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2013년 기준 OECD 국가 중 간암 사망률 1위일 만큼 간암의 위험성이 높은 국가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암으로 사망한 사람은 총 7만6855명이며, 이 중 폐암이 1만7399명으로 가장 많았고 간암은 1만1311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그뿐 아니라, 2014년 간암 환자 수 5만7691명 가운데 새로 발생한 환자 수가 1만6178명으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간암치료제의 필요성은 높지만 간암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개발된 치료제는 `넥사바(소라페닙)`가 유일하다. 일부 제약사가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실패하거나 임상시험 중이어서 넥사바 이외에 출시된 치료제는 없는 상황이다.
넥사바는 말기 간암 치료제 가운데 유일하게 전체 생존기간을 늘렸지만, 그 기간이 약 3개월밖에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저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제약업계에 따르면 넥사바만큼 효과를 보인 치료제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넥사바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을 졸업하고 다국적 제약사에서 마케팅 경험을 쌓은 김지애 바이엘코리아 PM은 2년간 넥사바의 마케팅을 담당해왔다. 그를 만나 넥사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국내 말기 간암 치료제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말기 간암으로 한정한다면 국내 시장 규모는 약 250억~300억원으로 추산되며, 한국은 세계시장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B형 간염 유병률이 높고, 그로 인해 다른 내재된 질환이 간경화와 간암 등 위험한 질환으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2013년 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간암사망률 1위였다. 그만큼 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환자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Q 간암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국내외 제약회사들이 몇몇 있다. 머지않아 넥사바의 경쟁약이 나올 거라고 예상되는데.
현재 간암치료제의 필요성은 높지만, 치료제 옵션이 빈약한 상황이다. 넥사바는 10년 전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전체 생존기간(OS, Overall Survival)과 질병 진행까지의 시간(TTP, Time to Progression)의 유의한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 이에 많은 후발주자가 소라페닙의 아성을 뛰어넘으려고 시도하지만 실패했다. 앞으로의 치료제 개발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넥사바와 비교해 개선 효과를 입증한 약물이 아직 없는 상황이다. 현재까지의 데이터를 비춰봤을 때 넥사바는 유일한 OS 개선 효과를 보인 약물이라는 점이 분명하기 때문에 표준 치료제라고 볼 수 있다.
Q 넥사바가 유일하게 OS 개선 효과를 보인 약물이라고 말했는데, 임상결과를 설명해달라.
전신적 항암요법 치료를 받지 않은 602명의 간세포성암 환자를 넥사바 투여군(400mg, 1일 2회 경구투여, n=299)과 위약 투여군(1일 2회 경구투여, n=303)으로 나눠 연구한 3상 임상시험인 SHARP(Sorafenib Hepatocellular Carcinoma Assessment Randomized Protocol)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넥사바 투여군의 전체 생존기간의 중앙값은 10.7개월인 반면 위약군은 7.9개월로 나타났다. 넥사바군은 위약군 대비 생존율을 44%까지 연장시킨 것이다. 이외에 넥사바의 질병 진행까지의 시간은 5.5개월인 반면 위약군은 2.8개월이었다. 또 전신적 항암요법 치료를 받지 않은 226명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간세포성암 환자를 넥사바군(400mg, 1일 2회 경구투여, n=150)과 위약군(1일 2회 경구투여, n=76)으로 나눠 연구한 3상 임상시험인 Asia-Pacific 연구가 있다. 이에 따르면, 넥사바 투여군의 전체 생존기간의 중앙값이 6.5개월인 반면 위약군은 4.2개월로 나타나, 넥사바군이 위약군 대비 생존율을 47%까지 연장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넥사바군의 질병 진행까지의 시간은 2.8개월인 반면 위약군은 1.4개월로 밝혀졌다.
Q 넥사바의 간암 환자 생존율 개선 효과가 3개월이라는 점 때문에 의료진 사이에서 평가가 엇갈리는데….
3개월이라는 숫자 자체만 놓고 보면, 큰 효과가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간암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한 효과이기 때문에 전체 생존기간을 3개월 증가시켰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이 기간 동안 환자가 삶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많은 의료진이 전체 생존기간을 3개월 늘렸다는 사실에 대해 의미가 깊다고 인정하고 있다. 또, 중앙값이라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넥사바 투여를 통해 3개월보다 훨씬 오래 살 수 있는 환자가 나온다는 것이다. 실제로 특정 환자의 예후가 좋다는 데이터가 많이 구축되고 있다.
Q 넥사바가 암을 완전히 없애기보다 종양의 크기를 작게 만들고 더 이상 크지 않게 만드는 방식이므로 근본적 치료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종양의 크기를 유지하고 커지지 않게 하는 것도 굉장히 큰 효과다. 환자가 넥사바 투여를 인위적으로 중단할 경우, 종양의 크기가 눈에 띄게 커지는 경우도 나타나기 때문에 종양의 크기가 유지된다는 것 자체도 효과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간암 말기 환자에게 종양이 커지지 않는다는 것은 의미가 깊다.
Q 간동맥화학색전술(TACE)을 두 번 시행한 후 혈관 침범이나 암의 전이가 생길 경우, 넥사바를 이용한 약물요법을 활용하면 생존율이 높아지는 이유가 뭔가.
간동맥화학색전술(TACE)은 간암 중기 환자의 치료에 있어서 효과적인 방법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TACE가 많이 시행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TACE는 간에 발생한 종양을 괴사시킨다. 하지만 종양만 괴사시키는 것이 아니라 주변 조직에도 손상입히기 때문에 병변이 크고 치료하기 어려운 부위에 있다면 건드려야 하는 부위가 커져 간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른 암과 다르게 간암은 간 기능이 굉장히 중요하다. TACE를 여러 번 시행하면 간 기능이 나빠져 그 이후 치료를 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그 때문에 간 기능 상태에 따라 넥사바 투여로 인한 효과의 차이가 나타날 수 있어 적절한 시점에 치료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TACE를 많이 시행하기 전 간 기능 상태가 양호할 때, 넥사바도 환자에게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것이다.
Q 환자들이 넥사바를 최후의 간암 치료법이라고 잘못 인식하는 이유가 뭔가.
한국은 보험적 상황으로 인해 현재는 TACE 시행과 넥사바 투여 이후의 옵션이 없다. 그 때문에 좋든 싫든 TACE를 최대한 많이 한 것이 사실이고, 표적 치료가 필요한 단계임에도 이 시점 자체가 늦어진 것이다. 따라서 넥사바를 투여받은 환자가 제대로 된 효과를 보기 전에 전체 생존기간이 짧아져 넥사바의 효과에도 안 좋은 결과가 나오게 됐다. 넥사바 투여 후 다시 TACE를 시행할 수 있는 방법도 있지만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결국 보험이 적용되는 넥사바 이후의 치료 옵션이 없기 때문에 환자들은 넥사바를 처방받는다는 말을 들으면 `의사가 나를 포기하는 것인가` 혹은 `나도 이제 갈 데까지 간 거구나`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보험 적용 여부 때문에 넥사바를 마치 마지막 옵션처럼 활용한 것이 환자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 것이다. 과거 넥사바를 투여한 경험이 없어 TACE를 선호하던 의료진도 지금은 적절한 치료 시점에 넥사바를 투여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을 환자에게 설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Q 넥사바의 안전성이 궁금하다.
전 세계 3000여 명의 절제 불가능한 간세포성암 환자에게 넥사바의 안전성을 평가한 GIDEON(Global Investigation of therapeutic Decisions in HCC and Of its Treatment with sorafeNib) 연구에 따르면, 넥사바를 투여받은 한국인 간세포성암 환자에게서 나타난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수족피부반응, 설사, 발진 및 피부 박리 등이었다.
표적 항암제는 부작용보고(Adverse Event, AE)로 대부분 피부 독성이 나타나는데, 대표적인 피부 독성이 수족증후군이다. 수족증후군은 유레아크림과 보습제를 바르면 완화된다.
넥사바는 생명을 위협하는 부작용이 없다. 예를 들어 신부전 장애나 고혈압 등이 나타난다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피부 독성은 삶의 질 향상과 관련된다. 따라서 넥사바 투여의 효과와 부작용의 이득을 따져보면 넥사바 투여로 인한 이득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Q 피부 독성 반응을 보인 환자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치료 반응에서 더 나은 결과를 보였는데.
피부 독성 반응을 보인 환자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더 나은 반응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는 있지만, 이에 대한 메커니즘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피부 독성 반응이 관리가 필요하다는 하나의 신호가 되면서 초기에 집중적으로 관리하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대부분 의료진도 이와 같이 생각하고 있다.
Q 간암치료제 시장에서 바이엘의 계획이 궁금하다.
본사도 넥사바에 대해 많이 기대하고 있고, 한국 시장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따라서 넥사바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고, 간암치료제로 특화된 기업이라는 것을 강조하려고 할 것이다. 또, 제품 담당자로서 넥사바가 현존하는 유일한 말기 간암 치료제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따라서 저평가된 넥사바의 가치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의료진의 넥사바에 대한 평가도 좋은 편이어서 넥사바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많이 제고된 상황이고, 많은 연구 지원과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어 올해는 화룡점정을 찍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진 김제이 기자 사진제공 바이엘코리아
엠프레스 김제이 기자 kjy@mpress.kr
출처 : http://health.chosun.com/news/dailynews_view.jsp?mn_idx=179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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