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기능식품, 바로 알고 바로 먹자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명절 선물로 인기가 좋은 버섯은 영지, 상황, 표고, 차가, 운지, 꽃송이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버섯마다 영양성분의 종류나 함량이 다르지만 베타글루칸은 건강식품 버섯에 공통적으로 들어 있다. 베타글루칸은 다당류의 일종이다. 버섯, 효모 같은 미생물이나 보리, 귀리 같은 곡물의 세포벽에서 얻을 수 있는데, 식품원에 따라 베타글루칸의 구조에 차이가 나고 그에 따라 물질로서의 특성과 주된 효능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보리나 귀리, 목이버섯에서 얻은 베타글루칸은 식이섬유로서의 기능은 있지만 상황버섯이나 효모에서 얻은 베타글루칸의 면역 활성 작용은 가지고 있지 않다. 최근 들어 베타글루칸은 면역 증강작용으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영어로 ‘면역’을 뜻하는 이뮨(immune)을 따서 ‘O뮨’으로 이름지은 건강기능식품 광고를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표고·상황버섯, 효모만 면역 증강시켜
베타글루칸이 면역력을 높여주는 작용 기전은 비교적 잘 밝혀져 있다. 베타글루칸은 장에서 흡수돼 세균이나 항원성 물질을 잡아먹는 ‘대식세포’라고 불리는 중요한 면역세포에 의해 포획된 후 세포 안에서 작은 조각으로 잘라진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대식세포가 그 조각들을 방출하는데, 이것이 다른 여러 종류의 면역세포의 활성에 영향을 미치면서 전신의 면역반응이 활성화된다. 약용버섯으로 사용되는 대부분의 버섯에 베타글루칸이 함유되어 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 건강기능식품의 원료로서 인정한 베타글루칸은 표고·상황·영지 버섯 그리고 효모로부터 추출한 베타글루칸뿐이고, 그중에서도 표고·상황 버섯, 효모 베타글루칸만 면역 증강작용이 있다고 인정받았다.
면역증강과 간기능에 도움이 되는 두 가지 기능을 인정받은 표고버섯 균사체(버섯의 뿌리 부분으로, 자실체인 갓 부위보다 영양성분이 풍부함)는 특히 면역증강을 통한 항암효과로 가장 먼저 주목을 받았다. 1980년대 일본에서 표고버섯에서 정제한 렌티난 주사가 항암제로 개발되기도 했다.
상황버섯의 균사체 추출물도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상황버섯 균사체는 소화기암, 간암 환자의 절제수술 후 면역증강을 통한 치료성공을 높이기 위해 하루 3번 1,100 mg 씩 복용하는 전문의약품으로도 처방되고 있을 만큼 면역증강과 항암효과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 특히 북미에서 다양한 제품이 판매되고 있는 효모베타글루칸은 물에 녹지 않는 불용성인데 면역력 증강 작용이 높은 ‘베타 1,3D 글루칸’의 비율이 높은 것이 장점이다. 영지버섯 자실체 추출물의 베타글루칸은 혈행 개선 기능만 인정받아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버섯 달인 물과 베타글루칸 건강기능식품은 다르다
효모나 버섯을 그냥 먹으면 장기적으로 섭취하지 않는 이상 면역력을 기대만큼 증가시키기 어렵다. 베타글루칸이 소화과정에서 쉽게 분해돼 장에서 흡수되지 않기 때문이다. 집에서 버섯을 물에 달여 먹는 경우가 많은데, 비타민 등 기타 버섯의 유익한 성분들을 섭취할 수 있어 몸에 좋은 음료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한계가 있다. 베타글루칸은 수용성과 불용성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수용성 베타글루칸은 물에 우러나오지만, 불용성은 그렇지 않다. 버섯에는 불용성 베타글루칸이 더 많아, 손실되는 베타글루칸 양이 많다고 할 수 있다.
면역에 더 좋은 베타글루칸 제품 선택하기
면역력을 높여주는 기능이 특히 우수한 베타글루칸은 베타 1,3D 글루칸구조를 갖는 베타글루칸인데 이 함량이 가장 높은 버섯은 최근 대량재배 생산이 가능해져 많은 상품이 출시되고 있는 꽃송이버섯이고, 다음으로 잎새버섯·운지버섯 등에 많고, 효모베타글루칸에도 매우 높은 비율로 존재한다. 그러나 효모베타글루칸을 제외하고, 이런 버섯류는 아직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받지 않아 제품의 질과 실제 베타글루칸 함량을 소비자가 따져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식약처로부터 면역증진 기능이 있는 것으로 인정받았으며, 추출물의 용량이나 베타글루칸의 함량이 정확히 표기되어 있는 건강기능식품인 표고 버섯, 상황버섯이나 효모베타글루칸 제품은 라벨을 잘 읽으면 원하는 기능과 함량의 제품을 고르기가 용이하다. 다만, 함량표시는 제품에 따라 버섯추출물의 함량 또는 베타글루칸의 함량으로 표시되어 있으므로 잘 구분해서 읽도록 한다. 베타글루칸의 양이 많은 줄 알고 샀는데 버섯균사체 용량 표기를 잘못 읽은 것일 수 있다.
해외직구할 때는 영어로 표기된 식품원을 꼼꼼히 읽어야 한다. 예를 들어 면역력 증진을 원하는데 보리(barley) 베타글루칸을 살 수 있다. 국내 건강기능식품의 베타글루칸 함량을 기준으로 비교할 수 있도록, 되도록 베타글루칸 함량이 표시된 제품 중에 선택하면 실패할 확률을 줄일 수 있다. 순도가 높거나 입자 크기가 작아 흡수가 잘 된다거나, 베타 1,3D 글루칸이 많음을 강조하여 가격이 비싼 제품들이 있다. 실제 약용버섯 연구의 선진국인 일본에서는 효소 처리라는 세포벽 파쇄방법으로 베타글루칸 분자량을 저분자화한 제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분자량이 클수록 면역활성이 뛰어나다는 연구결과도 있어 이러한 마케팅 문구를 과신해서는 안 된다. 가격이 지나치게 높으면 다시한 번 생각해보고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게 좋다.
정경인 약학정보원 학술팀장. 성균관대 약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보건대학원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의약정보회사 ㈜킴스 학술팀장을 거쳤으며, 대한약사회 학술위원회 부위원장, 한국약사교육연구회 학술부회장, 한국메디컬라이터협회 학술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출처 :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26/201707260124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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