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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건강상식/음식&요리

'이것'으로 요리하면 더 맛있다? [주방 속 과학]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2. 9. 13.

압력솥을 이용하면 짧은 시간 안에 더 맛있게 요리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압력솥을 이용하면 짧은 시간 안에 더 맛있게 요리할 수 있다. 120도까지 온도를 올려도 물이 증발하지 않아, 더 큰 열에너지를 집약해 쏟아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냄비에서 요리할 땐 나올 수 없던 반응을 유도할 수도 있다.

◇압력솥에서 요리하면 더 맛있는 이유
열은 음식 분자에 다양한 반응을 일으켜, 질감과 맛을 바꾼다. 그러나 우리가 요리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열에너지의 양은 정해져 있다. 요리할 때 많이 쓰는 재료이자, 재료 자체에도 많이 들어 있는 물질인 '물'이 100도면 공기 중으로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물 없이 남은 재료에 더 열을 가해봤자 퍽퍽해지고, 향과 맛이 매우 세지고, 타기만 할 뿐이다.

압력을 높이면 이 한계를 낮출 수 있다. 우석대 외식산업조리학과 정문웅 교수는 "압력솥 안은 바깥보다 약 2배 정도 압력이 높아, 물의 끓는점은 약 120℃ 정도로 높아진다"고 말했다. 액체와 기체의 차이는 옆 분자와의 간격이다. 액체가 에너지를 얻어 옆 분자와 간격이 벌어지면 기체가 된다. 그러나 압력이 높으면 간격을 벌릴 공간이 없으므로 대기압에서 기체로 변했어야 할 온도에도 액체로 존재하게 된다.

열에너지를 평소보다 더 많이 사용할 수 있으니 더 빠르게 요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맛도 더 좋아진다. 닭 뼈, 소뼈, 버섯, 무 등 육수를 우릴 때 사용하는 재료에서 더 많은 젤라틴, 글루탐산 등 식감과 풍미를 돋우는 물질들이 물에 더 많이 녹아난다. 육수를 녹진하게 우릴 수 있다. 게다가 콩 등 먼저 물에 불려 조리해야 했던 재료들을 그대로 사용해도 충분히 열에너지가 전달돼 식감을 부드럽게 할 수 있다. 밀폐된 용기에서 조리되는 거라 가벼운 향 분자가 날아가지도 않는다.

◇압력솥, 냄비에서 구현할 수 없는 반응 일으켜
더 많은 열에너지가 가해진 압력솥에서 물은 그대로 액체 상태지만, 다른 재료들은 평소 높은 온도에서 나타나는 현상과 반응을 착착 진행한다. 대표적으로 호화현상과 마이야르 반응이 있다. 밥은 냄비로도 할 수 있으나 압력솥에서 한 밥이 더 맛있다. 압력솥 온도에서 호화현상이 더 잘 일어나기 때문이다. 호화현상은 수분과 열이 없을 때 여러 입자가 얽혀 있던 전분이 헐거워지는 것을 말한다. 뭉쳐있던 입자가 풀리면 단맛이 잘 느껴질 뿐만 아니라, 조직이 연해져 식감도 쫄깃해진다.

압력솥에선 단맛을 내는 대표적인 반응인 마이야르 반응도 나타날 수 있다. 마이야르 반응은 탄수화물인 당에 단백질 구성 성분인 아미노산이 결합해 여러 연쇄 반응을 거치면서 갈색으로 변하는 것인데, 충분한 반응이 일어나려면 120° C 이상의 온도가 필요하다. 그냥 냄비에선 유발하기 어려운 반응이다. 예를 들어 당근 수프를 만든다고 하면, 냄비에서 만든 수프보다 압력솥에서 만든 수프가 더 깊은맛을 내면서 맛있어 보이는 갈색도 구현할 수 있다.

◇압력솥, 종류마다 맛도 다를까?
압력솥은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재질에 따라, 가열하는 방식에 따라 나뉜다. 재질에 따라서는 알루미늄, 무쇠, 스테인리스 등으로, 가열 방식에 따라서는 열판 가열 방식, 전자기 유도 가열 방식 등으로 구분된다. 압력솥마다 맛이 다를까? 정문웅 교수는 "이론상 모두 압력에 의해 온도를 높이는 것이기 때문에, 용기가 무엇이든 사실 맛에는 크게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과 한국식품연구원에서 진행한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취사 방식, 가격대, 브랜드 등에 따라 크게 밥 품질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2/09/02/202209020184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