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반 건강상식/음식&요리

고기는 어린 것일수록 맛있는데… 과일은 왜 익어야 달지? [주방 속 과학]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2. 10. 26.

식물도 어린 순이 맛있고, 고기도 어릴수록 연하지만 과일만큼은 익어야 달다. 번식 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잎도 어린 순이 맛있고, 고기도 어릴수록 연하다고들 한다. 그러나 과일만큼은 익어야 달다.

과일도 처음엔 대부분 식물처럼 노화한다. 단지 식물 세포 속 노폐물을 모아두는 액포에 다른 물질을 채울 뿐이다. 과일이 아닌 식물들은 액포 속에 물, 세포 속에서 생긴 당분 등 살아갈 때 당장 필요 없는 물질들을 넣는다. 그러나 과일은 액포를 마치 저장 창고처럼 쓴다. 탄수화물 분자를 알갱이로 뭉쳐 차곡차곡 저장하고, 외부 생물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독성 물질이나 떫고 쓰고 신 맛을 내는 물질들도 모아둔다. 그래서 이때 과일을 먹으면 맛이 고약하거나 독성이 있을 수 있다.

어느 정도 다 모으고 나면 과일 세포는 다른 동식물 세포들과 완전히 반대되는 길을 걷는다. 다른 동식물들은 살아가려고 점점 더 많은 세포를 합성한다. 동물에선 근육 세포가 식물에선 표피 세포가 점점 많아져 질겨진다. 대부분 식물은 이제야 방어 체계 등을 공고히 해, 쓰고 신 맛이 강해지기도 한다.

과일 세포는 반대로 죽으려고 한다. 스스로를 분해한다. 탄수화물 알갱이를 포도당 분자 단위로 쪼개고, 단단한 표피 막을 헤쳐 부드럽고 연하게 하고, 독성, 고약한 향 등 방어체계 물질은 없앤다.

과일에 생존은 멀리 퍼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일은 직접 돌아다닐 수 없는 만큼 멀리 퍼지기 위해 매우 전략적으로 돌변한다. 사람을 포함해 움직이는 동물을 유혹하려고 점점 달아진다. 맛있는 향도 낸다. 초록색뿐인 풀숲에서 빨리 발견하라고 색도 노란색, 붉은색 등으로 스스로를 물들인다. 수박, 토마토 등 열매채소도 같은 원리로 익을수록 맛있다. 과일이나 열매채소를 맺지 않는 식물도 직접 움직이지 못하지만, 바람에 날리는 포자 등 다른 방법을 이용해 동물을 유혹할 필요가 없다.

한편, 간혹 고추처럼 사람이 좋아하지 않는 향을 익을수록 내는 과일이나 열매채소도 있다. 이 또한 생존 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다. 대부분 조류는 미각 수용체 형태가 다른 동물과 달라 전혀 매운맛을 느끼지 못한다. 고추는 멀리 날아갈 수 있는 조류를 통해 번식하고자 한 것이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2/10/21/202210210206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