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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치유에 도움/허브약재

[스크랩] 최고의 아로마테라피는 내 코가 좋아하는 것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7. 5. 4.

이른 아침 지하철 계단을 바삐 오르다보면 코끝을 스치는 빵 굽는 냄새의 신선한 유혹과 맞닥뜨리게 된다. 미처 챙기지 못한 식욕을 불러일으킴은 물론, 행여 늦을세라 바쁜 걸음을 재촉하던 출근길의 조급함마저 잠시 내려놓게 하는 마법과도 같다. 정신 차리고 보니 손에 빵 봉지 하나가 들려 있는 경험은 비단 나만 겪어본 게 아닐 것이다.

생각해보면 단지 냄새를 맡았을 뿐인데 식욕을 불러일으키고, 기분이 좋아지며, 더불어 지갑을 열게 되는 이신기한 메커니즘은 과연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후각신경의 특이성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코를 통한 후각 자극은 청각이나 시각 등이 대뇌 측두엽을 거쳐 대뇌변연계까지 전달되는 것과 달리, 곧바로 대뇌변연계로 연결되는 감각이다. 가장 직접적이고 원시적인 감각이라할 수 있다.

대뇌변연계는 감정을 전달하는 편도와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 그리고 호르몬 조절을 담당하는 시상하부 등을 포함하고 있다. 냄새나 향기는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감성과 함께 식욕·성욕·수면욕으로 대변되는 본능뿐 아니라 기억까지 하나로 연결돼 움직이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 동일한 냄새를 맡더라도 서로 다른 감정을 갖게 되는 것은 바로 개개인이 겪었던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옛 애인의 향수 냄새를 맡았을 때 문득 그 사람이 머릿속에 떠오르는데, 그와의 기억에 따라 은밀한 즐거움이 되기도, 때로는 다시는 맡고 싶지 않은 나쁜 냄새로 느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아로마테라피 제품들

이렇듯 향(香)의 역사는 우리네 삶과 매우 밀접한 관계 속에서 이어져왔다. 인류의 가장 오랜 문명인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도 하늘에 제사를 올릴 때 훈향(燻香)이나 방향 식물 연고 등을 사용한 의술과 주술이 행해졌다는 기록이 남아 있고, 이집트에서 영생불사를 기원하며 만들던 미라의 방부제로도 방향식물이 사용됐다.

‘세기의 미인’ 클레오파트라는 장미수 목욕을 애용했고,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방향식물을 이용한 목욕, 훈증, 마사지를 권장했다. 성경에서 동방박사가 아기 예수 탄생을 축복하며 바친 황금·몰약·유향의 세가지 보물이 있는데, 이 중 몰약과 유향은 현재도 사용되는 미르와 프랑킨센스라는 에센셜오일이다. 당시에는 황금과 견줄 만큼 귀하고 값비싼 것이었다고 한다.

심신의 균형 찾아주는 힐링요법
향기에 치료 개념이 결합돼 이제는고유명사처럼 쓰이는 ‘아로마테라피’라는 용어는 1926년에 르네 모리스가트포세가 자신의 책 제목으로 처음 사용했다. 프랑스 화학자인 그는 향수 회사에서 실험하다 심한 화상을 입었는데, 급히 옆에 있는 라벤더 오일 통에 손을 담갔더니 수포나 염증 없이 상처 부위가 낫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이러한 경험이 그를 치료적 관점에서의 아로마 연구에 뛰어들게 한 것이다. 그 후 아로마테라피를 피부미용에 접목시킨 것은 마가렛 모리 여사로, 런던에 아로마테라피 클리닉을 세우고 뷰티션들에게 아로마를 활용한 마사지법을 본격적으로 교육한 바 있다.

향기 식물의 꽃, 잎, 줄기, 뿌리 등에서 추출한 천연의 에센셜오일을 인체의 호흡기나 피부에 흡수시켜 몸, 마음, 정신을 치유하는 것이 아로마테라피다. 아로마테라피는 심신의 균형감을 찾아주는 중요한 힐링요법이다. 같은 라벤더오일을 사용하더라도 때로는진정 작용으로 잠이 들게 하기도, 우울할 때는 기운이 나게 하기도 한다.

아로마테라피의 활용법은 매우 다양하다. 감기 등으로 고생한다면 하루 세 차례 정도의 증기 흡입법을 권한다. 대야에 끓인 물을 담아 에센셜오일을 세 방울 정도 떨어뜨린 후 증기가 날아가지 않도록 수건을 쓰고 깊게 세 번 정도 흡입하면 된다. 또한 아로마 램프를 활용한 확산법은 램프에 약간의 물과 에센셜오일을 떨어 뜨리고 초로 데워 공기 중으로 확산된 향을 맡는 방법이다. 아로마를 이용한 목욕도 유용한데, 에센셜오일이물에 잘 녹지 않기 때문에 먼저 우유나 보드카 등에 4~6방울을 떨어뜨린 후 목욕물에 섞어 사용하는 것이다. 아로마 마사지는 피부관리 숍이나 스파 등에서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방법으로, 캐리어오일과 혼합해 얼굴은 1% 이하, 전신에는 1~2% 농도로 마사지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에센셜오일을 피부에 전달해준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캐리어오일은 열을 가하지 않고 압착한 식물성 오일로, 그 자체만으로도 효능과 영양분이 있다. 호호바오일은 인체의 천연 보호막인 피지와 가장 유사한 성분으로 아기들에게 사용해도 안전하다. 아토피 피부에 좋다고 각광받고 있는 이브닝 프라임로즈 오일은 상처 치유와 항균 등에 효과적이다. 이러한 캐리어오일에 에센셜오일을 섞어서 적용하는 것을 블렌딩이라 하는데, 일반적으로 향의 분자량과 증발 속도가 서로 다른 두세 가지의 에센셜오일을 섞으면 향과 효능에 더욱 큰 시너지 효과가 나타난다.

저품질의 값비싼 오일 주의해야
아로마테라피는 도움이 되는 만큼 유의해야 할 점도 많다. 에센셜오일은 향기 식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게 아니라 수십 배 농축시킨 것이기 때문에 피부 자극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민감성 피부의 경우 팔의 안쪽에 발라 패치테스트를 거친 후 문제가 없을 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산화를 막기 위해 갈색 병에 넣어 냉암소에 보관해야 한다. 특히 감귤류의 오일은 바른 후 햇빛에 노출되면 광독성 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 벨로크피부염이 대표적인데 버가못 에센셜오일을 바른 후 햇빛에 노출되면 비가역성 색소침착이 나타난다. 이런 경우에는 푸로쿠마린 성분을 제외한‘FCF(free coumarin faction)’라고 표기된 에센셜오일을 사용하면 된다. 최근 아로마테라피의 열풍에 힘입어 합성 오일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저품질의 오일을 비싼 값 주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참으로 안타깝다.

적어도 에센셜오일은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인증된 곳에서 구매하기를 권하지만 일반인으로서는 그마저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1년에 한 번 정도는 아로마테라피 강의를 하는 내게, 학생들이 자주 하는 질문은 대증요법에 대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하나의 증상에도 좋다는 오일이 여러가지이니 뭘 써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중에 그 사람이 제일 좋아하는 향을 권해주세요.”

사실 뭔가 엄청난 답변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도 이 대답은 변함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아무리 효능이 뛰어나고 고가인 오일이라고 해도 그 향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미 아로마테라피의 의미가 퇴색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너무 빠르고 너무 논리적으로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내 코를 자극하는, 왠지 모르게 끌리는 향기가 있게 마련이다. ‘좋은 게 좋다’는 다소 비논리적으로 들리는 이 말이 아로마테라피에서만큼은 중요한 진리가 아닐까 한다.


신규옥

신규옥 을지대 미용화장품과학과 교수. 한국미용학회 이사이며, 미용산업문화학회 부회장이다. 원주 MBC 편성제작국 아나운서를 지낸 적이 있고, 《New 피부과학》, 《미용인을 위한 New 해부생리학》 등 다수의 책을 펴냈다.


출처 :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28/2017042801740.html


출처 : 암정복 그날까지
글쓴이 : 정운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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