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반 건강상식/음식&요리

스트레스 풀려 좋은 매운 음식… 화장실에서는 왜?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2. 6. 20.

매운 음식을 먹은 다음 날 화장실에서 작열감이 느껴지는 이유는 캡사이신 수용체가 항문에도 있기 때문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한국인에게 매운맛은 스트레스 해소법이자 일종의 자부심이다. 매운 걸 못 먹는 사람은 ‘맵찔이(매운맛+찌질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매운 음식을 먹은 다음 날에는 어김없이 화장실에서 작열감을 느끼곤 한다. 왜 그런 걸까?

매운맛은 통증이다. 혀의 미뢰가 느끼는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과 달리 매운맛은 뇌가 감지한다. 고추의 캡사이신, 후추의 피페린은 피부 신경 말단에 존재하는 캡사이신 수용체(TRPV1)와 결합한다. 그 뒤 세포 흡수 과정에서 전기신호로 변환된 뒤 뇌로 이동한다. 우리 뇌는 이렇게 전달된 전기신호를 열에 의한 통증으로 해석한다. 약 43도의 열에 닿았을 때 느낄 수 있는 통증과 비슷하다고 한다.

항문의 작열감 역시 캡사이신 수용체에 의한 것이다. 소량의 캡사이신은 대장에서 전부 흡수되므로 항문을 통해 배출되지 않는다. 그러나 떡볶이, 불닭, 마라탕처럼 캡사이신이 많은 음식을 먹었다면 대장에서 채 흡수되지 못한 캡사이신이 대변을 통해 배출된다. 이때 캡사이신은 항문에 있는 캡사이신 수용체와 다시 한 번 결합하게 된다. 먹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열에 의한 통증을 느끼는 것이다.

캡사이신 수용체의 분포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항문에 캡사이신 수용체가 적어서 통증이 약한 사람도 있다. 또 매운 걸 잘 먹는 사람은 그만큼 캡사이신 수용체가 적어서 뇌가 느끼는 고통이 그만큼 적다. 과거에 매운 음식을 잘 먹던 사람이 갑자기 못 먹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매운 음식을 꽤 오랜 기간 먹지 않아 몸의 시스템이 캡사이신 수용체 분포에 변화를 줬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한편, 소량의 캡사이신은 건강에 이롭다. 혈관을 확장해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고, 엔도르핀을 분비시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증식을 억제한다는 국내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많이 알려져 있듯 다량의 캡사이신은 위점막을 손상시켜 만성 위염을 유발할 수 있다. 게다가 떡볶이, 마라탕 등 인기 많은 매운 음식은 기름지거나 밀가루로 만들어져 있어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2/06/15/202206150223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