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산화의 여왕' '몸속 염증 청소부' '동안(童顔)식품'…. 듣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것만 같은 이 단어들은 '폴리페놀(polyphenol)'을 설명할 때 쓰인다. 그래서 폴리페놀은 건강을 다루는 TV프로그램에서 매번 언급된다. 폴리페놀은 대표적인 항산화물질로 체내 세포를 공격하는 활성산소를 억제해서 몸속 염증을 예방하고, 체내 DNA와 세포는 보호한다. 폴리페놀은 종류만 5000여 개에 이르고, 각각의 종류에 따라 효능·효과가 다르다. 대표적인 폴리페놀의 효능·효과에 대해 알아본다.
폴리페놀 중 하나인 카테킨은 활성산소로부터 세포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두뇌 발달과 집중력 강화에도 효과가 있다. 그래서 카테킨이 많이 든 카카오닙스나 녹차 등을 청소년기에 챙겨먹으면 학업 성취에 도움이 된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폴리페놀, 활성산소로부터 DNA 보호
폴리페놀은 식물이 자외선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일종의 방어물질이다. 이 방어물질이 우리 몸에 들어오면 세포를 보호하고, 외부 유해 물질을 제거한다. 보통 폴리페놀은 과일과 채소의 씨앗·뿌리에 많이 분포돼 있으며 떫고 쓴 맛을 내고, 식물 고유의 색깔을 만든다.
폴리페놀의 효능이 부각된 것은 1990년대 프랑스인의 식습관을 연구한 TV프로그램에서부터다. 프랑스인들은 육류 섭취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심혈관질환이 미국인의 3분의 1수준이었다. 방송에서는 그 이유가 프랑스인이 자주 마시는 레드와인 속 폴리페놀이 인체 세포를 보호해서라고 결론내렸다. 그러면서 '프랑스인의 역설'이라는 '프렌치 페러독스(French Paradox)'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헬스조선 약사자문위원 정지윤 약사(우리약국)는 "1992년 유명 의학학술지인 란셋에 프랑스인의 와인 섭취와 심혈관 질환간의 연구결과가 실리고 그 이후부터 폴리페놀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폴리페놀은 카테킨과 안토시아닌, 레스베라트롤, 케르세틴 등이다.
▷카테킨=카카오와 녹차, 홍차 등에 많다. 카테킨의 항산화력은 비타민E의 200배, 비타민C의 100배에 달한다. 카테킨은 체내 노폐물을 배출하는 효과가 있으며 집중력을 강화하고, 두뇌활동 증진에 도움이 된다. 2006년 하버드의대 브리검여성병원 나오미 피셔 박사팀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76세 남성에게 카테킨이 풍부한 카카오를 1주일 동안 섭취하도록 한 후 뇌 단층촬영을 했다. 그 결과, 섭취 전보다 기억력과 집중력을 관장하는 뇌 일부 부위가 9%가량 활성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혈압을 낮추는데도 효과적이다. 카테킨이 인체 항상성을 유지하고, 혈관 탄력성을 높이는 산화질소를 증가시켜 혈관을 깨끗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독일 쾰른대학병원 도버트 교수팀이 고혈압 환자 44명에게 18주 동안 매일 다크초콜릿을 한 조각씩 먹도록 한 결과, 혈압이 20% 떨어졌다.
▷안토시아닌=포도, 자색 고구마, 블루베리, 크랜베리에 많다. 안토시아닌은 체내에서 활성산소에 의한 세포 손상을 막는다. 또한 혈전이 생기는 것을 막아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심장질환을 예방한다. 인지능력 향상, 뇌 손상 방지 등 뇌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레스베라트롤=포도와 라즈베리, 크랜베리에 많다. 레스베라트롤은 스트레스를 억제하고 예방하는 효소 물질인 '카탈라아제' 활성을 높여서 심혈관을 보호한다. 또한 동물실험을 통해 레스베라트롤이 암 세포를 사멸시킨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케르세틴=양파·사과에 풍부하다. 모세혈관 강화작용과 혈전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체내 지방 배출을 촉진해서 체중 감량에 효과적이다.
◇카카오닙스, 뇌 발달과 심혈관 질환 발생 낮춰
최근 폴리페놀 중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건 카테킨이다. 항산화 효과는 물론이고 집중력 증진과 혈관건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식품 중에 카테킨 함유량이 높은 건 '카카오닙스'다. 카카오닙스는 카카오나무 열매 씨앗을 발효·건조한 후에 껍질을 제거하고 부순 것을 말한다. 카카오닙스 100g당 카테킨이 8600㎎ 함유돼 있는데, 녹차 대비 20배, 아몬드 대비 19배 더 많다. 아로니아, 강황과 함께 세계 3대 항산화 식품으로 불린다. 그런데 카카오닙스는 특유의 씁쓸한 맛과 카페인 때문에 민감한 이들이 섭취하기 어려워하기도 한다. 실제로 카카오닙스 30g에 카페인 22㎎이 함유돼있다. 그래서 카카오닙스가 든 우유를 먹는 것도 좋다. 일동후디스가 출시한 '후디스 포켓몬 초코'는 카카오닙스에서 추출한 카테킨(폴리페놀) 240㎎ 함유됐다. 블루베리 20개에 해당되는 양이다. 헬스조선 약사자문위원 이보현 약사(압구정스타약국)는 "카테킨은 학업을 위해 집중력을 요하는 청소년기에 챙겨먹으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