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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정관진 제2군단/암정보

[아미랑] 재발 걱정, 명상으로 다스리세요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2. 12. 15.

클립아트코리아

40세 유방암 환자가 진료를 받으러 왔습니다. 수술 이후 항암 치료를 받았는데, ‘암이 재발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잠을 못 자고 있고 기운이 없어서 힘들다고 호소했습니다. 몸 이곳저곳이 아픈 것 같고, 집안일도 하기가 어렵다고 했습니다. 수술 부위가 당기는 것 같은 통증 때문에 재활치료를 받으려 했지만 그 마저도 부담스러워서 종양내과 선생님이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길 권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를 찾아온 겁니다. 처음 그 분의 인상은 금방이라도 왈칵 울어버릴 것 같은 수척한 느낌이었습니다.

간단히 약물을 처방해주고 몇 주 지켜보기로 했는데, 불면증은 좋아졌지만 깨있는 시간 동안 떠오르는 재발의 두려움이 아직도 자신을 짓누르고 있다고 했습니다. ‘내가 죽으면 아이들은 어쩌나’ ‘나는 남편에게 짐만 되는 존재인가’ 같은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고요. 그래서 저는 그 분에게 ‘명상인지치료’를 시행하기를 권했습니다.

처음에는 명상의 효과를 반신반의했던 그 환자분은 “최소 8주 동안은 꾸준히 해야 한다”는 제 말을 그대로 잘 따라주었습니다. 그 기간이 지나고, “유방암에 걸리기 전보다 오히려 삶이 충만해진 것 같다”며 웃으시던 모습이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이 분에게 명상을 처방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재발에 대한 두려움이 일상을 압도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재발에 대한 걱정은 어느 암 환자나 가지고 있습니다.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막연한 두려움이며 일어나지 않은 사건입니다. 현재의 순간을 살아야 하는데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가능성에 압도돼 일상생활을 하는 게 어려울 때는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야 하는 명상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명상은 마인드풀니스 명상, 즉 마음챙김 명상입니다.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일어나는 일에 집중하면 되는데, 호흡, 오감, 순간의 행동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눈을 감고 호흡을 합니다. 아랫배에 차오르는 숨과 코를 통해 나가는 숨에 집중합니다.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에 집중하고, 발끝에 느껴지는 땅에 집중합니다. 집중하다가도 어느 순간 잡념이 떠오를 수가 있습니다. 이때 명상을 바로 포기하지 마시고, 방황하는 마음이 무엇인지 잘 들여다보세요. 자신을 방황하게 만드는 이유를 떠올려 보세요. 아침에 좋지 않았던 컨디션, 수술 부위에서 느껴지는 통증, 아이에게 짜증낸 일 등 원인을 알아차리는 게 중요합니다. 그 다음엔 ‘이 모든 것이 지나가는 구름과 같다’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흘려보내세요. 다 흘려보내고 난 뒤엔 다시 호흡에 집중하면 됩니다. 그 어떤 근심 걱정도 지나가는 현상일 뿐입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마음가짐은 마음챙김 명상과 닮아 있습니다.

호흡하고, 알아차리고, 흘려보내고, 다시 호흡하기. 하루에 3분만이라도 실천해보시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재발에 대한 근심과 걱정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질 것입니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2/12/13/202212130151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