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최모(42)씨는 최근 오랫동안 아랫배가 욱신욱신 아팠지만 스트레스 탓으로 여기고 내버려 뒀다. 하지만 점점 통증이 심해져 일상생활이 힘들어지자 병원을 찾았다. 척추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컴퓨터단층촬영(CT)을 받았지만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받았다. 그 후에도 정형외과, 산부인과, 한의원 등을 전전했으나 ‘만성통증’이라는 얘기만 듣고,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영상의학과 전문의로부터 초음파 검사를 받았고 ‘골반울혈증후군’인 것을 알았다. 최 씨는 “평소 옆구리와 엉치, 회음부까지 통증이 심하고 생리통처럼 아랫배를 찌르는 듯한 증상에 맹장염이 아닌가 의심했다”고 말했다.
골반울혈증후군은 아직 사람들에게 생소한 질환이다. 일종의 난소정맥류로인데, 난소정맥안의 판막이 고장 나 혈액이 역류하면서 골반 내 정맥총(혈관덩어리)에 울혈 및 정맥류를 초래해 골반통증을 유발하는 것이다. 즉 골반 내 혈액이 심장 방향으로 흐르지 못한 채 골반 내에 뭉쳐 있어 통증이 유발된다. 민트병원 정맥류센터 김건우 원장은 “골반울혈증후군은 정맥판막에 선천적으로 이상이 있거나, 출산 등으로 손상되면서 나타난다”고 말했다. 골반울혈증후군은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 대부분에서 나타날 수 있으며, 반대로 분만 경험이 없는 여성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출산 횟수가 늘어날수록 증상이 유발되거나 악화될 확률이 높다. 가만히 누워서 쉬면 통증이 다시 줄어드는데, 출산한 여성은 산후조리를 잘못해 생기는 일상적인 통증 정도로 생각해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골반울혈증후군의 증상은 골반에 느껴지는 묵직하고 뻐근한 통증이다. 배, 엉덩이 등에 통증이 감지되기도 한다. 생리 직전, 오래 서 있거나 앉아있을 때, 성관계 후 통증이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김건우 원장은 “골반울혈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지표는 회음부정맥류, 사타구니·엉덩이 정맥류의 존재 여부”라며 “허벅지 안쪽, 음부 등에 면발처럼 튀어나온 혈관이 만져진다면 골반울혈증후군이 있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골반울혈증후군은 국내 만성골반통증 환자 10명 중 3~4명이 해당할 정도로 빈번히 발생한다. 30~40대 여성이 겪는 만성골반통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이름이 덜 알려진 것은 질병을 찾아내는 과정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김건우 원장은 “자궁과 골반 주변부는 피부에 비해 신경이 적게 분포돼 있어 통증이 국소화되지 않고 넓은 부위에 나타나 통증을 느끼는 부위가 어딘지 모호하게 느껴지는 게 특징”이라며 “환자 입장에서는 허리·척추문제, 탈장, 맹장염, 자궁근종 등과 혼동하기 쉽기 때문에 관련 없는 병원을 찾으면서 치료 시기가 더욱 늦어진다”고 말했다. 평소 원인 없는 요통을 겪으며, 질염·방광염에 자주 노출되거나, 성교통이 심한 증상이 한 번에 오는 경우에도 정밀검진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김 원장은 “산부인과에서 시행되는 일반 초음파보다는 혈관의 기형이나 혈류 흐름을 동시에 파악할 수 있는 도플러 초음파로 혈관을 봐야 확실한 검사가 가능하다”며 “질환이 생소한 데다 일반적인 검사로는 별 이상을 발견하기 힘들어 꾀병 환자로 오인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골반울혈증후군으로 진단받은 경우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3개월 정도 약물 치료를 한다. 심한 경우에도 색전술로 비교적 간단히 치료할 수 있다. 과거에는 자궁을 완전히 적출하는 수술해야 했다. 골반울혈증후군 색전술은 인터벤션 시술(혈관 내 치료)의 일종으로, 2㎜ 가량 얇은 카테터를 혈관 속에 넣어 역류된 곳을 경화제 등으로 막아 문제 혈관을 차단한다. 이를 통해 피가 모여 늘어난 정맥이 단단히 굳으면서 혈류가 차단돼 증상이 호전되는 원리다. 정체됐던 혈액은 문제 혈관의 주변 정맥으로 고르게 퍼지면서 정상 흐름을 되찾게 된다.
김 원장은 “골반울혈증후군 색전술은 난소정맥부전과 골반정맥류를 진단하면서 동시에 치료가 가능하고, 시술 합병증이 없으며 기존 치료법에 비해 입원 기간이 짧은 게 장점”이라며 “안전하고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의 간단한 시술이면서 통증 감소의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출처 :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14/201706140122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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