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내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 총)을 활용한 약 개발이 제약·바이오업계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대 환경보건학과 고광표 교수(고바이오랩 대표)는 지난달 개최된 한국미생물학회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약물 개발이 제약사들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며 “국제적인 과학 학술지 셀, 네이처 등에 매호 관련 논문이 빠지지 않을 정도로 학계 관심도 뜨겁다”고 말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2018년 제약사 임원들이 라이센싱하고 싶은 분야 4위에 올랐다. 순위권에도 없던 2017년과 확연히 비교되는 현상이다. 한국바이오협회 자료에 따르면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 시장은 2018년 5천600만달러에서 2024년 약 94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체내에 사는 미생물 전체를 뜻하는데, 미생물은 장(腸)에 가장 많다. 따라서 의학자, 바이오업계 등은 장내 미생물에 주목한다. 장내 미생물의 구성, 조합에 따라 특정 질환이 잘 생기기도, 잘 치료되기도 한다. 마이크로바이옴 변화로 현재까지 가장 큰 치료 효과를 보이는 질환은 염증성, 감염성 장질환이다. 고광표 교수는 "이 밖에 비만 등 대사질환, 혈관질환, 천식이나 아토피 등 알레르기 질환, 정신과 질환과의 연관성도 밝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뚱뚱한 쥐에서 추출한 대변을 건강한 쥐에게 줬더니 건강하던 쥐가 뚱뚱해지고, 대장암이 있는 쥐의 대변을 건강한 쥐에게 이식했더니 암이 촉진되고, 파킨슨병 환자 장내 세균을 건강한 쥐에게 이식했더니 파킨슨병 증세가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이 항암 치료 효과를 높인다는 연구도 나왔다. 구스타브 루시 연구소 연구팀은 비만, 당뇨병, 염증과 관련된 '무시니필라'라는 균이 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 면역항암제 반응을 높인다고 발표했다. 체내 유익균을 증가시켜 면역 시스템을 강화하면 암세포 사멸이 촉진된다는 원리다. 지난 24일에는 국립암센터 주최로 '마이크로바이옴, 암과 치료'라는 주제의 의생명과학포럼이 개최되기도 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치료 약물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치료 일선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을 가장 직접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분변이식 시술'이다. 건강한 사람의 변을 모아 크론병 등 중증 장질환 환자에게 투여하는 것인데, 입으로 넣을 수도 있고 장에 직접 넣기도 한다. 변을 그대로 넣는 것은 아니고 특수 처리한 후 식염수 등과 섞인 용액을 주입한다. 주로 장질환 환자들에게 실시된다. 대표적인 것이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이라는 세균 증식에 의한 대장염이다. 이 병은 항생제 과투여 등에 의해 생긴다.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약물 개발이 어려운 이유는 일정한 치료 효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이런 한계를 보완한 약제들이 개발돼 미국에서 3상을 진행 중이다. 고광표 교수는 "아직 확답하기 이르지만 2상 결과가 좋아 3상도 통과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렇게 된다면 마이크로바이옴 개발 업계들에 굉장한 희소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바이오협회는 올해 안에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가 탄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임상 시험을 시작한 국내 바이오 업체는 아직 없다. 고바이오랩은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자가면역 질환 치료제 신약후보 물질의 호주 임상시험을 올가을쯤으로 계획하고 있다. 지놈앤컴퍼니 역시 올해 안에 미국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폐암 치료제 신약 임상 시작을 목표하고 있다. 쎌바이오텍도 대장암 치료제 신약 국내 임상을 올해 안에 시작할 계획이다.
출처 :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30/201905300292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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