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 용종을 뗄 때는 용종 속에 암이 있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건국대병원 대장암센터는 용종 제거 때 암이 의심되면 내시경 절제 시술을 멈추고 대장항문외과로 보내 협진을 한다. 왼쪽부터 대장암센터 백진희 교수, 유춘근 교수, 황대용 센터장. /김지아 헬스조선 객원기자
대장 용종은 흔하게 발견되지만, '제거'가 그렇게 간단치 않다. 용종의 크기·모양 등에 따라 암일 수 있기 때문. 암이 숨어있는 용종을 무리하게 떼었다간 암이 퍼질 수 있고, 대장에 구멍이 날 수도 있다.
건국대병원 대장암센터 황대용 센터장(대장항문외과 전문의)은 "개인 병원에서 용종을 뗀 뒤 조직검사에서 암이 발견돼 큰 병원에 가보라고 권유받고 우리 병원에 오는 환자가 많다"며 "문제는 처음에 용종을 조각조각 내어서 떼어냈거나 용종과 정상 점막 사이에 여유가 없이 떼어내 암이 완전히 제거됐는지 판별할 수 없는 경우"라고 말했다. 암으로 의심되는 용종은 뗄 때부터 신중히 떼야 하며, 내시경으로 제거가 어렵다면 대장항문외과 의료진과 즉시 협진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황 센터장은 말했다.
◇'용종 속 암' 발견되는 확률 적지 않아
용종을 뗐는데, 암이 있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의학 교과서에 따르면 1.5% 정도다. 황대용 센터장은 "대장 용종을 뗀 100명 중 1~2명 꼴로 암이 발견되는 셈"이라며 "많게는 12%까지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확률이 적지 않으므로 대장 용종을 뗄 때는 용종 속에 암이 있을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용종은 크기가 클수록 암이 숨어있을 가능성이 크다. 황대용 센터장은 "평균적으로 5㎜ 이하면 암이 있을 확률이 0.1%에 불과하지만, 1㎝가 되면 1% 정도는 암"이라며 "2㎝를 넘어가면 위험은 더 커지며, 모양이 삐죽삐죽하고 거칠게 보인다면 암이 있을 확률이 높다"고 했다.
또한 용종을 제거할 때는 살짝 들어보는데, 암이 있으면 뿌리가 깊어 용종이 잘 들리지 않는다. 이런 용종을 무리하게 절제했다가는 장에 구멍이 날 수 있고, 암 덩어리가 중간에 뚝 잘릴 수 있다.
암이 의심되는 용종을 제거할 때 신중을 기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용종을 들어올려 회 뜨듯이 넓은 범위를 제거해야 하는데, 장에 구멍이 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고난도 작업이다. 용종의 목을 올가미에 걸어 제거하는 방법의 경우 용종의 크기가 크면 하지 못하며, 암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완벽하게 제거하기 어려울 수 있다. 황대용 센터장은 "우리 병원 대장암센터는 이런 경우 내시경 절제시술을 멈추고 대장항문외과로 환자를 보내 수술을 통해 선제적으로 병변을 포함해 대장을 수술로 제거하고 조직을 정밀하게 살핀다"고 말했다.
◇암 의심되면 대장 절제해야
대장 용종을 절단한 면에 암세포가 발견되면 대장암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대장 절제술을 시행해야 한다. 용종을 떼어낸 자리는 깨끗하더라도, 현미경 조직 검사상 암이 점막하층 깊은 곳까지 침범했거나(1㎜ 이상), 악성도가 높은 암세포가 보이거나, 암 주위 림프절·혈관에 암세포가 보이는 경우라면 진행된 대장암 수준에 맞게 대장 절제술을 받아야 한다. 황대용 센터장은 "용종에 암이 있다고 대장까지 잘라야 하나 생각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암이 남아있을 가능성, 림프절 전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내시경적 절제만으로는 안전을 담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건국대병원 대장암센터 조사에 따르면 암이 의심되는 대장 용종을 제거하고 대장 절제술까지 받은 환자들을 분석했더니 18% 환자에서 암 조직이 남아있었다. 이 중 10%는 대장암 주위 림프절에서 암 전이가 발견됐고, 8%는 대장에 여전히 암이 남아있었다.
황대용 센터장은 "다만 암이 의심되는 용종이 직장· 항문 근처에 있다면 항문을 제거해야 할 수도 있으므로 절제 수술은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국대병원 대장암센터, '암 의심 용종' 협진 치료
대장 용종이 암이 의심될 때 내시경 절제가 어렵다면 내시경을 하는 소화기내과 의사는 '시술'을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수술이 가능한 대장항문외과 의사에게 환자를 의뢰해야 한다. 황대용 센터장은 "이런 과정은 소화기내과와 대장항문외과 의사의 신뢰가 기반이 돼야 가능한 일"이라며 "우리 병원 대장암센터에는 10년 이상 한솥밥을 먹은 의료진들이 많다 보니 협업이 잘 된다"고 말했다. 특히 대장항문외과 교수 3명은 수술도 같이 하고, 항암 치료도 같이 하고, 수술 후 관리도 함께 한다. 한 명의 환자가 3명의 전문의에게 관리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인 것이다. 환자 소통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건국대병원 대장암센터' 온라인 카페에는 회원만 5000명 가까이 있다.
한편, 대장암 예방법은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가 핵심이다. 국가 암 검진으로 위내시경 검사를 2년에 한 번씩 2번 받을 때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같이 받는다면 검사 시기를 잊지 않을 수 있다.
황대용 건국대병원 대장암센터장
"항문 제거한 직장암 환자 200명 중 4명뿐… 수술 두려워 마세요"
대장암 중에서 40%를 차지하는 직장암은 암 중에서도 ‘치욕스러운’ 암으로 꼽힌다. 암 제거를 위해 항문까지 절제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 그래서 아무리 암이 무서워도 항문을 포기할 수 없어 암 수술을 받지 않는 환자들이 있다.
건국대병원 대장암센터 황대용 센터장은 “80년대 후반만 해도 직장암 환자의 절반은 항문을 없애는 수술을 했다”며 “방사선·항암 치료가 발전하면서 직장암으로 항문을 제거하는 수술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건국대병원에 지난 1년간 직장암 환자 치료 형태를 살펴본 결과 200명 중 4명만 항문 제거 수술을 받았다.
직장암에 방사선·항암 치료를 하면 10~15%는 암이 없어지는 ‘완전 관해’ 상태에 이르게 된다. 황대용 센터장은 “2015년 방사선·항암 치료만으로 암이 사라진 직장암 환자 73명을 추적관찰했더니, 4분의 3은 직장암이 다시 자라지 않았고 4분의 1만 암이 자라 직장암 수술을 했다는 미국 연구가 발표되었다”고 말했다. 해당 연구에서 또 주목할 점은 방사선·항암 치료 후 나중에 암이 자라 직장암 수술을 한 환자나, 방사선·항암 치료 직후 직장암 수술을 한 환자나 암 치료 성적에 차이가 없었다는 점이다. 방사선·항암 치료 후 완전 관해가 오는 경우는 시간을 두고 암의 진행을 살핀 뒤 수술을 해도 늦지 않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의 직장암 환자가 방사선·항암 치료만으로 암을 없앨 수 있을까? 황대용 센터장은 “안타깝게도 아직은 모른다”며 “유전자 검사 등 수많은 연구를 해 봤지만 기준을 찾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직장암 환자의 선행 방사선·항암 치료는 충분한 기간을 두고 치료 반응을 확인해야 한다. 건국대병원 대장암센터는 보통 방사선 치료 후 6주 정도 기다리는 것과 달리, 10주 정도까지도 충분히 지켜보면서 수술 전 암의 크기가 충분히 줄어들기를 기다린다. 방사선·항암치료를 받고 나서 완전 관해로 수술을 받지 않은 직장암 환자들은 좀 더 자주, 그리고 지속적으로 검사와 추적 진료를 받아야 한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2/06/21/202206210170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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