물건이 아닌 훔치는 행동 자체가 목적이며, 훔치기 직전에 높은 긴장감을, 훔친 뒤에는 충족감, 안도감, 기쁨 등과 같은 감정을 느끼곤 한다. 물건에는 관심이 없다보니 훔친 물건을 버리거나 다른 사람에게 주고, 제자리에 되돌려놓기도 한다. ‘절도’라는 행위에서 오는 심리적 보상을 얻기 위해 반복적으로 물건을 훔치며, 계획을 세우지 않고 충동에 의해 범행을 일으킨다. 물건을 훔칠 때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주로 혼자 절도를 하는 것도 특징이다. A씨처럼 훔친 물건을 살 수 있을 만큼 경제적 여유가 있음에도 훔치고 싶은 충동으로 인해 범행을 저지르곤 한다.

병적 도벽의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가정불화, 또래와의 갈등과 같은 일을 겪은 청소년이 병적 도벽 증상을 보이는 경우, 해당 사건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이 스트레스로 작용하면서 증상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물건을 훔치는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병적 도벽은 물건을 훔치는 것만으로도 문제며, 절도 후 적발에 대한 불안과 우울, 죄책감 등을 유발하고 대인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병적 도벽이 의심되면 하루빨리 병원을 방문해 치료받아야 한다. 뚜렷한 동기 없이 습관적으로 절도 행위를 하거나, 절도 전 강한 긴장감을 느끼고 행동으로 옮긴 후 안도감, 편안함을 느낀다면 병적 도벽일 가능성이 높다. 병원에서는 환자가 충동 조절 능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정신분석적 정신치료, 인지행동치료 등을 실시하며, 필요한 경우 항우울제인 ‘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계통 약물을 사용하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개선 의지다. 충동을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가 없으면 치료 후에도 증상이 재발할 수 있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2/12/21/202212210205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