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의 여신' 클레오파트라가 미용과 건강을 위해 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블랙커민시드가 수퍼푸드로 주목받고 있다. 블랙커민시드는 일명 '지중해의 검은 보석'이라 불리는 흑종초의 씨앗으로 고대 이집트와 중동지방에서는 2000년 넘게 약초로 쓰인 바 있다. 실제로 이슬람 경전 하디스에는 "블랙커민시드는 죽음을 제외한 모든 질병을 치료한다"고 기록돼 있다. 현대에도 블랙커민시드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발표된 블랙커민시드 관련 연구논문은 940여 건으로 다른 씨앗류인 치아시드(140여 건), 햄프시드(250여 건)와 비교하면 월등히 많은 수치다. 또한, 1985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블랙커민시드에 대해 '상부 호흡기질환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블랙커민시드 속 티모퀴논, 천연 항염제 효과
블랙커민시드가 수퍼푸드로 주목받는 이유는 '티모퀴논'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티모퀴논의 다양한 건강 효과 중 특히 '항염 효과'에 집중한다. 각종 바이러스나 세균, 스트레스 등으로 우리 몸속에 염증이 과도하게 생성될 경우 치주염·피부염·위염·아토피 피부염 등 염증성 질환뿐 아니라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의 각종 질환의 발생 위험이 커진다. 최근에는 염증이 정신질환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캐나다 '중독 및 정신건강센터'의 제프리 마이어 박사팀이 강박성 인격장애(강박감과 충동을 해소하기 위해 특정 행동과 생각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정신장애) 환자를 분석한 결과, 강박성 인격장애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뇌의 일부 부분에서 염증 수치가 32%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체내 염증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염증은 외부 자극에 대한 신체 방어 반응에 의해 끊임없이 생성된다. 이 때문에 염증을 유발하는 생활습관 등을 줄이고 항염 효과를 내는 물질을 추가로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블랙커민시드의 티모퀴논 성분은 체내 염증 물질인 '사이토카인'을 제거해 항염 효과를 낸다. 또한, 염증을 일으키는 체내 효소(COX-2효소)를 억제해 염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2011년 '식물요법연구'에 실린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에서의 블랙커민시드의 효과' 논문에 따르면 30~54세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40명에게 블랙커민시드를 한 달간 매일 1g씩 투여한 결과, 류마티스관절염 지표가 30~4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랙커민시드 속 티모퀴논 성분은 항염과 항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암 세포 크기 줄여 암 예방에 도움
티모퀴논의 또다른 건강 효능 중 하나는 '항암 효과'다. 미국 킴멜암센터 연구진이 2008년 미국암연구학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티모퀴논은 암세포의 크기를 줄이고, 암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인간의 췌장암 세포주(인체에서 떼어 배양해 죽지 않고 계속 살 수 있는 상태로 만든 세포)에 티모퀴논을 주입한 결과, 암세포의 약 80%가 사멸했다. 또한, 췌장암 동물실험 결과 종양의 크기가 67% 감소했다. 연구진은 블랙커민시드 속 티모퀴논이 췌장암의 원인이 되는 염증 매개물질의 분비를 감소시켜 췌장암의 발병을 억제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2011년 미국 중의학저널에는 티모퀴논이 항산화와 항염 작용을 통해 암과 암 합병증 발생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으며, '독성식물데이터베이스'에도 블랙커민시드가 발암 초기에 암 개선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 등재됐다.
티모퀴논은 항염·항암 효과뿐 아니라 항당뇨, 항고지혈증, 항균 등 다양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중동지방에서는 블랙커민시드를 감염, 감기, 치통, 편두통 등 각종 치료에 사용하고 있다.
◇캡슐 형태로 하루 1g 먹으면 효과적
블랙커민시드에는 티모퀴논 성분 외에도 단백질, 비타민B1, 칼슘, 철분 등 다양한 영양소가 풍부하게 들어있다. 또한, 오메가3지방산과 올레산, 리놀레산 등 불포화지방산이 함유돼 있어 혈중 지방을 줄이고 체내 인슐린 수치를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실제로 영국 캠브리지대학 니타 포로히 교수가 당뇨병 환자 1만2132명을 대상으로 불포화지방산이 당뇨병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그 결과 불포화지방산을 많이 섭취할 수록 당뇨병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2016년 미국 공공과학도서관 학술지).
인도 약전에 따르면 블랙커민시드는 하루 1g을 섭취하는 것이 적절하다. 다만, 블랙커민시드 속 티모퀴논 성분은 휘발성이 강해 공기 중에 쉽게 산화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오일 형태 보다는 캡슐 형태로 섭취하는 것이 건강 효능을 보는 데 효과적이다.
블랙커민시드 오일은 다양한 국가에서 생산되지만, 그중에서도 터키산 블랙커민시드 오일 속 리놀레산 함유 비율이 61.84%로 인도산(40.22%), 이집트산(37.56%)과 비교했을 때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