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링에 도전하겠고 결심하고 자전거를 구입한 문모(69)씨. 차에 자전거를 싣고 김포 아라뱃길로 갔다. 20~30대 때 운동을 즐겼던 그는 속으로 '자전거는 젊은이들에게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때마침 여성 사이클링 동호회원들이 지나갔다. 이들을 따라잡으려고 30여분을 달리자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에 통증이 몰려왔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10여 분을 더 달리다 결국 포기했다. 집으로 돌아오기 전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소변 양이 조금밖에 되지 않은데다 붉은색이었기 때문이다.
혈뇨(血尿)가 사흘간 이어지자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는 '횡문근융해증'과 그로 인한 '급성신부전증'이었다. 횡문근융해증은 과격한 운동 등에 의해 근육 세포가 손상 또는 괴사돼 근육 속 '미오글로빈'이 혈액에 녹아드는 증상이다. 미오글로빈은 근육에 산소와 영양을 전달하는 세포로 적혈구 속 헤모글로빈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소고기나 돼지고기가 빨간 이유가 미오글로빈 때문이다. 미오글로빈이 포함된 소변은 붉은색 또는 분홍색으로 보인다.
혈액 속 미오글로빈은 콩팥의 세뇨관을 괴사시켜 급성신부전증을 일으킬 수 있다. 급성신부전은 갑자기 콩팥 기능이 30% 이상 손상된 것이다. 급성신부전이 발생하면 옆구리 통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알 배는 것'과 '횡문근융해증'의 차이는?
운동 뒤 팔다리 근육이 뻐근하거나 아픈 경험은 누구나 있다. 이런 것을 흔히 '알이 뱄다'고 한다. 이는 근육 속에 젖산이 과도하게 축적돼 나타난다. 하지만 횡문근융해증은 이와 달리 근육이 심각하게 손상되는 것이다.
과거 고입, 대입 체력장에서 오래달리기를 한 뒤 붉은색 소변을 보고 병원을 찾은 학생들이 횡문근융해증으로 진단 받은 사례들이 있었다. 장거리 행군한 군인, 헬스클럽에서 고강도 근육 운동을 한 사람들에게도 생기는 등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횡문근융해증에 의해 나타나는 혈뇨는 분홍색에 가깝다. 반면 콩팥 또는 방광 질환에 의한 혈뇨는 검붉은색에 가깝다. 이 두 가지를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횡문근융해증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 혈액 속 GOT수치도 함께 확인한다. 횡문근융해증이 있으면 GOT수치가 정상 범위(100~200 IU/L)보다 50~100배 높은 10000 이상 나오기도 한다. 그 외에 뼈와 근육을 스캔해보면 근육 손상을 확인할 수 있다.
■무리한 운동 피하고 수분 충분히 섭취해야
운동할 때 피해야 할 사항은 '갑자기' '과격한' '아픈 것을 참는' 것이다. 운동 중 근육통이 발생했는데도, 진통제를 먹고 운동을 지속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면 근육 손상과 급성신부전 위험이 더 증가한다. 진통제 중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은 근육 손상 위험이 없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무리한 운동을 피하는 것과 아울러 운동할 때는 물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울 때는 수분 섭취에 더 신경써야 한다. 정상 식사를 하는 경우 땀을 많이 흘려도 소금은 따로 섭취할 필요 없다.
김성권 서울K내과 원장(서울대 명예교수)은 "급성신부전의 주된 원인은 출혈, 약물, 과격한 운동 등이 꼽힌다"며 "운동 부작용으로 생긴 횡문근융해증을 방치했다가 콩팥이 망가져 신장투석까지 하는 사례들이 있는 만큼 갑작스럽게 무리한 운동을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횡문근융해증이 발생한 뒤 다음 운동까지는 얼마나 쉬어야 할까? 김 원장은 "횡문근융해증은 재발 가능성이 있으므로 운동 재개 여부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8/08/201608080120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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