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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의 장/마이온리독 My Only Dog

[이게뭐약_펫] 대변 먹는 반려견, 약으로 치료 될까?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1. 8. 19.

의약품 허가받은 호분제 없어… 반려견 생활·식습관 점검해야

반려견이 식분 증상을 보인다면 생활·식습관을 점검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개를 키우다 보면 종종 반려견이 자신의 대변을 먹는 경우를 발견한다. 한두 번에 그치는 경우도 있지만, 자주 대변을 먹는 모습이 발견되면 혹시 건강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닌지, 대변을 먹고 탈이 나지는 않을지 걱정이 커진다. 최근에는 이런 고민을 해결해주는 '식분증 약(호분제)'이 등장했다. 정말 약만 먹이면 식분증이 해결될까?

식분증이란?
식분증은 배변을 먹는 행동이다. 반려동물 중에서는 주로 개에서 나타나는 문제다. 식분증이 있는 개는 다른 개의 변을 먹는 경우는 거의 없고, 자신의 변을 먹는다.

식분증의 원인은 굉장히 다양하고, 원인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영양결핍, 소화 효소 결핍, 췌장기능 저하, 장내 기생충 등 생리학적 문제가 원인일 수도 있고, 불안감, 보호자 관심 요구, 활동이 제한된 환경에서의 성장으로 인한 결핍 등 심리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단순 습관이나 사료량이 부족해 배고픔을 느끼는 경우 등에도 식분증이 발생할 수 있다.

식분증, 약만으로 치료할 수 있을까?
식분증은 원인이 다양해 치료가 어렵기도 하지만, 일단 '약' 자체가 없다. 현재 식분증으로 적응증을 받은 동물용 의약품은 없다. 온라인 등을 통해 식분증 치료제로 판매되는 제품은 모두 기능성 사료류에 속한다. 기능성 사료는 사람으로 치면, 건강기능식품이다. 시중에 식분증 약으로 판매되고 있는 기능성 사료류는 건강기능식품 정도의 효능·효과만 있어 약으로 분류할 수 없다.

대한약사회 동물약품위원회 강병구 부위원장(약사)은 "현재 국내에서 식분증 치료제 또는 호분제로 유통되고 있는 제품들은 약이 아니라 약간의 기능성 성분이 포함된 사료다"고 말했다. 그는 "캡사이신 등의 성분이 포함돼 대변에서 개가 싫어하는 향이 나도록 하거나 소화를 돕는 효소, 효모를 포함해 반려견이 대변을 먹을 이유를 줄여주는 원리다"고 설명했다.

강병구 약사는 "과거에는 영양공급이 불충분해서 식분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너무 많이 먹다 보니 소화가 잘되지 않아 대변에 영양성분이 그대로 배출돼 대변을 음식으로 혼동, 먹는 사례가 더 많다"고 말했다. 강 약사는 "이러한 이유로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식분증 치료목적의 제품들은 소화효소제가 포함된 경우가 많고, 개나 고양이에게 사용되는 소화효소제는 의약품으로 분류된 성분은 아니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에서 동물용 의약품으로 분류된 소화효소제는 소, 돼지, 닭 등 산업동물용만 있다.

식분증 개선 제품, 효과가 있을까?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식분증 치료 제품들은 약이 아니다 보니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강병구 약사는 "실제 호분제를 반려견에게 먹인 보호자들의 얘기를 들어봐도 효과는 극과 극이다"고 말했다. 강 약사는 "호분제를 먹여 대변에서 반려견이 좋아하지 않은 향이 나면 식분증이 개선될 수도 있지만, 개에 따라 특정 성분 소화력이 좋으면 대변에서 개가 싫어하는 향이 전혀 나지 않아 전혀 효과가 없다"고 밝혔다.

반려견이 식분증 개선 제품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아쉽게도 이 제품들은 먹여보지 않는 이상 미리 효과를 알 수 없다. 강병구 약사는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식분증 개선 제품들은 인체 의약품처럼 엄격한 임상시험과 근거가 있는 제품이 아니다 보니 효과를 미리 짐작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 제품들은 건강기능식품 정도의 기능만 있기 때문에 심각한 부작용도 없어, 반려견의 식분증이 걱정된다면 일단 사용해볼 수는 있다"고 밝혔다. 강 약사는 "국내 유통되고 있는 호분증 제품들은 기능성 식품원료들이 배합된 것으로, 약으로 사용되는 원료는 없다"고 설명했다.

식분증 있는 반려견, 구충제 더 자주 먹여야 할까?
반려견의 식분증이 걱정되는 이유 중 하나는 기생충 감염 때문이다. 그렇지만 식분증이 있다고 해서 구충제를 더 많이, 자주 먹일 필요는 없다.

강병구 약사는 "내부 기생충 때문에 식분증이 생길 수는 있지만, 평소 구충제를 주기적으로 먹었던 반려견이라면 식분증이 있다고 해서 구충제를 추가로 먹일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강 약사는 "만일 구충제를 복용하지 않은 반려견이 식분 증상을 보인다면, 구충제를 먹여보고 변화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식분증 개선, 다른 방법은 없을까?
호분제나 구충제를 먹여도 식분증이 개선되지 않고, 수의사를 찾아가 행동교정치료 등을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 다른 방법도 있다. 호분제 대안으로는 사료·간식 변경, 유산균 복용, 고미제(苦味劑) 스프레이 사용 등을 고려할 수 있다.

강병구 약사는 "반려견이 자신의 대변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게 쓴맛과 향이 나는 고미제 스프레이를 대변에 뿌리거나 유산균을 먹여 소화를 촉진, 대변에 맛보고 싶은 영양소가 배출되지 않게 하는 방법도 시도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약사는 "대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식분 증상을 보일 때 먹인 사료나 간식을 변경하면 증상이 개선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어 "식분증은 반려견의 생활·식습관 개선이 반드시 필요한 행동이기에, 만일 여러 방법을 시도해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수의사에게 정확한 진찰을 받아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1/08/13/202108130120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