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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별 암/폐암

폐암 약 '타그리소vs렉라자', 빅5 명의들 선택은?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1. 6. 29.

효과·부작용 거의 동일 판단… 추후 임상시험 결과 주목

​의사에 따라 폐암치료제 선택 계획은 차이가 있다/사진=헬스조선DB

3세대 비소세포폐암 표적치료제라 불리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변이 양성 T790M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독점체제가 오는 7월 종료될 예정이다. 2016년 1월 3세대 비소세포폐암 표적치료제 '타그리소'가 국내에서 허가를 받은 지 5년 여 만에 같은 적응증을 받은 '렉라자정'의 7월 1일 자 보험급여 등재가 결정됐기 때문이다. 급여권 진입에 성공한 렉라자의 하루 약값은 20만6892원(1정 6만8964원*3)이다. 이는 동일 적응증으로 허가를 받아 이미 사용되고 있는 타그리소 일일 약값 21만7782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적응증이 같고, 가격도 비슷한 두 약제 중 의료진은 무엇을 선택할까? 헬스조선은 일명 '빅5'(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의 폐암 명의들에게 타그리소와 렉라자 사용 계획과 전망을 물었다. 이해관계 배제를 위해 인터뷰는 익명으로 진행했다.

◇타그리소vs렉라자, 명의의 선택은?
적응증이 같은 두 약제를 두고 명의들의 선택은 차이가 있었다. 5명의 교수 모두 타그리소와 렉라자의 적응증이 효능·효과와 부작용이 거의 같다고 판단했으나, 지금까지 발표된 렉라자의 데이터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선택결과는 달라졌다.

발표된 데이터에 기반, 뇌 전이가 있거나 심장질환이 있는 폐암 환자에게 렉라자를 우선 처방을 고려하겠다는 이들과 렉라자의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아 아직 렉라자 처방을 결정할 수 없다는 이들로 나뉘었다.

C, D 교수는 두 약제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C 교수는 "렉라자 우선 처방을 고려해야 하는 환자는 사실 없다"고 말했다. 그는 "렉라자는 타그리소와 적응증이 같고, 효능·효과도 거의 같은 약이라 렉라자 처방을 타그리소보다 우선 고려해야 할 환자의 근거는 없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C 교수는 "두 약제를 직접 비교한 임상시험이 없어 어떤 약이 더 좋다고 할 수는 없으나, 데이터를 본다면 뇌전이 환자와 심장이 좋지 않은 환자에겐 렉라자를 사용해볼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D 교수는 "타그리소와 렉라자는 비슷한 약이라 적응증에 해당하는 환자라면 어느 것을 써도 큰 상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상으로는 뇌전이 환자에게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나 처방을 하게 되면 뇌전이 환자와 심장질환이 있는 경우 렉라자를 선호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D 교수는 "비슷한 약이라 환자 입장에서도 어떤 약을 받더라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B 교수와 E 교수는 뇌전이 환자에게 렉라자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B 교수는 "타그리소의 데이터가 많긴 하지만, 렉라자의 데이터도 부족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직접 비교 데이터는 없지만, 이에 따르는 간접 근거들이 1, 2상 연구결과에 충분히 반영되어 있기에 이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뇌전이 환자와 심장문제가 있는 환자들에게 렉라자 우선 처방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E 교수는 "타그리소와 렉라자 모두 2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는데, 2차 치료를 시작하는 환자의 약 40%는 뇌전이가 있기에 뇌전이에 조금이라도 더 효과적인 약을 선택하는 일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E 교수는 "두 약제를 직접 비교해보지 않아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지만, 기존 임상결과에서 렉라자가 뇌전이에 효과적이고 심장독성이 적어 뇌전이 환자와 심장 부작용이 우려되는 환자에게 우선 처방을 고려하게 된다"고 밝혔다.

반면, A 교수는 현재 상황에서 렉라자를 우선 선택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A 교수는 "기본적으로 타그리소와 렉라자는 같은 약이고 렉라자 투여 환자에게만 발생하는 부작용도 있는데, 렉라자는 가격 측면에서 이점이 없고 데이터도 충분하지 않아 신규환자에게 처방을 우선 고려하기엔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A 교수는 "데이터가 충분해야 일관된 부작용을 살피고 처방을 내릴 수가 있는데 렉라자는 데이터가 너무 적다"고 밝혔다. 그는 "임상시험과 실제 임상현장에서의 결과는 다르기에 렉라자가 뇌전이 환자에게 효과가 좋고, 심장독성이 적다는 임상결과만을 참고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렉라자 가격, 적정했나
건강보험공단은 렉라자가 타그리소와 임상적 유용성이 유사함을 입증했고, 현재 위험분담제를 적용하면 소요비용이 타그리소보다 저렴해 비용효과적이라고 판단해 최종약가를 결정했다. 그렇다면 렉라자를 직접 처방하는 의사들의 판단은 어떨까?

렉라자의 가격이 타그리소와 유사하게 책정된 것을 두고 현장의 의견은 나뉘었다. 처방의 입장에서 약가의 적절성을 논하기는 어렵다는 게 공통적인 입장이긴 했으나, 의외라는 입장과 적절하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먼저, 의외라는 입장을 밝힌 D 교수는 "3세대 폐암치료제 후발주자 입장이기 때문에 치료제 시장을 독점한 타그리소를 따라 잡으려면 약가를 상당히 낮출 것이라고 봤었다"고 말했다. 그는 "렉라자가 조금 더 약가를 낮게 책정했다면 경쟁약인 타그리소의 약가도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었을 것이라 아쉬움은 있으나, 그래도 한 가지 약이 독점하던 시장에 가격경쟁을 할 수 있는 약제가 등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C 교수도 "타그리소에 비해 렉라자의 약가가 상당히 낮게 책정될 것이라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렉라자는 적응증이 타그리소와 같고, 큰 차별점이 입증된 약은 아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C 교수는 "렉라자와 타그리소를 직접 비교한 임상시험이 없고, 약가 책정 과정은 의사의 영역이 아니라 언급이 어렵지만, 렉라자의 약가는 의외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타그리소보다 약가를 낮게 책정할 이유는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E 교수는 "개인적으로 렉라자가 타그리소보다 약가를 낮출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후발주자라고는 하지만 효과와 부작용 측면에서 타그리소와 차이가 없다고 확신하는 상황이라면, 약가를 낮출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E 교수는 "우리나라는 '암 환자의 본인부담금 5% 특례제도'를 통해 치료비의 5%만 환자가 지불하면 되기 때문에 약간의 약가 차이로는 환자의 부담금액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B 교수 역시 "암환자 본인부담금이 5%인데다, 타그리소와 렉라자는 데이터상으로 효과가 유사하기에 무조건 우리나라 약이라고 약가를 낮출 수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B 교수는 약가 책정과정에서 렉라자의 글로벌 판권을 얀센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B 교수는 "렉라자의 글로벌 판권을 다국적제약사인 얀센이 갖고 있기에 국내 약가를 책정하는 과정에서 얀센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렉라자는 얀센의 이중항암항체 '아미반타맙'과 병용사용하는 임상시험을 앞두고 있다.

◇렉라자, 시장 바꿀 수 있을까
렉라자의 등장으로 3세대 폐암치료제 시장이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시장 변화의 규모에 대해서는 견해차는 있었다. 렉라자 처방을 우선 고려할 수 있는 환자가 마땅하지 않다는 이들의 의견과, 뇌 전이나 심장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렉라자를 처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의사들의 견해차다.

D 교수는 "독점시장이 무너지고 가격경쟁이 가능한 시장이 형성됐다는 점에서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고 말했다. D 교수는 "시장점유율 변화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경쟁약의 등장은 약가인하의 여지를 만드는 일이다"고 설명했다. E 교수는 "타그리소와 렉라자가 효능과 부작용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보이기 때문에 렉라자가 상당히 선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더 효과적인 병용 약제를 찾는 약이 승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E 교수는 "결국 3세대 치료제의 승부는 어떤 약물과의 병용요법을 통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얀센에서 1차 치료제 허가를 목적으로 타그리소 단독, 렉라자 단독, 렉라자와 얀센의 '아미반타민' 병용요법을 비교하는 대규모 글로벌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 임상결과에 따라 시장점유율이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1/06/28/202106280142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