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와 의사
위암 이겨낸 성희수 씨 & 주치의 조주영 교수
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고 충격받지 않는 환자는 없다. 이때 환자를 잘 이끌어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주치의다. 주치의와 잘 소통하며 깊은 신뢰를 쌓은 환자는 병을 이기는 힘이 강해진다. <헬스조선>은 환자와 의사를 한자리에서 만나 이들의 역경 극복 스토리를 소개하고 있다. 여섯 번째 주인공은 위암을 이겨낸 성희수 씨와 주치의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조주영 교수다.
![위암 이겨낸 성희수 씨 & 주치의 조주영 교수](http://health.chosun.com/site/data/img_dir/2016/08/29/2016082901657_0.jpg)
더위가 한창인 8월의 어느 날, 분당차병원의 한 회의실에서 성희주 씨(59)를 만났다. 경기도 평택에서 왔다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는 성희주 씨였지만, 표정은 누구보다 밝았다. 빈 회의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 조주영 교수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환자가 많아 조금 늦었다고 말했다. 인터뷰 중에도 조 교수는 환자를 잠시 보고 오겠다며 자리를 비우곤 했다. 두 사람은 덥고 바쁜 중에도 서로를 위해 시간을 냈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헬스조선: 성희주 씨는 조주영 교수를 언제 어떻게 만났어요? 그때 상태는 어땠는지도 궁금합니다.
성희주 씨 저는 직업 군인이었습니다. 제대 후에 시간이 많아지면서,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술자리를 자주 가졌어요. 하루에 소주 1병 정도씩 마셨으니 꽤 마신 셈이죠. 어느 날,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평소보다 빨리 취하고, 속도 안 좋고…. 그래서 집 근처 평택에 있는 한 병원에 건강검진을 하러 갔어요. 검진한 지 5일이 지나니 병원에서 전화가 왔어요. 되도록 빨리 오래요. 냉큼 갔습니다.
담당의사가 ‘암일 가능성이 있다’며 조직검사를 하자고 했어요. 조직검사를 하고, 결과를 들으러 다시 병원에 갔습니다. 암일 가능성이 ‘높다’고 들었어요. 자기네 병원에서도 수술할 수 있지만 큰 병원에 가는 게 좋겠다고 권유했어요. 어디가 좋겠냐고 물어봤죠. 담당 의사는 조기 위암이니 굳이 개복할 생각이 없다면 조주영 교수님을 찾아가보는 게 좋을 것이라고 이야기해줬어요. 병원에서 영상자료를 받은 다음에, 그걸 들고 무작정 교수님을 찾아갔죠.
조주영 교수 그때는 제가 서울 순천향대병원에 있었습니다. 처음 봤는데 환자분 얼굴이 정말 멀쩡했어요(웃음). 사실 위암은 큰 증상이 없거든요. 환자분 자료를 보고, 다시 내시경검사를 했어요. 암세포가 위 점막에만 있는 건지 확인하는 검사도 해봤습니다. 환자분은 암이 맞았고, ‘다발성조기위암’이었어요. 다발성위암은 위 안에 두 군데 이상 암이 생겼다는 뜻입니다. 거기에 ‘조기’란 말이 붙으면 진행 초기라는 거죠. 위암의 20% 정도가 다발성이에요.
성희주 씨 교수님을 처음 봤을 때요? 무뚝뚝하다고 생각했어요. 거기다 암이라는 이야길 들으니 눈앞이 아득해졌습니다. 사실 제 아버지도 암 투병 경험이 있으시거든요. 대장암으로 두 번이나 수술하셨어요.
조주영 교수 의사는 사실을 이야기해야 하니까, 환자분이 저를 무뚝뚝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르겠어요. 암이라는 말을 듣고 기분 좋은 사람이 어디에 있겠어요?
성희주 씨 그런데 교수님을 보면 볼수록 교수님이 저를 배려해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저는 병원에 가자마자 치료받은 셈이에요. 지방에서 오기 힘드니까 빨리 수술하자고 하시더라고요.
![위암 이겨낸 성희수 씨 & 주치의 조주영 교수](http://health.chosun.com/site/data/img_dir/2016/08/29/2016082901657_1.jpg)
헬스조선: 환자분은 어떤 치료를 받은 건가요?
조주영 교수 내시경점막하박리술이라는 조기 위암 치료술을 실시했습니다. 내시경점막하박리술은 흔히 ESD(Endoscopic Submucosal Dissection)라고 부릅니다. 배를 가르지 않고 내시경을 이용하죠. 암이 있는 위 점막 바로 아래에 생리식염수를 주입해 점막을 부풀리고, 기구를 이용해 병변을 잘라내죠. 국내에서 내시경점막하박리술은 제가 처음 시도했어요. 일본보다 1년 늦은 1999년이었죠. 2003년부터는 내시경점막하박리술을 본격적으로 시행했고요. 10년 넘게 해온 시술입니다. 그래서 내시경점막하박리술에 대해서는 자부심이 있어요. 내로라하는 대학병원에서 저에게 교육받으러 오는 일이 부지기수였죠. 처음에는 사람들이 이 치료법에 대해 잘 몰랐어요. 지금은 병원에서 많이 하지만요.
2000년도 초반에는 주말마다 진료가방을 들고 전국을 다녔어요. 내시경점막하박리술을 알리기 위해 라이브서저리(Live Surgery, 수술 생중계)도 하고 강의도 했죠. 저는 내시경점막하박리술 전문이지만 처음 환자분에게 치료법으로 외과 수술과 내시경 수술 둘 다 가능하다고 밝혔어요. 의사에게는 설명의 의무가 있거든요. 이렇게 치료할 수도, 저렇게 치료할 수도 있는데 선택은 환자 몫인 거죠. 각각의 장단점을 알려주고 선택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성희주 씨 교수님에게 설명을 들은 뒤, 이것저것 알아봤어요. 주변에 위암 수술한 사람들을 찾아가보기도 했어요. 저는 암수술이라고 하면 무조건 배를 가르는 줄 알았거든요. 이쪽 분야는 잘 모르니, 내시경으로 암수술을 한다는 건 처음 들어봐서 어떤 걸 선택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이미 위암 수술을 마친 사람들을 만나보니, 배를 가르는 게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요. 수술이 많이 힘들었대요. 그래서 내시경으로도, 개복으로도 가능하다면 내시경을 택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조주영 교수 2012년 12월에 내시경점막하박리술을 시행했습니다. 환자분이 다발성위암이라, 다시 수술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죠. 그리고 2013년 초에 두 번째 내시경점막하박리술을 했어요. 다행히 현재는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세요.
성희주 씨 사람들이 제가 위암 환자였다고 말하면 안 믿어요. 지금도 병원에 검사하러 갈 때가 아니면, 제가 시술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정도예요. 잊어버리고 막 돌아다니죠. 친구들도 제가 멀쩡히 잘 돌아다니고 웃고 하니 보기 좋다며, 다행이라고 이야기해요. 몸에 큰 흉터도 없고요.
![조주영 교수](http://health.chosun.com/site/data/img_dir/2016/08/29/2016082901657_2.jpg)
헬스조선: 환자와 의사라는 입장이지만, 두 분의 사이는 각별해보입니다. 환자와 의사의 관계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세요?
조주영 교수 이른바 ‘라포(Rapport)’라고 하죠. 환자와 의사 사이의 신뢰관계 형성을 뜻합니다. 암치료가 끝난다 해도, 병원에 정기적으로 와서 검사해야 해요. 암이 있던 환자는 전혀 다른 부위에 새로운 암이 생길 가능성이 건강한 사람에 비해 많거든요. 물론 재발도 검사해야 하고요. 신뢰관계 형성이 잘 되어 있는 환자는 의사가 ‘이 정도에 한 번씩 병원에 오셔서 검사를 하자’는 말을 이해하고, 잘 따라줍니다.
의사를 신뢰하지 못하는 환자는 ‘병이 다 나았는데 왜 또 병원에 오라 그러나’ 하거나, 말을 듣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다고 믿기도 합니다. 상술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죠. 그런 점에서 성희수 씨는 저와 라포가 잘 형성돼 있어요. 6개월마다 검사 하러 꼭 병원을 방문하고, 제가 하지 말라는 습관은 자제하죠.
성희수 씨 사실 제가 한 가지 못 지키는 게 있어요. 그렇게 좋아하던 술은 이제 한 방울도 안 마십니다. 그런데 담배는… 아, 그것 참 힘들더라고요(웃음).
조주영 교수 처음에 저한테 혼나신 적이 있어요. 몸에 좋다고 민간에 떠도는 버섯·쑥 우린 물을 매일 무지막지하게 드셨나보더라고요. 간 수치가 높게 나와서 물어봤죠. 저는 제 환자들에게 먹고 싶은 음식은 조금씩이라면 뭐든지 먹어도 된다고 합니다. 과하게 먹으면 안 됩니다.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도요. 그리고 알코올, 니코틴, 카페인은 멀리 하면 좋겠죠(웃음).
성희수 씨 교수님이 혼내실 땐 엄하게, 배려는 다정하게 해 주시다보니 믿음이 저절로 갔어요. 교수님이 중간에 병원을 옮기셨는데, 수소문해 따라간 것도 교수님에 대한 믿음과 신뢰 때문이었죠. 또 옮긴다 해도 따라가서 평생 주치의로 모실 겁니다.
![위암 이겨낸 성희수 씨](http://health.chosun.com/site/data/img_dir/2016/08/29/2016082901657_3.jpg)
헬스조선: 마지막으로 위암 환자나, 위암을 걱정하는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한마디씩해주세요.
조주영 교수 암이 생기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암은 죽을병이 아니라, 만성질환입니다. 현대의학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으니 두려워하지 마세요. 중요한 건 빨리 발견하는 겁니다. 저는 1년마다 위내시경을 하라고 권해요. 검증된 소화기내과 의사에게 받으면 더 좋겠죠. 그리고 암이라는 걸 알게 되면, 다른 병원이나 다른 의사에게도 검사를 받아보세요.
성희수 씨 몸이 이상하면 빨리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아프다고 미루면 늦어요. 그리고 이미 치료를 받고 있다면, 환자도 의사에게 신뢰를 보여줘야 합니다. 병을 낫게 하기 위해 알려준 생활수칙이나, 권장사항을 잘 지키면 병을 이겨내기가 수월해진다고 생각해요.
조주영 교수가 말하는 위암 예방 습관
1 흡연은 위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간접흡연도 피하자.
2 짠 음식은 위 점막에 손상을 주어 위암 발생을 높인다. 과도한 염분 섭취도 피하자.
3 건조·훈제·염장 음식, 방부제 등을 피하고 음식물은 냉장 보관해서 먹자.
4 음식을 태우면 유전자 변형을 일으키는 발암 물질을 유발한다. 탄 음식은 먹지 말자.
5 헬리코박터균은 위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 위암고위험군은 의사와 상담 후 헬리코박터균을 치료하자.
6 조기 위암은 대부분 증상이 없다. 정기적인 위내시경 검사로 위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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