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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별 암/간암

[스크랩] “간암 이겨내고 다시 일 시작한 비결 환자와 의사 간의 신뢰죠”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6. 5. 9.

[환자와 의사] 한양대병원 간이식 1호 환자 이요셉 씨 & 주치의 최동호 교수

큰 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고 충격받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이때 환자를 잘 이끌어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주치의다. 주치의와 원활하게 소통하면서 깊은 신뢰를 쌓은 환자는 병을 이기는 힘이 강해진다. <헬스조선>은 중증질환을 이긴 환자와 의사를 한 자리에서 만나 이들의 역경 극복 스토리를 소개하고 있다. 두 번째 주인공은 간암 경험자 이요셉 씨와 주치의 한양대병원 외과 최동호 교수다.

 

한양대병원 간이식 1호 환자 이요셉 씨 주치의 최동호 교수

벚꽃이 꽃망울을 조금씩 틔우는 지난 4월 초, 한양대병원 산책로에서 이요셉 씨와 최동호 교수를 만났다. 따뜻한 날씨만큼 두 사람 사이는 훈훈했다. 보통 병원에서 볼 수 있는 데면데면한 의사와 환자 사이가 아니었다. 환자는 의사를 따르고, 의사는 환자를 자신의 가족처럼 돌보는 모습이었다. 그래서일까, 이날 둘 사이에 오간 대화 중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믿음’이었다.

 

헬스조선: 두 분은 어떻게 처음 만났고, 당시 환자의 상태는 어땠나요?

최동호 교수(이하 최) 원래 이요셉 씨는 간이 안 좋아서 한양대병원을 찾은 게 아니에요. 과거 교통사고 때문에 고관절을 인공관절로 교체하는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한지 오래되어서 병원에 오셨어요.

이요셉 씨(이하 이) 인공관절은 영구적이지 않아 수술한지 10년 정도 지나면 다시 바꿔줘야 하는데, 시기도 시기고 고관절도 다시 아프고 해서 병원을 찾았죠. 재수술 준비로 혈액검사를 했는데, 간기능이 안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최동호 선생님을 알게 됐죠.

그때 제대로 검사해보니 간암으로 나왔어요. 환자분은 아마 생각지도 못했을 거예요.

놀랐죠, 원래 B형간염 보균자였어요. 그런데 친구들과 술자리하는 게 재미있어서 마다하지 않고 나갔죠. 저도 모르는 사이에 간염에서 간암으로 슬금슬금 진행된 것 같아요. 상태가 심각했어요. 얼굴색은 어두침침했고 복수가 차서 배는 빵빵하게 나와 있었어요. 그런데도 몰랐던 거죠. 간이 침묵의 장기라면서요?

맞습니다. 간 때문에 피곤을 느낄 정도가 되면 이미 말기에 가까워요. 이요셉 환자는 간이식이 필요한 상태였어요. 상태가 좋지 않아서 고관절 수술은 받을 수 없었죠. 마침 한양대병원에서 간이식을 시작하려 준비하고 있었고, 이요셉 씨가 우연히 한양대병원 간이식 1호 환자가 됐죠.

 

헬스조선: 간을 제공해주는 공여자는 어떻게 찾았어요?

간이식 공여자는 보통 가족들이 많이 해준다고 하더라고요. 가족이다보니 유전적으로 이것저것 일치하는 게 많아서. 조직 검사 겸 가족의 혈액검사를 해봤는데 나는 B형이고 집사람은 A형이에요. 첫째딸이 O형, 둘째딸은 AB형, 아들은 A형이었어요. 간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첫째딸뿐이었죠. 첫째딸은 자기가 선뜻 간을 주겠다고 했는데 처음에 제가 반대했어요. 간암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 놀라긴 했지만 ‘난 살 만큼 살았다’고 생각했거든요. 반쯤 포기한 상태였죠.

자식들이 건강하게 잘 큰 것만 해도 감사하다고 여겼어요. 제가 1959년생이에요. 제가 더 살자고 딸아이 몸에 큰 수술자국을 낸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이었어요. “왜 너까지 배에 상처를 내려고 하나, 아빠 혼자로 충분하다, 피해 끼치고 싶지 않다”고 말렸죠. 근데 딸아이가 하도 설쳐서(웃음) 수술을 결심했죠.

어휴, 따님 의지가 대단했어요. 효녀예요. 큰 수술이라 고민할 법한데 한 치 흔들림도 없이 바로 자기가 꼭 주고 싶다고, 아버지 살려야 한다고 저한테 말하더라고요. 여자가 남자에게 공여해줄 때는 위험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막무가내였어요. 사실 여자는 남자보다 몸집이 작으니 간도 작아요. 그래서 공여할 때 그만큼 많이 절제하게 되죠. 검사해보니 크기가 커트라인을 간신히 넘을 정도였어요.

아, 다른 문제도 있었어요. 따님이 공여자를 자처했지만 지방간이 있었거든요. 공여자는 환자에게 건강한 간을 줘야 하기 때문에 조직검사상 알맞다고 해도 지방간이 있으면 수술이 힘들어요. 그런데 따님이 “아버지 간 드려야 한다”면서 살을 빼겠다고 하더라고요. 강력히 말하기에 기다렸습니다. 결국 두 달 만에 8kg을 감량해서 나타났어요. 살 빼는 게 말이 쉽지 제대로 감량해서 지방간을 정상으로 만들 정도면 정말 노력한 겁니다. 8kg 감량한 몸을 다시 검사해보니 간 상태가 정상으로 나와서 간이식을 하게 됐죠.

 

한양대병원 간이식 1호 환자 이요셉 씨

헬스조선: 간이식은 크고 까다로운 수술인데,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수술하고 얼굴색부터 달라졌어요. 고관절 수술 때문에 찾았던 정형외과 교수님이 “회춘하는 수술 받았냐”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수술이 잘 된 거 같아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수술도 무수혈로 받아서 그런지 크게 힘들지 않았고요.

수술 경과가 참 좋았죠. 환자분이 의료진을 정말 전적으로 신뢰해주셨어요. 하지 말라 당부한 것은 절대 하지 않고, 이렇게 하면 좋겠다고 한 것은 꼭 하셨죠. 같은 환자라도 의사가 ‘하면 안 된다’는 일을 계속하는 분이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술을 마시면 안 되는데 몰래 술을 조금씩 마신다면 당연히 간이 안 좋아지고 수술 후 예후도 나쁘겠죠. 실제로 그러는 분도 있어요. 하나 더, 굉장히 긍정적이세요. 환자는 살려고 하는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긍정적이다보니 의지도 강하고, 의료진도 잘 믿어주신 것 같아요.

어휴, 난 교수님이 하지 말란 건 절대 안 했어요. 술은 물론이고, 날것 먹지 말라 해서 과일도 익혀 먹었어요. 교수님 말을 절대적으로 따르고 믿었죠.

생식이 위험한 게, 간이식 환자들은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예요. 보통사람은 상관 없지만, 간이식 환자 분들이 생식을 잘못해서 감염이라도 되면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지거든요.

수술 후에 운동도 열심히 했어요. 간이식 수술 후 고관절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과 수술 사이 기간에 다리가 아파서 운동을 못 하니까 이식받은 간이 지방간으로 변했어요. 고관절 수술을 받고 집에서 실내 자전거, 실내 승마운동기구를 이용해 매일 조금씩 운동했죠. 내 간이 아니고 딸 간이라고 생각하니 어떻게든 건강해져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해 3월 간이식을 했으니 지금 수술한 지 1년이 지났는데, 요즘 하루하루 ‘사는 맛’이 나고 인생이 남달라요.

환자를 내 가족처럼 생각하는 것도 좋은 성과를 거둔 이유 같아요. 진료하다가 어렵거나 고민할 일이 생기면 바로 이렇게 생각해봐요. ‘내 가족이라면 뭐라고 해줄까?’라고요. 그러면 바로 답이 나와요. 수술을 꼭 해야 하나, 언제 해야 하나, 약을 어떻게 먹으라고 할까 같은 것들이죠.

교수님이 개인 전화번호를 알려주셨어요.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전화하고 응급실로 오라고요. 크리스마스든 한밤중이든 상관없다고 하셔서 감동받았죠. 그만큼 책임감이 강하시다고 생각했고… 어느 누구보다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주치의 최동호 교수

헬스조선: 간이식을 경험한 분들이나, 간염 환자들에게 해주시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의사가 당부하는 걸 잘 지키고, 스케줄대로 병원에 꼬박꼬박 방문해야 합니다. 3~6개월에 한 번씩 초음파나 CT 등으로 간의 상태를 봐야 하거든요. 간암으로 간이식을 받은 환자는 5년 생존율이 75%가량입니다. 조금만 주의하면 5년 이상, 더 길게는 10년 이상 살 수 있는 거죠. 암이라고 절망하거나 끝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삶을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간암, 간이식… 남의 일이라 생각하면 안 돼요. 당장 증상이 없어도 간염 환자들은 간암이 내 일이라고 생각해야 해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는 거지만, 술을 조금만 줄였어도 간이식을 하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교수님이 술을 마시면 간염에서 간경화, 간암이 빨리 진행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아프고 나서 그러지 말걸 하면 늦어요. 다들 자기 간을 사랑하면 좋겠어요.

 

최동호 교수가 말하는 간 건강을 위한 생활습관
1 술을 적당히 마셔라. 소주나 맥주는 하루에 한 잔 이하로 먹는 게 좋다.
2 간염이나 지방간, 간경화가 있다면 정기적으로 전문의와 상담하라.
3 B형간염 항체 검사를 해보고, 항체가 없다면 예방접종을 하자.
4 싱겁게 먹어라. 간이 안 좋은 사람은 복수가 차거나 부종이 생기기 쉽다.
5 특정 영양소나 식품에 치우지지 말고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을 골고루 섭취하라.
6 휴식을 적절히 취하라. 몸이 피곤하면 간에도 무리가 간다.
7 운동하라. 체중감량은 지방간에도 좋다.
8 검증되지 않은 약이나 식품은 잘못하면 간에 부담을 줄 수 있으니 피하자.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5/06/2016050600649.html


출처 : 암정복 그날까지
글쓴이 : 정운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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