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치 가능한 수술 환자 늘려 약물 치료로 생존기간 30% 연장 전기자극·초음파 치료 연구 중
췌장암의 유일한 근치적(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치료법은 수술이지만 환자의 80% 이상은 수술을 받지 못한다. 췌장암은 암 전이가 쉽고, 조기진단이 어려워 수술이 가능한 시기를 놓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췌장암은 20년간 5년 생존율이 10% 내외에 불과하다. 그래서 최근에는 수술 전 보조항암요법이나 새로운 약물치료법으로 췌장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췌장암은 수술이 가능한 경우가 20% 밖에 안 된다. 최근 항암제·방사선 치료 등을 먼저 시행한 뒤 수술을 하는 등 수술 가능한 췌장암이 확대되고 있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항암치료 먼저 한 뒤 수술
췌장암 표준치료법은 수술을 먼저 한 뒤 보조적으로 항암요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 같은 보조항암요법을 먼저 시행해 암 크기를 줄인 뒤 수술로 암을 제거하는 치료법이 확산되고 있다. 암이 한 곳에 집중돼 있거나 전부 절제하기 힘든 췌장암 환자가 대상이다. 수술 전 보조항암요법으로 췌장 주변 혈관을 침습한 암을 제거하거나 암 크기를 줄인 다음 수술하는 것이다. 최근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 등 보조항암요법 발전으로 췌장암 크기를 줄여 병기까지 낮춘 사례(3→2기)가 생기자 치료 순서도 바뀌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암세포가 췌장 주변 주요혈관을 약간만 침습해도 수술을 거의 포기했다. 깨끗하게 절제가 안 돼 재발이 잦았기 때문이다. 췌장은 주위에 상장간막 동맥(대장과 소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상장간막 정맥, 복강동맥이 얽혀 있어 절제술이 매우 까다롭다.
서울대병원 간담췌외과 김선회 교수는 "과거엔 췌장암 주변 주요 혈관을 심하게 침습하면 절제가 불가능하거나 절제를 해도 생존율 향상없이 삶의 질만 감소해 수술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술 전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를 통해 암 침습 범위와 크기를 줄여 수술 성공률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전체 췌장암 환자 중 20~30%가 암이 췌장 주변을 침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대구로병원 간담췌외과 최새별 교수는 "수술이 불가능했던 환자들이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된 건 췌장암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치료의 큰 변화"라고 말했다. 한 연구에선 보조항암요법을 먼저 시행 한 후 수술한 결과 기존 치료보다 5년 생존율이 15~20% 높았다.
◇혈관침습 있는 췌장암도 절제
췌장 머리 부분 주위에 췌장암이 생겨도 전이가 없다면 절제술을 시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동안 췌장 머리 부위에 암이 발생하면 수술이 어렵고 완전히 암을 제거할 수 없어 수술을 포기하는 때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췌장 머리 부분에 암이 발생했어도 혈관 침습이 아주 심하지 않고, 전이가 없다면 절제술을 시행하고 있다. 수술 전 항암치료의 적용과 함께 적극적인 혈관 합병절제(췌장암과 혈관을 함께 절제하는 수술)를 하기 때문이다. 김선회 교수는 "췌장암이 문맥(간으로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 상장간막 정맥을 침습한 경우라도 대부분 혈관 절제가 가능하고, 동맥의 경우도 위치나 범위에 따라 절제 후 재건이 가능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젬시타빈 치료, 20년만에 탈출
1990년 이후 약 20년간 젬시타빈(Gemcitabine)은 췌장암 표준 항암치료제였다. 그러나 젬시타빈 항암제는 생존 기간을 평균 6.6개월 밖에 늘리지 못했다. 그동안 췌장암 항암제로 여러 약물을 개발하려고 했지만 젬시타빈 치료 생존율을 넘기지 못해 항암제 개발이 되지 못했다.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진원 교수는 "췌장암은 암 특성 상 약이 잘 듣지 않는 특징이 있고, 다른 암에 비해 환자군도 적어 오랫동안 효과적인 치료제가 나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젬시타빈 단독치료보다 젬시타빈과 아브락산(Abraxane)을 병용하거나, 옥살리플라틴(oxaliplatin), 이리노테칸(irinotecan), 플루오로우라실(fluorouracil), 류코보린(leucovorin) 등 4가지 항암제를 조합한 폴피리녹스(FOLFIRINOX)가 더 뛰어난 치료 성적을 보이고 있다.
젬시타빈과 아브락산을 함께 쓰면 젬시타빈을 혼자 사용할 때보다 생존 기간(6.6→8.7개월)을 2.1개월 연장시켰고, 사망 위험을 28% 낮췄다. 또 췌장암이 전이됐어도 아브락산을 병용하여 6개월 이상 치료를 유지한 환자 비율(32%)이 젬시타빈 단독치료(15%)보다 2배 높았다. 또 다른 치료제인 폴피리녹스는 젬시타빈 단독치료보다 생존기간을 4.3개월 연장시켰다. 하지만 두 약제 모두 백혈구 일종인 호중구가 비정상적으로 감소하는 '호중구 감소증'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백혈구가 감소하면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다.
◇전기·열 치료 등 아직 연구 중
췌장암 환자의 20%만이 수술을 받는다. 80%가 수술이 불가능한 3~4기에 발견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췌장암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들을 위한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 중이다. 먼저 암 종양에 초당 수백만번의 전기펄스를 가해 암세포를 파괴하는 '비가역적 전기천공법'이 임상연구 중에 있다. 종양 부위에 가는 구멍을 뚫고 긴 바늘을 찔러넣어 전기펄스를 가하는 치료다. 아직까지 생존율 변화 등의 연구결과가 나오진 않았다. 또 고강도 초음파를 집중시킬 때 발생하는 열로 암세포를 태우는 '집속초음파치료(HIFU)'도 췌장암 치료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집속초음파치료는 일반적으로 자궁근종에 주로 쓰이며, 췌장암 치료에는 현재 연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