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소세포폐암 환자 김 씨는 평소 잦은 기침과 가래로 집 근처 병원을 찾았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과 달리 대학병원 검진을 권장받았고, 결국 ‘소세포폐암’ 진단을 받았다. 이미 반대쪽 폐로 전이돼 의료진은 최신 치료법을 권했지만 비싼 약 값이 부담돼 치료를 포기할지 고민이다.
국내 암 사망률 부동의 1위 폐암은 최근 의학의 급속한 발전으로 다양한 치료제가 등장했다. 이에 다른 암보다 신약개발에서 앞서가고 있지만 비소세포폐암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폐암은 암세포 크기와 형태에 따라 ‘비소세포(非小細胞)폐암’과 ‘소세포(小細胞)폐암’으로 나뉜다.폐암 80~85%는 비소세포폐암이고, 나머지인 소세포폐암은 악성도가 높아, 발견 당시 다른 장기에 전이된 경우가 많다.
비소세포폐암과 소세포폐암은 치료 옵션에서도 차이가 크다. 특히 소세포폐암은 지난 20여 년간 치료법이 변하지 않을 정도로 치료 옵션이 매우 제한적이다.
소세포폐암은 비소세포폐암보다 비율이 낮은 만큼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흡연과 연관성이 크고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주로 발병하며, 다른 암종 대비 고령층 비율이 높다. 증상으로 기침, 객혈 등이 나타나지만 오랜 기간 흡연을 해온 환자들은 단순한 호흡기 질환으로 오해해 조기 진단이 어렵다.
악성도가 강해 대부분 진단 당시 수술적 절제가 어려울 정도로 악화된 경우가 많다. 종양 전이 속도도 빠르고 재발률이 높아 5년 생존율이 비소세포폐암의 1/4에 불과한 6.5% 정도다.
20년 만에 등장 신약, 약값 부담에 ‘그림의 떡’
소세포폐암은 오랜 시간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신약 개발의 불모지’였다. 시스플라틴, 카보플라틴 등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이 유일한 치료법었다. 종양이 한쪽 폐에만 있는 제한병기에는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치료를 병용하고, 반대편 폐나 다른 장기에 전이된 확장병기에는 항암화학요법만 진행한다.
다른 암보다 치료법이 제한적이며, 특히 상당수가 고령인 소세포폐암 환자들에게 기존 항암화학요법은 치료 부담이 컸다. 전이가 진행된 후에는 빠르게 치료해야 하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소세포폐암 치료에도 새로운 옵션이 등장했다. 지난해 면역항암제 기반 병용요법이 식약처 승인을 받으며 20년 만에 효과적인 신약이 등장한 것이다.
국내 최초 소세포폐암 1차 치료 면역항암제로 허가받은 티쎈트릭(성분명:아테졸리주맙)은 임상에서 기존 표준항암치료와 병행했을 때 전체 생존기간 평균 12.3개월을 입증했으며, 대조군 대비 사망 위험을 30% 가량 낮췄다.
연구로 효과가 입증된 티쎈트릭은 국제 암 표준 진료지침인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Category 1)으로 권고되고 있다.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임선민 교수는 “기존 항암화학요법 외에 치료 옵션이 전무했던 소세포폐암 환자들에게도 이제 면역항암제 기반 치료가 가능해졌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며 “암 치료 궁극적인 목표는 장기적인 효과를 통해 생존율을 높이는 것인데, 티쎈트릭으로 치료받은 환자들을 보면 기존 치료법 대비 예후가 좋아 장기 생존이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희소식도 환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의료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고가의 약 값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환자는 치료를 포기하거나 시도조차 하지 않으며, 의료진 입장에서는 보험급여가 되지 않는 치료제를 선뜻 권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임선민 교수는 “효과적인 치료제가 있음에도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에게 적극 권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지난 20년간 치료 옵션에 변화가 없던 소세포폐암 분야에도 면역항암제의 임상적 유효성이 입증된 만큼 치료가 본격화될 수 있도록 환자 접근성을 높이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5/04/202005040236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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