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의학용어
최근 일본 구마모토현 지진 2차 피해 사망자 18명 중 6명의 사망원인이 좁은 자동차 안에서 대피생활을 하느라 생긴 ‘이코노미클래스증후군(Economy Class Syndrome)’ 때문이란 뉴스를 접했다. 이코노미클래스증후군은 좁은 공간에서 장시간 앉아 있을 때 혈액순환이 제대로 안 돼 생긴다. 그런데 어떤 기사에는 혈액순환 문제에 대해 ‘혈전이 생겼다’ 하고, 다른 기사에는 ‘색전증이 왔다’는 등 말이 다르다. 혈전과 색전은 무슨 차이가 있을까?
혈전(血栓)
혈전은 혈관 안을 흐르던 혈액 일부가 굳어 피떡이 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혈전증(血栓症)’이라 한다. 멀쩡한 혈관에 왜 피떡이 생기는 걸까?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말처럼, 혈액은 흐름이 원활하면 잘 굳지 않는다. 그러나 수술이나 입원 등의 이유로 며칠간 꼼짝 않고 누워 있거나,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혈액의 원활한 흐름이 방해받는다. 이렇게 되면 심장에서 거리가 먼 다리에 피가 정체하면서 굳을 위험도 커진다. 다리 깊숙이 있는 정맥에 혈전이 생기므로 ‘깊을 심(深)’ 자를 써 ‘심부(深部)정맥혈전증’이라 부른다. 심부정맥혈전증이 생긴 다리는 붓고 아프며 빨갛게 변한다. 선천적으로 혈전이 생기기 쉬운 사람도 있다. 혈액응고와 관련된 체내 물질 분비에 이상이 있는 경우다. 다쳤을 때, 임신했을 때, 암에 걸렸을 때, 경구피임약을 복용하고 있을 때도 혈전이 생기기 쉽다.
색전(塞栓)
피떡인 혈전이 떨어져나가 혈관을 떠돌다, 어딘가를 막으면 색전이라 부른다. 이러한 현상을 ‘색전증(塞栓症)’이라 한다. 혈전이 떨어져나가 색전을 일으키는 상황 자체는 ‘혈전색전증(血栓塞栓症)’이라 붙여 말한다. 색전이 생긴 혈관 뒤쪽의 조직은 피가 통하지 않는데, 이렇게 되면 영양분 공급이 안 돼 조직이 죽는다.
색전을 일으키는 원인은 혈전 외에도 다양하다. 큰 공기방울이 혈관 안으로 들어가면 ‘공기색전증’, 출산 중 양수가 혈관 안으로 들어가면 ‘양수색전증’이다. 교통사고 등으로 뼈가 부러졌을 때 뼈 안쪽 골수의 지방 성분이 떨어져나와 혈관 안으로 들어가면 ‘지방색전증’을 일으킬 수 있다. 종양 덩어리가 ‘종양색전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다시 지진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큰 지진이 일어난 뒤에는 여진으로 인한 건물 붕괴를 두려워해 주차장이나 운동장에 차를 세워두고 그 안에서 며칠씩 보내기도 한다. 화장실 가는 시간을 줄이려 물도 적게 마시고, 좁은 차 안에서 다리도 제대로 뻗지 못한 채 며칠 밤을 새우는 것이다. 노인의 경우 혈액순환이 잘 안 되는데, 이 같은 상황에 놓이면 심부정맥혈전증이 생기기 쉽다. 이 혈전이 떨어져나가 심장을 거쳐 폐로 들어가는 혈관인 폐동맥에 걸리면 ‘폐색전증’이 된다. 폐색전증이 생기면 갑자기 숨이 차고 가슴에 통증이 온다. 시술로 혈관을 뚫거나 약으로 피떡을 녹여야 한다. 평소 생활에서 이를 예방하고 싶다면 자리에서 자주 일어나 움직이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다리에 피가 오래 머물지 않도록 압박스타킹을 착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안지현
중앙대학교병원 내과 교수를 거쳐 현재 KMI 한국의학연구소 내과 과장으로 있다. 의학 박사이자 언론학 석사이며, 대한검진의학회 정책이사와 대한노인의학회 학술이사로 활동 중이다. 《건강검진 사용설명서》, 《한눈에 알 수 있는 내과학》등 다수의 책을 집필했다.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5/25/201605250126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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