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뇌에는 자동 온도조절 장치가 있는데, 더우면 우리 몸의 에어컨을 켜서 뇌와 심장의 온도를 떨어뜨린다. 우리 몸의 에어컨이 정상으로 작동하지만 방이 더운 상태가 일사병, 에어컨이 고장 나서 밖의 폭염이 방안의 온도를 무한히 올리는 상태가 열사병이다. 높은 온도에서 장시간 땀을 흘렸는데 물과 미네랄을 적절히 보충해 주지 않으면 확장된 혈관에 혈액이 부족해 져서 혈액 순환이 나빠지고 결국 일사병에 이르게 된다. 열사병과 일사병을 예방하면서 건강한 여름을 나는 방법을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김범택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땀 많이 흘리고 쉽게 피로해지면 일사병, '서늘한 환경에서 수분 보충'
일사병 초기에는 피부가 붉어지고 땀을 많이 흘리고 호흡과 맥박이 빨라진다. 이유 없이 쉽게 피로해지는 것은 일사병 초기의 중요한 증상이다. 이런 상태가 오래되면 맥박과 호흡이 약해지고 어지럼증과 두통이 생긴다. 아주 심하면 실신하기도 하고 오심, 구토, 복통의 합병증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보통 일사병의 경우 응급처치를 하면 즉시 정상으로 회복된다. 일사병 환자는 수분 보충 후 서늘한 곳에 쉬면 대개는 바로 좋아진다. 일사병은 아직 몸의 체온조절 장치가 정상이므로 서늘한 환경에서 충분한 휴식과 전해질 음료를 섭취하면 30분 이내에 호전되고 합병증도 전혀 남지 않는. 따라서 일사병 상태에서 빨리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대로 방치할 경우 생명이 위독하고 치료해도 후유증이 생길 수 있는 열사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일사병은 환자의 병력과 임상 증상에 근거하여 진단을 한다. 일사병이 의심되면 무조건 먼저 치료부터하고 나중에 진단을 한다. 환자는 보통 고온의 환경에 오래 있다가 더 이상 활동을 계속하기 어려웠다고 하는데, 이때에는 심부 체온의 온도가 섭씨 38.3도에서 40도로 정상 체온보다 높지만 의식은 아직 명료하고 섬망이나 경련 같은 심각한 중추신경계의 이상은 없다. 일사병이 기본적으로 땀 배출이 많아지고 혈관이 확장돼 혈관의 부피에 비해 혈액의 양이 많이 부족하여 혈액순환이 안 되는 질환이기 때문에 부족한 혈액이라도 머리와 심장 같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장기로 혈액을 보내기 위해 초기 대처법으로 다리를 머리보다 높게 해서 눕혀준다. 일사병 환자는 물을 마셔도 30분 이내에 소변으로 그대로 배출되고 몸에 남지 않는다.
시원한 보리차나 전해질 음료가 일사병 치료에 좋다. 그러나 일사병으로 구역과 구토가 심한 경우 음료수를 마시다가 흡입성 폐렴이 올 수 있으니 억지로 마시게 하면 절대 안 된다. 이런 환자는 체온을 낮추는 조치를 취하면서 빨리 병원으로 옮겨 수액 주사를 맞게 하는 것이 좋다. 생리 식염수 주사는 음료를 마시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혈액 양과 미네랄을 보충해 주는 효과가 있다. 단, 서늘한 곳에서 휴식하고 물을 충분히 마셨는데도 30분이 지나서 몸이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열사병이 아닌 지 의심해 봐야 한다.
열사병의 경우, 맥박과 호흡느려져...빨리 조치하지 않으면 위험
일사병과 열사병의 가장 큰 차이는 ‘의식 상태’와 ‘체온조절 기능의 정상 여부’다. 일사병은 환자가 의식도 명료하고 체온 조절 기능이 살아있어 땀도 나고 혈압과 맥박도 정상이며 심부 체온도 40도 이하다. 반면 열사병은 환자의 의식이 명료하지 않고 체온 조절 기능이 비정사이어서 더운데도 땀이 안 나고 맥과 호흡이 느리고 약하며 혈압도 저혈압이어서 심부 체온이 40도 이상이 된다. 열사병은 여러 장기를 손상시키는 응급 상황이니 즉각적으로 처치하지 못하면 사망률이 높다.
열사병은 인체의 모든 장기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외부 고온에 노출된 시간, 열의 정도, 전신 건강 상태 등에 따라 손상의 정도가 다양하다. 중추 신경계 합병증으로는 치매, 마비, 인격 변화 등이 생길 수 있고, 급성신부전, 가로무늬근 융해증, 급성 간부전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신속하게 병원으로 이동해 잘 치료하면 장기적 합병증은 남지 않는다. 특히 아이나 노인같이 체온조절이 잘 안되거나, 이미 심장질환이나 당뇨병 같이 혈액 순환에 문제가 있는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폭염에 더 취약하여 주의해야 한다.
열사병이 의심되면 즉시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그늘이나 에어컨이 가동되는 차나 건물 같이 서늘한 곳으로 환자를 이동시켜야 한다. 옷을 늦추어 주고 불필요한 장비도 제거하여 몸을 편안하게 해준 후, 부채질하거나 선풍기를 틀면서 젖은 수건이나 찬물로 피부를 계속 닦아주어 체온을 빠르게 냉각시킨다. 다리를 머리보다 높게 하여 바르게 눕게 한다. 환자가 의식이 뚜렷하고 맥박이 안정적이며 토하지 않으면 계속 서늘한 곳에서 안정을 취하게 하면서 물이나 전해질 음료를 마시게 한다. 환자가 의식이 없을 때 물을 먹이면 사망률이 아주 높은 흡입성 폐렴에 걸릴 수 있으니 주의하고, 환자가 빨리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구역감이 있거나 구토를 하는 경우 빨리 병원으로 옮겨 정맥 주사로 수액을 보충해야 한다. 심한 전해질 이상 소견을 보이거나 만성질환이 있는 노인이나 어린아이는 수 시간 내에 증세가 호전되지 않으면 입원해서 치료하도록 한다.
열사병이 심하면 의식이 명료해지지 않으면서 무력감, 어지러움, 졸림, 근육 강직, 떨림, 운동 실조, 균형 감각이 떨어져서 중심을 잡지 못하거나 걷다가 자꾸 쓰러지는 증상이 초기에 나타날 수 있다. 환자는 신경질이 많아지다가 헛소리를 하거나 괴상한 행동을 보이기도 하고 심하면 경련을 일으키다가 혼수상태에 빠져 사망한다. 또 땀이 나는 기능이 소실되어 덥지만 오히려 건조한 피부를 보이고, 얕고 빠른 호흡을 보이기도 한다. 병이 더 진행한 경우에는 인체의 혈액응고 시스템에 장애를 일으켜 다양한 부위에서 피부의 자반, 결막 출혈, 혈변, 흑색변, 각혈, 혈뇨 등 출혈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고열은 간세포에도 영향을 미쳐 열사병 발생 24~72시간 뒤에는 황달이 나타날 수 있고, 혈당이 낮아지면서(저혈당) 손발 떨림, 의식 저하, 혼수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콩팥 기능에 영향을 미쳐 급성신부전이 발생하여 소변량의 감소가 나타날 수 있다. 장의 혈액 순환에 장애로 메슥거림(구역), 구토, 두통, 설사를 일으키기도 한다. 열사병의 치료가 늦어지면 열에 약한 중추신경계에 손상이 올 수 있다.
요즘 같은 폭염엔 열사·일사병 주의, 수시로 수분 보충
일사병이나 열사병이 의심될 때 응급처치는 두가지로 요약된다. ▲몸이 덥거나 지치면 즉시 몸을 차게 해 줄 수 있는 시원한 곳으로 옮기고 ▲충분한 수분 섭취이다. 일사병과 열사병을 예방하는 방법으로 여름에는 평소보다 물을 1~1.5리터는 더 마시는 것이 좋다. 특히 여름에는 갈증이 나타나면 이미 몸에 무리가 간 경우가 많으니 목이 마르기 전에 미리 물을 정기적으로 마시는 것이 좋다. 특히 2시간 내에 소변을 보지 않았다면 예방적으로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수분과 전해질을 많은 과일을 섭취하는 것도 좋다. 수박은 전체 무게의 90%가 수분이어서 수분보충에 좋고 당분과 미네랄이 많은 포도, 복숭아, 참외도 일사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여름 채소 중 오이와 상추는 칼륨과 수분이 많고 데친 양배추도 좋다.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8/01/201608010191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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