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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별 암/기타암

[스크랩] "소아백혈병, 더 이상 불치병 아닙니다…90%는 생존합니다"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8. 4. 12.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소아혈액종양센터 정낙균 교수

정낙균 교수
정낙균 교수는 “소아백혈병은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니다”고 말했다./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서울성모병원 정낙균 소아혈액종양센터장이 주머니에서 편지 한 장을 꺼냈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제가 이렇게 집에 갈 수 있어서 기뻐요. 그동안 너무 감사했어요.’라고 적혀 있다. 그에게 치료받은 정현승(가명) 어린이가 완치 후 퇴원하면서 남긴 편지다. 그는 “늘 챙겨 다니며 힘들 때마다 펴보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자 하나를 열어 보였다. 지금까지 환자들에게 받은 감사편지가 빼곡했다. 명의란 바로 이런 사람이 아닐까. 소아백혈병 명의로 손꼽히는 정낙균 교수를 만났다.

Q. 국내 소아백혈병 현황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A.
현재 국내에 소아백혈병을 앓는 환자는 약 1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연간 약 400명의 소아에게서 백혈병이 새로 발병합니다. 전체 소아암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소아에서는 흔하죠. 소아백혈병은 종류가 다양합니다. 크게는 급성과 만성으로 나뉘고, 급성의 경우 림프모구성·골수성으로, 만성의 경우 골수성·연소기골수단구백혈병으로 다시 나뉩니다. 급성이면서 림프모구성인 경우가 전체의 75%로 가장 많습니다. 이어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가 20%이고, 나머지는 만성백혈병 환자입니다.

Q. 백혈병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1980년대만 해도 걸리면 죽는 병이었습니다. 슬픈 영화나 드라마의 주인공은 죄다 백혈병 환자였죠. 그러나 요새는 이런 영화·드라마는 없습니다. 일반 국민도 이제는 백혈병이 불치병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압니다.

Q. 실제 생존율은 얼마나 되나요?
A.
각각의 생존율이 조금씩 다릅니다. 소아백혈병 가운데 가장 흔한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을 예로 들면 현재 전 세계적인 통계에서 생존율이 80% 이상으로 나타납니다. 서울성모병원은 이보다 높은 90% 정도입니다. 백혈병 위험인자를 파악하고 위험군에 따라 치료강도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치료하기 때문입니다.

Q. 치료는 어떤가요? 같은 백혈병이지만, 소아와 성인의 치료법이 다를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A.
백혈병의 치료는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로 진행합니다. 여기에 조혈모세포 이식이라는 치료법이 하나 추가됩니다. 조혈모세포 이식은 보통 재발 위험이 높을 때 진행합니다. 다행히 소아의 경우 조혈모세포 이식까지 필요한 환자가 거의 없습니다. 항암제가 잘 듣는 편이기 때문이죠. 10명 중 8명은 항암화학요법으로 완치됩니다. 항암치료로 백혈구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면 2년간 유지요법을 진행합니다. 2년 이후에 재발하는 케이스는 거의 없습니다.

Q. 드물지만 재발하는 경우도 있을 텐데요.
A.
안타깝게 재발하면 치료 성적이 떨어집니다. 이식을 하더라도 20~30% 수준이죠. 그래서 재발 위험을 최대한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재발률과 재발 이후의 생존율도 조금씩이나마 좋아지고 있습니다. 우선, 분자유전학적 검사법이 발달하면서 미세잔존질환을 파악해 재발 위험이 높은 경우를 미리 알 수 있게 됐습니다. 이를 통해 위험인자를 파악하고 치료 강도를 적절히 조절하면 재발 위험을 낮출 수 있습니다. 재발한다고 해도 급성림프구성백혈병에 효과가 좋은 표적치료제가 새로 개발돼 예전보다 생존율이 높아졌습니다.

Q. 어떤 증상이 나타났을 때 백혈병을 의심할 수 있나요?
A.
증상만으로 백혈병을 발견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다른 질환의 증상과 쉽게 헷갈리기 때문이죠. 감기에 걸려도 1~2주가 지나도록 낫지 않거나, 계단을 오를 때 쉽게 숨이 차고, 무기력해집니다. 코피가 1시간 넘게 멎지 않고, 멍이 잘 들며, 팔다리가 아프다고 호소하기도 하죠. 그러나 단순히 면역력이 약해서 감기가 낫지 않을 수도, 성장통 때문에 팔다리가 아플 수도 있어서 헷갈리기 쉽습니다. 병원에 오면 혈액검사를 통해 백혈병을 확진합니다.

Q. 부모의 역할도 매우 중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소아백혈병 환자들의 부모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A.
많은 부모가 아이의 질환을 늦게 발견한 점에 대해 자책하는데, 그러지 않았으면 합니다. 설령 1~2주 먼저 발견한다고 해서 치료성적이 크게 바뀌지 않습니다. 너무 이른 경우에는 병원에서 혈액검사를 받는다고 해도 진단이 되지 않습니다.
백혈병이 자신으로부터 유전된 것은 아닐까 죄책감을 갖는 부모도 많습니다. 그러나 백혈병은 대부분 후천적으로 유전자가 변형돼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부모의 자책은 아이 건강에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부모가 힘을 내야 아이도 힘을 내서 더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Q. 치료기간 동안 부모가 챙겨야 할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A.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음식에 관한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음식은 익혀서 먹고 날 것은 되도록 피합니다. 과일은 껍질을 까서 먹는 종류가 좋습니다. 딸기처럼 껍질을 까지 않는 과일은 농약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있기 때문입니다. 견과류와 해산물은 손질이 어렵고 상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피해야 합니다. 유산균·치즈는 생균을 먹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되도록 먹지 않아야 합니다.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이므로, 친구·형제가 감염병 위험이 있다면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의 정서상태가 나빠지지 않도록 특별히 관리해야 합니다. 또, 병에 걸리지 않은 형제가 상실감을 갖지 않도록 배려도 필요합니다. 스트레스는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합니다.

편지
정낙균 교수가 주머니에 항상 챙겨 다닌다는 편지/사진=김진구 헬스조선 기자
편지가 담긴 상자
이 편지 외에도 정 교수가 열어 보인 상자 안에는 환자들로부터 받은 편지가 빼곡했다/사진=김진구 헬스조선 기자

Q. 소아백혈병 환자를 보시면서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성인이 앓는 암과 달리 백혈병을 비롯한 소아암은 치료제가 매우 귀합니다. 환자가 많지 않아 임상시험 모집이 어렵고, 그만큼 신약의 효능을 검증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죠. 이렇게 어렵게 나온 신약인데 쓰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습니다. 기존에 나온 약보다 효과가 빠르고 부작용이 적지만, 건강보험 급여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쓸 수가 없습니다. 블리나투모맙이라는 약을 예로 들면, 성인 백혈병 환자에게는 2차 치료부터 급여가 적용되지만, 소아는 아직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 약 대신 급여가 된 다른 약을 쓰는데, 몇몇 아이는 구토를 하고 팔다리에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등 부작용이 심하게 나타납니다. 그렇다고 약을 쓰지 않을 수도 없어, 이런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매우 아픕니다.

Q. 문재인 케어가 발표됐던 곳이 서울성모병원입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병원의 어린이 환자들과도 직접 이야기를 나누며 보장성 강화를 약속했는데요. 이에 따라 신약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소아백혈병 환자도 더 많아지지 않을까요?
A.
전체적으로 보장성이 강화될 것입니다. 이에 대한 기대가 큰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반대편에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삭감이 더욱 심해지는 것 같아 조금 아쉽습니다. 일례로 소아백혈병 환자에게 더 이상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두세 번 검사를 해야 할 때도 있는데, 심평원에선 일괄적으로 한 번 이상의 검사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지 않습니다. 재발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검사임에도 한 번만 인정하다보니, 검사가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Q. 소아 환자를 보면서 가장 뿌듯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A.
환자가 저를 완전히 잊었을 때입니다. 완치 판정을 받은 환자가 퇴원을 하더라도 적어도 1~2년은 환자·보호자 모두 트라우마 때문에 항상 불안에 시달립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의 상처도 점점 옅어집니다. 환자들은 퇴원 후에 주기적으로 병원에서 재발 여부를 검사받는데, 어느새 훌쩍 자란 환자가 저를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이 옵니다. ‘이제는 질병뿐 아니라 질병으로 인해 힘들었던 순간까지 완전히 잊었구나’라고 생각하면 큰 보람을 느낍니다.

정낙균 교수는?
가톨릭의대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서울성모병원 소아혈액종양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다. 백혈병·림프종·재생불량성빈혈 등이 전문 분야다. 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대한혈액학회·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 등에서 활동 중이다. 신약을 접하기 어려운 소아백혈병·림프종 환자에게 최신 치료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국제 임상연구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을 기반으로 백혈병의 미세잔존질환 분석법을 자체 개발했으며, 최근 백혈병 세포에서의 특징적인 유전자를 발굴해 논문으로 보고한 바 있다.


출처 :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10/2018041001271.html

출처 : 암정복 그날까지
글쓴이 : 정운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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