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 세 차례 합병증 겪었지만, 한순간도 절망하지 않았어요"
조영업 인하대병원 교수는 1961년생으로 올해 56세다. 2009년 8월에 갑상선암 3기로 진단돼 수술을 받았다. 양쪽 갑상선을 모두 떼어냈다. 수술 후 혈종(혈액이 고이는 것)이 생기고, 목소리가 안 나오고, 침샘염이 생기는 세 개의 합병증을 겪었지만 잘 극복했고, 2년 전 완치 판정을 받았다. 현재는 주기적인 재발 검사와 함께 갑상선호르몬 약을 복용하고 있다.
요즘 컨디션은 좀 어떠세요?
어제 저녁부터 감기 기운이 있어요. 이런 것 말고 전반적인 컨디션을 좋습니다, 하하. 더군다나 그동안 체중 관리를 열심히 해서, 몸무게가 많이 나갈 때에 비해 10kg 정도 준 상태예요. 건강검진 때 보니 성인병 인자가 다 사라졌더라고요. 역시 뱃살을 빼야 해요. 실제로 암을 발견하기 1년 전쯤 병원 JCI(국제의료기관 평가위원회) 인증 도입 관련해서 보직을 맡아서 많이 바빴어요. 그때 혈당 수치가 올라간 상태였는데, 시간이 없어서 따로 조절을 못 했거든요. 이게 암을 키우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처음 암을 의심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아뇨. 갑상선암은 증상이 거의 없어요. 증상이 나타난 뒤 발견하면 많이 진행된 상태죠. 갑상선암은 주기적인 국가검진 항목에 포함되지 않아서 저 역시 한 번도 검사를 받은 적이 없었어요. 일반 건강검진을 하는 때가 돼서 다른 검사를 받다가, 갑자기 나도 갑상선암 검사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에 검진을 받았는데 발견됐어요.
방사선과 선생이랑 같이 결과를 봤는데, 둘 다 암이라고 바로 감지했죠. 초음파만 보면 금방 알 수 있거든요. 종양 모양이 찌그러지고 주변과의 경계가 불명확하고, 그 안에 석회화된 게 보이면 대부분 암이에요. 왼쪽 갑상선에 1.4cm, 오른쪽 갑상선에 0.6cm짜리 종양이 있었어요. 조직검사해서 다시 확인했고 수술을 받았죠. 갑상선암 3기에 해당하는 상태였어요. 참, 갑상선암은 45세 이전과 이후의 기준이 달라요. 45세 이상은 일반적인 암과 같이 림프절 전이가 있으면 3기예요. 45세 미만은 전이됐어도 2기로 칩니다.
암 진단을 받고 기분이 어땠나요?
수술 후에 합병증까지 겪었지만 절망적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일단 갑상선암은 치료가 잘 되는 병이니까요. 제대로 치료받으면 당연히 나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합병증을 겪었습니까?
암수술을 받은 날 바로 혈종이 생겨서 다시 응급수술에 들어갔어요. 그 후에는 목소리가 나지 않았죠. 갑상선암은 워낙 치료가 잘 된다는 걸 친구들도 알아서 병문안도 많이 안 왔는데, 목소리까지 안 나오니 걱정을 많이 하더라고요. 수술 뒤 동위원소 치료(방사선 치료의 일종) 후에는 침샘염도 생겼어요. 동위원소가 갑상선 조직에 흡착되는데 그 과정 중에 침샘 조직에도 손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에요.
목소리는 어떻게 회복됐습니까?
한 번은 병원 직원이 저에게 전화해서 열심히 이야기했는데, 안 들렸는지 그냥 끊어버린 적이 있어요. 환자를 진료할 때는 음성 확성기를 이용한 적도 있고요. 처음엔 갑상선암 수술 후 누구든 겪을 수 있는 후유증이라고 생각해 겁나지 않았어요. 보통 3개월이면 정상으로 돌아오는데 나아지지 않으니까 그때부터 덜컥 겁이 나더라고요. 결국 성대 보형술도 받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두 달 만에 회복했어요. 목소리가 돌아온 날을 아직도 기억해요. 저는 거실에 앉아 있었고 아내는 침실에 있었는데, 제가 거실에서 부르는 소리를 아내가 듣고 나왔어요. 그 전까지는 바로 옆에서 얘기해야만 들릴까 말까였거든요. 아내가 눈물까지 흘렸어요.
갑상선암이란?
기도 앞쪽에 있는 나비 모양의 기관인 갑상선에 생긴 암. 발생률이 여성 암 중 1위, 남성 암 중 6위다. 암의 성장 속도가 느려 치료가 잘 되기 때문에 완치율이 98%에 가깝다. 단, 갑상선암 중 분화가 덜 된 미분화암은 완치가 어렵다.
갑상선암이 생긴 원인으로 추정하는 게 있나요?
확실하진 않은데, 예전에 담낭수술을 많이 집도하면서 방사선으로 담도를 자주 촬영한 게 원인인 것 같아요. 요새는 방사능이 안 좋다는 게 널리 알려져서 목까지 다 가리고 촬영하지만, 그때 저는 몸만 가리고 목은 안 가렸어요. 둘째는 처음에 언급했듯이 당뇨병의 초기 증세가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혈당이 높아지면 인슐린 성장인자(IGF)가 활발히 활동하는데, 이게 암과도 관련 있다고 알려졌어요. 세 번째로는 가족력이요. 어머니께서 암은 아니었지만 갑상선에 종양이 생겨서 수술한 적이 있어요.
갑상선암은 과잉 검진 논란도 있어요. 적절한 때 발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 개인적인 생각은 남녀 모두 45세 이상부터 4~5년에 한 번씩 검사하면 충분하고도 넘쳐요. 이때부터 갑상선암 위험이 높아지거든요. 수술 여부에 대한 논란도 많은데, 수술은 암 덩어리가 1cm 넘게 컸을 때나 암이 작더라도 갑상선 피막을 뚫고 나와 근육이나 식도 등을 침범하고 림프절 전이가 일어났을 때 시도하면 된다고 봐요. 수술을 크게 두려워하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환자의 1~3%에서 사망 케이스가 있긴 해도 극소수이고, 뼈나 폐에 전이가 됐을 때만 위험 확률이 커져요.
요즘은 건강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나요?
1년에 한 번 정도 건강검진을 받고 있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려고 노력해요. 출퇴근 시간에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요새 스마트밴드를 차고 다니는데, 확인해보니 하루에 7000~1만 보까지 걷더라고요. 식사 관리는 인스턴트식품을 멀리하는 것 말고는 특별히 없어요. 골고루 즐겁게, 적게 먹으려고 하는 게 다예요. 아침은 샐러드 위주로 반드시 챙겨 먹고, 점심과 저녁은 과식하지 않는 정도죠.
약은 계속 복용하고 있지요?
당연하죠. 저는 갑상선을 다 잘라내서 없으니까 갑상선 호르몬을 섭취해야 돼요. 안 먹으면 결국 사망으로 이어진다고까지 볼 수 있어요. 약을 꾸준히 먹어야 되고, 거르면 갑상선기능저하증 증상이 생겨요. 몸이 붓고 최종적으로는 심장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암을 겪기 전후에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일요일에만 교회를 나가는 선데이 크리스천이었다가, 조금 더 독실해지는 계기가 됐어요. 옆에서 걱정하는 가족들을 보면서 가족을 더 생각하게 됐고요. 환자 입장이 돼보니 저한테 진료받는 환자들이 어떤 상태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더 잘 알게 된 점도 있어요. 또 전에는 제가 의사여도 약을 무시하는 경향이 조금 있었어요. 어떻게든 몸으로 이겨보려던 거였죠. 그런데 이제는 약의 도움을 좀 받습니다.
갑상선 환자에게 해줄 조언이 있습니까?
다들 알다시피 갑상선은 치료가 되는 암이에요.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수술 후에 특별한 문제는 없으니까 적절한 때에 투약을 잘 하고, 인생을 즐기면서 지내면 오히려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게 가능할 수도 있거든요. 또 괜히 이러저러 의견을 다 듣다가 적절한 수술 시기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병원에 주기적으로 진료를 받으러 가는 날이 아니더라도 몸에 이상이 있으면 찾아가서 도움을 받는 것도 중요해요. 갑상선호르몬 약은 공복에 먹어야 흡수가 잘 되니까 잘 알아두고 챙겨 먹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하고요.
환자들이 수술 후에 원래 하던 일을 그만둬야 하느냐고 묻는 경우가 많아요. 그때 저는 그 일이 재밌는지 스트레스가 많은지 물어요. 재밌는 일이고 꼭 하고 싶은 거면 하라고 해요. 스트레스 받고 힘든 거면 놓으라고 하고요. 어떤 걸 먹는 게 좋으냐고 묻는 환자도 많습니다. 그럼 저는 먹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그동안 살면서 몸에 해로웠던 생활습관이 뭐가 있었는지 하나씩 적어보라고 해요. 그것부터 그만한 후에 먹을 걸 생각하라고 하죠. 무얼 먹는지보다 해로웠던 생활습관을 줄이는 게 중요해요. 불규칙한 생활습관 같은 거죠. 암에 무엇을 먹는 게 좋다고 해서 그것만 먹다보면 결국 몸의 영양 균형을 깨뜨려 오히려 해로울 수 있어요.
헬스조선 독자들에게 해줄 말은요?
우리나라 여성의 4분의 1, 남성의 3분의 1에서 암이 발생합니다. 국가 검진을 기본적으로 받고, 가족력이 있으면 더 유심히 살피세요. 최근에는 어떤 암이든 완치율이 높아졌어요. 갑상선암에도 표적치료가 생겨서 동위원소 치료가 효과 없을 때 대비책이 생겼죠. 암이 생겼다고 해서 실망만 하지 말고 주치의를 믿고 따라가보세요. 암을 너무 두려워만 말고 다가서라는 말입니다.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4/12/201604120226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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