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癌) 중 가장 두려운 ‘폐암’에 관한 치료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다. ‘전이·재발’이라는 폐암의 두 가지 ‘무기’를 항암제를 통해 조금씩이지만 정복해가는 분위기다.
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의료진은 암세포의 정체를 자세히 파헤치게 됐다. 폐암세포 성장과 세포 사멸에 관여하는 ‘유전자변이’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이를 활용한 표적항암제가 쓰이고 있다. 가장 흔하게 관찰되는 유전자변이는 EGFR 유전자와 ALK 유전자 돌연변이다.
EGFR, ALK 돌연변이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표적항암제’는 기존 항암요법보다 치료 효과가 좋고, 심각한 부작용은 유발하지 않으며, 장기간 약물 반응을 유지한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치료 후 암 크기가 30% 이상 감소하는 비율이 세포독성항암제는 10명 중 3명이지만 표적항암제는 10명 중 7명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표적항암제는 세대를 거듭하며 꾸준히 개량 중이다. EGFR 폐암 표적항암제는 1세대 이레사(성분명 게피니티브), 타세바(엘로티닙), 2세대 지오트립(아파티닙) 등 출시 후 3세대 타그리소(오시머티닙)이 출시됐고, ALK 폐암은 1세대 잴코리(크리조티닙), 2세대 알레센자(알렉티닙), 알룬브릭(브리가티닙)가 등장하며 치료옵션이 확장됐다.
EGFR 비소세포폐암 환자 대상 대규모임상(FLAURA) 결과, 3세대 표적항암제 치료군은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이 18.9개월로 표준치료제 투여군(10.2개월)보다 약 8.7개월 길었다. 전체 생존 기간도 3세대 표적항암제 치료군 중앙값은 38.6개월로 표준치료군 31.8개월보다 길었다.
ALK 비소세포폐암 환자 대상 연구에서도, 2세대 표적항암제는 기존 치료제 대비 3배 이상 개선된 34.8개월 무진행생존기간을 보였고,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이 78% 감소시켰다.
전신에 퍼지는 폐암…뇌로 흔하게 전이
폐암은 특히 다른 장기로 잘 옮는다. 폐에 연결된 동맥이 심장을 통해 전신으로 퍼지기 때문이다.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종석 교수는 “폐에 연결된 동맥을 거친 혈액은 좌심실로 간 다음, 전신으로 퍼진다”고 말했다.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조병철 센터장은 “폐암은 특히 뇌, 뼈, 소화기 등으로 잘 전이된다”며 “정확한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EGFR 유전자변이, ALK 유전자변이 폐암에서 전이가 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폐암이 흔히 옮는 부위로는 ‘뇌(腦)’가 있다. 실제로 폐암환자 5명 중 1명은 진단 시점부터 뇌전이가 있고, 치료 중 뇌전이가 발생하는 비율도 44%에 달한다.
뇌전이 폐암은 암 말기 소견으로 여겨질 만큼 치료가 까다롭고 예후가 불량하다. 특히 가능한 치료법도 제한적인데, 뇌혈관장벽(뇌 안정성을 보호하는 구조)으로 둘러싸인 뇌의 특성상 치료제 침투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종석 교수는 “뇌를 보호하는 뇌혈관장벽 때문에 항암제가 뇌까지 전달되기 어렵다”며 “투과한다 해도 농도가 떨어지면서 약효도 감소한다”고 말했다.
방사선치료를 진행하지만, 장기간 진행할 경우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조병철 센터장은 “뇌전이가 발생하면 뇌전체에 방사선을 조사하는 ‘전뇌방사선’과 감마나이프 수술 등을 진행해 질병 진행을 늦춘다”며 “하지만 방사선 치료는 비소세포폐암 저항성이 높고 뇌괴사 등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종석 교수는 “대부분이 안전하게 방사선치료를 진행하지만 전뇌방사선을 진행하는 경우, 일부에서는 인지기능 저하, 치매 위험이 증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폐암 뇌전이와 관련해서도, 3세대 표적항암제는 희망을 전하고 있다. 기존 표적항암제보다 뇌혈관장벽 투과율이 높다. 임상 연구에 따르면 뇌전이 폐암 환자 질병진행 및 사망위험은 52% 감소했으며, 뇌전이 발생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표준치료군(30%)보다 표적항암제군(12%)에서 더 낮게 나타났다.
표적항암제 중 EGFR 돌연변이에는 타그리소가, ALK 돌연변이는 알레센자, 알룬브릭 등이 뇌혈관장벽 투과성이 우수하다고 알려졌다.
조병철 센터장은 “1세대보다는 차세대 표적치료제 뇌전이 투과도가 높고,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뇌 투과도가 높아 부작용을 걱정하지만, 특별한 위험이 보고되지는 않았다. 조 센터장은 “뇌전이 투과도가 높다고, 예전 약제들보다 더 큰 부작용이 있지는 않다는 게 임상으로 증명된 만큼, 의료진과 상담해 적극적으로 치료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출처 :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21/202004210397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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